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계열사에게 혁신의 실천과 패기 강조

이처럼 국내 재계 대기업들이 올해 큰 시련을 겪고 있는 가운데 재계3위로 한 계단 올라선 SK그룹의 최근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혁신은 말로만 해선 안 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혁신’이란 단어가 SK그룹 전체 임직원의 뇌리에 스며들 정도로 최근 몇달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임원진들은 ‘혁신’을 입에 달고 경영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때문에 재계1,2위 삼성과 현대차그룹이 악재로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올해 조용한 행보를 이어간 SK그룹이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열렸던 CEO세미나에 이목이 집중됐다.
◆SK 혁신의 ‘아이콘’ 불리나

지난해 8월 사면 이후 경영복귀 1년이 지난 지금 SK그룹은 ‘변화와 혁신’ 코드가 그룹 내부를 지배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서든 데스’를 언급하면서 일하는 방식, 사업하는 방식, 자산 효율화 등 변화와 혁신을 각 계열사 임원진들에게 주문하면서부터다. 이때부터 SK그룹 각 계열사들은 대응방안 마련에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이번 회의에서 당연히 핵심은 변화와 혁신이었다. 최 회장과 40여명 계열사 사장단은 ‘혁신의 실천’을 경영 키워드로 삼았다. 혁신의 꽃을 피우기 위한 마지막 단계로 ‘실행’ 곧 실천이 되어야 하는 것으로 혁신에서 한 단계 진화한 키워드라는 분석이다.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혁신 실천을 키워드로 삼았다는 것은 그만큼 대내외적으로 경영 환경이 좋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SK텔레콤은 미래먹거리로 삼았던 CJ헬로비전 인수를 시도했다 무산되면서 아픔을 맛봤다. 이와는 반대로 SK네트웍스가 추진한 동양매직 인수전은 경쟁사를 제치고 우선사업자로 선정, 동양매직 지분 100%를 6190억원에 사들이며,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바라보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사업구조 혁신안 중 과감한 M&A(인수합병)를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가 주목을 끈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내년 SK그룹이 과감한 인수합병의 큰손으로 나설지도 관심이다.
경영의 근본 방식을 바꾸기 위한 메스작업도 시작된다. SK그룹은 SK경영 방식의 ‘헌법’으로 불리는 경영철학인 ‘SKMS(SK Management System)’ 개정작업에 착수했다.
2008년 개정된 이후 8년만에 진행되는 것으로 그동안 경영현장을 누비며 혁신이 없이는 살길이 없다는 경영철학을 SKMS에 담아 SK그룹의 근본 체질을 바꾸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최 회장은 “리더와 구성원이 패기를 갖추고 자율적인 실천 의지로 솔선수범해 역량을 극대화하고 이를 통해 회사, 사회 등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키워 나가야 한다”며 “변화 방향과 속도, 목표는 구성원 개인과 관계사 스스로 디자인할 수 있어야 하는 내용이 SKMS에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세미나 이후 계열사 혁신 속도 낼 듯
혁신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실제 현장에서 실천이 뒤따라야 혁신을 이룰 수 있으며, 기존 관행을 깰 때 혁신이 완성된다. 그래서인지 최 회장의 이날 발언도 현장에서의 혁신의 실천을 강하게 언급했다.

최 회장은 각 계열사 CEO들에게 “사업을 담당하는 임직원만이 아닌 CEO나 CEO 후보군이 직접 글로벌 현장에 나가야 만 글로벌 사업이 성과를 보일 수 있다”며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임해달라”고 주문했다. 현장경영에 나서되 혁신하지 않는 경영은 글로벌 경쟁에서 성과를 낼 수 없다는 취지로 패기를 갖고 일해 달라는 메시지였다.
이 같은 대대적인 경영 전환에 따른 계열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기술 경쟁력 및 생산 제품 최적화 등의 혁신 방안을 마련했다.
이에 대한 계획으로 CEO 직속으로 변화 혁신 태스크포스 설치와 구성원 행동 강령, 임원 약속 실천 등을 꼽았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매출이 20조원대로 줄어들고 영업이익 역시 2000억원 밑으로 내려가면서 성장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고부가 시스템 반도체에 적극 투자 중인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이천의 M10 공장을 시스템 반도체 생산기지로 상용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SK넥트웍스는 M&A로 신성장동력을 찾는 중이다. 그 일환으로 동양매직 인수는 미래먹거리 확보와 계열사간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가전과 자동차 렌탈 사업 확대를 기반으로 수익구조가 저조한 사업부문은 과감히 수술하면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 중이다.
SK그룹 2박3일간의 회의에서 최태원 회장이 강조한 혁신의 실천을 기반으로 각 계열사들이 경영체질 개선에 나설지 이후 행보에 눈길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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