청년실업률-기업파산 등 1999년 수준에 육박, L자형 장기불황 우려도

청년실업률이나 장기실업자들이 외환위기 수준으로 올라간 것은 물론, 파산하는 업체나 신용등급이 강등된 업체 수도 속출하고 있다. 또 한국경제를 이끌어오던 제조업도 점차 가동률이 줄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말이면 1300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엄청난 가계부채 문제도 있는 만큼, 제2의 IMF가 곧 다가오는 것이 아니냐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 IMF 이후 빈부격차가 급상승했고,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며 비정규직이 양산됐다. 미래가 불안해진 사람들은 안정적인 직장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과거에는 별로 인기가 없었던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지금은 가장 각광받는 직업이 됐고, 지금도 수많은 이들이 수백대 1이나 되는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면서 생활을 통제받는 것도 감수하면서 공무원 기숙학원에 들어가는 이들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25일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청년 실업률은 9.3%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p 뛰었다. IMF 외환위기에 한창 시달리면 1999년 8월 이후 같은 달 기준으로 가장 높다. 청년실업률은 지난 6월에도 10.3%를 기록, 역시 IMF 외환위기 때인 1999년 6월(11.3%)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또 6개월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백수'의 증가세도 IMF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지난 8월,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 수는 18만2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만2천명이나 급증했다.
장기실업자 증가 폭은 실업자 기준을 구직기간 1주일에서 4주일로 바꾼 1999년 6월 이후 최대이며, 실업자 수는 1999년 8월 27만4천명을 기록한 이후 같은 달 기준 최대치다. 또 8월 전체 실업자 중 장기실업자 비율도 18.27%로 오르면서, IMF 위기 당시인 1999년 8월(20%)수준에까지 바짝 다가섰다.
그러면서 가구소득 상승률도 2014년 1분기부터 지난해 2분기까지 2∼5%대를 기록했다가 지난해 3분기 0.7%로 뚝 떨어진 뒤로 4분기 연속 0%대를 맴도는 등, 정체 상태에 있다.
또 산업 지표 부문에서도 암울한 기운은 감지된다. 지난해 신용평가사들이 무보증 회사채 신용등급을 내린 기업은 159곳으로, 전년 대비 26곳 늘었다. 신용등급 강등 업체 수는 2010년 34개사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4년 133곳까지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160곳에 육박했다. 이는 IMF 위기 직후인 1998년 171곳이 강등된 이래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연간 제조업 가동률도 74.3%로 1998년 67.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특히 올해 2분기에는 제조업 가동률이 72.2%까지 떨어져 IMF 위기가 계속되던 1999년 1분기(71.4%)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한국 경제가 IMF 위기 당시보다 더욱 긴 경기 수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연구원은 한국경제가 2011년 8월 경기순환에서 정점을 찍은 뒤 5년 넘게 경기 수축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으며, 외환위기 당시 29개월간 경기수축이 이어진 것보다 최소 두 배 이상 긴 것이다.
이같은 전망은 한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전철(L자형 장기불황)을 그대로 되밟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한국은 일본처럼 고령화와 저출산이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급격하게 줄어들 예정이다. 올해 생산가능인구가 정점을 찍으면서, 잠재성장률은 10년 후면 1%대로 줄어들 거란 전망이 나온다.
청년들이 ‘헬조선’ 늪에서 신음하면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바꾸지 않는이상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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