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진제 폭탄’에 각종 비리·낙하산…뭇매 맞는 한전
‘누진제 폭탄’에 각종 비리·낙하산…뭇매 맞는 한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년 국감서 지적, 여전한 ‘마이동풍’
▲ 한국전력의 방만 경영이나 낙하산 인사, 기강해이 등에 대한 문제는 과거에도 꾸준히 지적돼 왔으나 개선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사진은 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하는 조환익 한전 사장. ⓒ뉴시스
[시사포커스 / 고승은 기자] 올 여름 유례없는 폭염으로 주택에만 적용되는 전기요금 ‘누진제’는 시민들의 거센 공분을 샀다. 에어컨을 조금이라도 켰다가 수십만원의 전기세 폭탄을 맞은 가구는 수백만이나 됐다. 그러면서 한국전력이나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이같은 누진제 영향으로 지난해 한전의 당기순이익은 10조원을 넘었다. 자회사들까지 포함한 연결기준 순이익은 13조원을 넘는다. 그러나 국민의 전기요금 부담을 줄여주거나 친환경적인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투자하는 대신 2조원에 가까운 현금을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특히 한전 주식을 32.9%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 산업은행은 배당금만 6천500여억원을 가져갔다. 또 외국인도 지난해 기준으로 31.92%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 역시 6천억원 이상을 배당받았다.
 
그러나 한전의 부채규모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10배가 넘는 107조원을 넘는다. 이자 비용만 2조원을 넘는다. 누진제 폭탄으로 배당 잔치는 하면서도 빚을 갚을 생각은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전이 쌓은 사내유보금은 지난해 기준으로 49조5천224억원에 달했다. 이는 한전의 사내유보금은 49조 5224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144조원)과 현대차(101조원)에 이어 세 번째 규모다. LG나 SK그룹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한전과 전력 자회사 11곳을 합친 사내유보금은 무려 75조5천257억원에 달한다. 경영 리스크에 별 영향을 받지 않는 공기업이 이같이 많은 사내유보금을 쌓을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전의 이같은 방만 경영이나 낙하산 인사, 기강해이 등에 대한 문제는 과거에도 계속 지적돼 왔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여실히 쏟아졌다.
 
◆ 靑경호실 출신도 낙하산만 타면
 
한전에는 기관장을 견제해야 할 공기업 감사는 물론 비상임이사까지 낙하산 인사가 만연해 있었다. 10일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에 따르면, 대통령이 임명한 한전 5개 발전자회사 상임감사(임기 2년) 5명 중 4명이 청와대와 새누리당 당직자 출신이었다. 특히 이런 낙하산 인사들 가운데서는 허위경력을 제출한 인물도 있었음에도 제대로 된 검증절차도 없이 자리에 앉았다.
 
청와대 비서관급인 춘추관장 출신인 최모씨는 남동발전, 새누리당 경남도당 대변인 출신 김 모씨는 동서발전, 새누리당 충남도당 사무처장 출신 박모씨는 서부발전 감사를 맡았다. 중부 발전의 김모 감사도 역시 새누리당 출신이며 특히 '박정희 대통령 애국정신 선양회 중앙 대외협력위원장' 경력도 갖고 있었다.
▲ 한전의 발전자회사들 고위직에는 청와대나 새누리당 당직자 출신들이 낙하산으로 앉아 있었다. 국민생활·안전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곳임에도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인사들이 자리를 꿰차고 앉았던 것이다. ⓒPixabay
또 경영에 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해야 하는 비상임이사 자리에도 낙하산들이 많았다. 손금주 의원에 따르면, 5개 발전자회사의 비상임이사 23명 중에는 정치인 6명, 대선공로자 1명, 청와대 출신 1명 등 최소한 8명 이상이 낙하산 인사다. 특히 이들 중에는 새누리당 당직자 출신, 박근혜 대선후보 대전시 선대위 총괄본부장 출신에다 청와대 경호실 출신까지 있었다.
 
국민생활·안전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곳임에도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인사들이 자리를 꿰차고 앉았던 것이다.
 
또 한전은 자회사·퇴직자모임 출자회사에 일감 몰아주기도 여전했다.
 
5일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7월말 기준으로 자회사인 한전KDN과 퇴직자모임 출자회사인 전우실업에 수의계약으로 각각 94억원, 540억원 규모의 일감을 몰아줬다.
 
한전은 지난 2012년부터 올해 7월말까지 한전KDN에 1천162억원 규모의 일감을 몰아줬고, 전우실업에는 2천675억원 규모의 일감을 몰아줬다. 경쟁업체를 붙이지 않고 독점 수의계약 형태로 자회사나 특정기업에 사업을 위탁한 것이다.
 
◆ 도 넘은 ‘제 식구 봐주기’
 
또 이찬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법인카드 및 음주운전 실태 특정감사>에 따르면, 한전의 자체 감사결과 2013년 1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사용제한업종에서 결제된 법인카드 사용액은 총 59건으로 1744만여원을 결제했다. 특히 일부 직원들은 같은 술집에한번에 수십만원씩 16차례나 공금을 부당 집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적발 당시 특정 부서별로 자주가는 술집이 어디인지 드러나기도 했다. 아울러 법인카드를 이용해 화장품, MP3 재생기, 넥타이 등을 사적으로 구매하기도 했다. 이찬열 의원은 “이처럼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은 것은 직원 수는 2만380명인데 법인카드를 1만3천365장 발급해 과다 사용 중인 게 근본 원인”이라며 법인카드 과다 발매를 원인으로 지적했다.
 
이찬열 의원은 한전이 지난 2004년부터 인사관리규정에 사회봉사 감경제도를 신설하다 최근에야 폐지한 사실도 지적했다. 한전의 인사위에서 의결해 확정된 징계처분은 사후 징계양정과 관련이 없는 사회봉사 실적을 근거로 감경할 수 없음에도, 자체적으로 ‘사회봉사 감경제도’를 운영해왔다. 징계를 받은 뒤에 사회봉사를 한다고 감경해준다면, 봉사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다친 노동자에 ‘벌점’ 먹였다
 
그는 또 한전이 산업재해를 입은 노동자들에게 패널티를 부과한 사실도 지적했다.
 
지난 2011년부터 현재까지 727명의 전기원노동자가 산업재해를 입었으며, 이중 135명이 공사참여 중지 등 패널티를 부과받았다.
▲ 한전이 산업재해를 입은 노동자들에게 패널티를 부과한 점도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다. ⓒ뉴시스
배전현장의 안전문제는 소속된 업체의 관리감독에 의해 이뤄짐에도, 노동자 개인에게까지 패널티를 부과한다는 것은 부당한 조치라는 것이다. 이찬열 의원은 “사고가 발생하면 전기원노동자는 이미 1차적으로 신체적 손실을 입었음에도 여기에 공사 참여중지까지 받게 되어 생계의 어려움이 가중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용된 노동자의 경우 소속업체의 작업지시를 받는다. 대부분 2년 계약직이라 업체의 요구에 따라 무리한 작업을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 본인의 과실을 본인만의 과실로 보긴 어렵다”면서 작업환경 개선 및 관리를 촉구했다.
 
매년 한전에 대한 내부비리나 낙하산 논란 등은 누진제 문제와 더불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올 겨울을 앞두고 반드시 손질을 해야하는 누진제 문제뿐만 아니라, 한전의 내부 문제에 대해서도 대수술을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전문성이 없는 낙하산 인사를 고위직에 앉히는 것을 배제하고, 감시 기구를 만들지 않고선 이러한 문제는 무한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