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특허戰, 황금알이냐 승자의 저주?
면세점 특허戰, 황금알이냐 승자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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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 몰린 면세점 사업권 강북·강남 지형 바뀔 듯
▲ 면세점 특허전이 황금알이냐 승자의 저주냐. 신규 면세점 상반기 실적을 놓고 볼 때 황금알은낳는 사업에 대한 의문이 들고 있다. 왼쪽부터 롯데,현대백화점,신세계, SK네특웍스, 호텔신라 오너들. 사진/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김용철 기자] 지난 4일 5개 기업이 신규 면세점 특허 3장을 놓고 시장의 예상대로 관세청에 입찰 제안서를 제출하면서 누구의 손으로 특허권이 돌아갈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선 지난해 신규 면세점들의 실적을 놓고 볼 때 승자의 저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입찰에 뛰어든 5개 대기업들 중 사업권을 획득한 기업들이 내년 흑자 경영을 이어갈 것인지도 최대 관심사다.

◆강북에서 강남으로 면세점 이동?
이들 기업 중 특허권 향배에 따라 면세점 지형도가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기존 면세점은 강북에 집중되어 있다. 강남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코엑스점과 영등포에 자리를 잡고 있는 한화갤러리아면세점을 제외하곤 7개 서울 시내 면세점이 한강을 기점으로 강북에 둥지를 튼 상황이다. 특히 중구와 종로구에 6곳이 집중되어 있다.

유동인구가 많고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을 중심으로 면세점들이 분포하고 있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서울을 경험할 수 있는 고궁과 남대문 시장, 남산 등 볼거리와 맛집 등이 즐비해 있어 국내를 찾는 외국 관광객들에게 최적의 접근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강북에 시내 면세점들이 몰려 있다는 분석이다. 그래서인지 이미 강북은 면세점으로 포화된 상태다. 때문에 강북에 더 이상 면세점을 틀 자리가 마땅치 않은 점과 기존 면세점과의 치열한 경쟁 등 불리한 요소가 많다는 점이 강북보단 강남지역으로 신규 면세점 둥지로 각광을 받은 이유라는 게 업계 분석의 이유다.

면세점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불렸지만 지난해 신규 면세 사업자로 선정된 기업들의 실적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은 상황이다. 한화갤러리아면세점, 두타면세점, HDC신라면세점, 신세계명동점 4곳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 중이다. 오히려 기존 면세점 강자인 롯데면세점이 홀로 독주체제를 갖추고 있다.

면세점의 큰손으로 불리는 중국인 관광객이 신규 면세점에서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보다 롯데면세점에서 제품을 구입하는 경향이 많았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신규면세점은 영업능력이나 제품구성에 있어 기존 롯데면세점에 밀린 측면이 강하다”며 “브랜드 이미지뿐만 아니라 중국인 관광객들이 이목을 끄는 제품구성에서 신규 면세점들이 아직까진 부족한 게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HDC신라면세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직접 명품유치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면세점의 실적 향방은 명품유치를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갈라진 다는 게 업계의 정설로 굳어지면서 신규 면세점들이 명품 유치에 사활을 건 이유이기도 하다. 

◆면세점 특허 각축전 예상도는…
앞으로 3곳의 특허권의 예상된 시나리오는 많게는 3곳 최소한 2곳은 강남지역에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특허권 3장이 강남지역으로 몰리면 5곳이 강남, 서초, 송파구에 집중되고 최소한 4곳이 강남지역에 분포될 가능성이다. 신규 면세점 입찰에 뛰어든 기업의 면면은 기존 강자인 롯데와 신라, SK 그리고 서울 시내면세점에 첫 발을 내딛었던 신세계, 첫 깃발을 꽂으려는 현대백화점 이들 5곳은 유통부문에 강점들을 갖추고 있어 치열한 승부가 예상되고 있다.
▲ 면세점 특허 입찰 제안서를 관세청에 제출하는 현대백화점 ⓒ뉴시스

면세점 평가항목은 총 1000점으로 △지속가능성 및 재무건전성 등 경영능력(300점) △특허보세구역 관리 역량(250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 △중소기업 제품 판매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 공헌도(150점)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및 상생협력(150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해 면세점 재취득에 실패한 롯데와 SK는 부활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강남대전에서 한발 비켜 있는 SK네트웍스는 SK워커힐면세점 부활을 노리고 있다. 지리적 위치는 강북이지만 대부분 명동을 중심으로 면세점들이 몰린 반면 SK워커힐면세점은 광진구에 위치에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부활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재취득에 실패한 점을 보강했다지만 사업계획서를 보면 '워커힐 리조트 스파' 조성 공약에 대한 실효성 의문과 명품 유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롯데는 월드타워점을 재취득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롯데그룹의 검찰 수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고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 등 해결 과제가 산적해 있고, 특히 여론의 부담 때문에 롯데그룹에 월드타워점 허가를 내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지만 신규 면세점들이 흑자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SK워커힐과 롯데월드타워점이 기존 영업력을 갖고 있는 점이 강점으로 꼽히고 있어 강력한 허가 후보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신세계와 신라는 강남에 면세점을 열고 영업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신세계명동점과 HDC신라면세점이 흑자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강남에 면세점 사업을 뛰어든 것을 두고 업계 일각에선 기존 신규 면세점으론 흑자 기조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입지와 기존 유통영업망과 연계해 실적 향상을 이끌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라는 시각이다.

여기서도 롯데월드타워점의 부활 여부가 변수다. 신세계DF와 HDC신라가 특허권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롯데월드타워점이 부활하면 강남지역 경쟁에서 막강한 롯데 영업력을 감당할 수 있을지 여부다. 올해 상반기 면세점 실적을 놓고 보더라도 롯데면세점의 실적은 이들 면세점을 압도하고 있다. 따라서 강남지역 면세점 향방은 롯데월드타워점 부활 여부가 나머지 면세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SK네트웍스를 제외한 나머지 4곳 기업이 강남에 본격적인 혈투가 예상된다”며 “롯데월드타워점 부활에 따라 강남지역의 면세점 지형도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현대백화점은 숙원사업인 면세점 사업권을 따낼지가 관심 포인트다. 다만 현대산업개발이 신라와 합작으로 이번 특허권에 뛰어들어 현대일가에 모두 특허권을 줄지가 난관이다. 지난해 롯데의 경우 면세점 3곳 중 2곳만 재취득에 성공했다. 한 기업에 몰아주기 비난 여론으로 몰릴 수도 있기에 현대백화점과 HDC신라면세점이 사업권을 동시에 따낼지도 관심 대목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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