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 “민주당 탈당할 것”…국민의당 러브콜 잇따라

특히 이날 손 전 고문이 사실상 더불어민주당 탈당 의사를 밝힌 데다 대선 출마에 무게를 두기보다는 개헌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함으로써 향후 그의 발걸음이 어디로 향할지에 대해서도 벌써부터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부터 손 전 고문 영입에 큰 기대를 걸어왔던 국민의당에선 이날 정계복귀 선언을 통해 내비친 그의 속내를 간파했는지 거듭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데 만일 손 전 대표가 여기에 합류할 경우 대선 경선판을 키우려던 국민의당의 고민이 어느 정도 해결되면서 문재인대세론이 장악해오던 야권 대선판도를 뒤흔들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손학규, ‘개헌’ 필두로 ‘새 판짜기’ 시사
그동안 정계 복귀 시점이 다가왔음을 여러 차례 시사하면서도 정확한 일자를 밝히는 데는 뜸을 들여왔던 손 전 고문은 공교롭게도 야권 내 대선 선두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송민순 회고록’ 공개로 곤경에 처하자마자 정계복귀 시점을 전격 공개했다.
그리고 지난 2014년 7.30 재보선 하루 뒤인 31일 정치권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던 당시와 똑같이 오후 4시에 이날 국회 정론관을 찾은 그는 자신이 칩거했던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한 다산 정약용 선생의 생애를 언급하며 칩거 기간 동안 자신이 쓴 ‘나의 목민심서-강진일기’를 먼저 꺼내들었다.
그는 이어 200여 년전 다산 선생이 했었던 “이 나라는 털끝 하나인들 병들지 않은 게 없다. 지금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는 반드시 망하고 말 것이다”란 말씀을 인용해 자신의 개혁의지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손 전 고문이 첫 번째로 꺼낸 화두는 ‘개헌’이다. 그는 “87년 헌법체제가 만든 6공화국은 그 명운을 다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더 이상 나라를 끌고 갈 수 없다”며 “이제 7공화국을 열어야 한다”고 본격적으로 개헌에 대한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또 그는 수출주도형 대기업중심 경제구조로 지속되어온 우리 경제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는데 비정규직 문제, 청년 실업, 가계 부채 문제 등을 대표적으로 꼽으며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손 전 고문은 “저는 정치와 경제의 새판짜기에 저의 모든 것을 바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이 일을 위해서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폭탄 선언을 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모든 기득권을 버릴 것이고 더불어민주당 탈당은 버릴 물론 심지어 “명운이 다한 6공화국의 대통령이 되는 것이 저한테는 아무 의미가 없다”면서 사실상 대선 불출마까지 시사해 자신이 개헌과 경제 구조 변화에 모든 것을 걸었음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게 된 데에는 현재 대선주자들 중 자신의 지지율이 대체로 가장 저조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겠지만 거시적 관점에선 개헌을 통해 ‘판 뒤집기’에 나서겠다는 포부도 어느 정도 반영됐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개헌’을 고리로 정계개편을 시도하려는 이들이 이미 원내외에서 활동 중이라는 점도 손 전 고문이 이런 결정을 내리는 데 다소 부담을 줄여줬을 것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특정 정당에 소속되지 않더라도 개헌을 공통분모로 삼는 것만으로 뜻을 같이 할 수 있는 인사들이 얼마든지 있는 만큼 오랜만의 정계 복귀로 정치권에 기반이 빈약한 자신이라 해도 이들과 접촉해 협조를 이끌어낼 수만 있다면 그동안 자신이 추진해오려던 바를 훨씬 쉽게 이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개헌은 야권 뿐 아니라 여권 내에서도 꾸준히 제기되어온 이슈라는 점에서 이날 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시점에서 이전보다 훨씬 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새누리당 인사들을 포함해 다양한 인물들과 연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관심이 수그러든 ‘제3지대론’도 손 전 대표의 정계복귀를 계기로 대선판도의 ‘핫키’로 다시 부상할 가능성도 없지 않은데, 그간 제3정당이지만 ‘제3지대론’의 등장에 그나마 남아있던 입지를 빼앗길까 가장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는 국민의당에서 손 전 고문의 이 같은 움직임을 막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영입 시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 손학규 탈당에 민주당-국민의당 희비 엇갈려

실제로 이날 손 전 대표의 정계복귀 소식을 접하자마자 국민의당에선 이날만 해도 여러 차례 노골적인 러브콜을 보냈는데,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야당의 훌륭한 인재가 다시 정계 복귀해 야권으로 돌아오는 것은 쌍수 들어 환영한다”며 “국민의당으로 와서 강한 경선을 통해 꿈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손 전 고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며 “이제 (손 전 고문이) 서울에 있으니 더 자주 만날 수 있겠다”고 덧붙여 예전처럼 대면 접촉에도 빈번하게 나설 것임을 암시했다.
이 뿐 아니라 박 위원장은 이날 손 전 고문이 복귀 선언을 통해 민주당 탈당 의사를 밝히자마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당적을 이탈했기에 열린정당 국민의당과 함께하자고 거듭 제안한다”며 한층 적극적으로 영입 의사를 표출하기도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같은 당 안철수 전 대표 역시 손 전 고문의 정계 복귀 소식을 접한 이날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여성 리더십 아카데미’ 참석 직후 기자들에게 “지금 국가가 위기 상황인데 한 사람이라도 더 힘을 합해야 할 때”라며 “이제 정계 복귀하시면 아마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손 전 대표와의 접촉 가능성을 열어놓기도 했다.
앞서 안 전 대표는 지난 8월 28일 강진에서 이미 손 전 대표와 회동한 바 있는데 당시 국민의당 입당 여부를 확인해봤든지 차기 대선후보경선 방식을 논의했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날 향후 행보와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이 쇄도하자 손 전 고문은 회견 직후 일단 “나중에 기회가 많이 있을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런 가운데 손 전 고문의 이날 복귀 선언으로 만면에 희색이 돌고 있는 국민의당과 달리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쪽은 다름 아닌 친정인 민주당이다.
손 전 고문은 이날 정계복귀 회견에 앞서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회동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여기서 미리 당적을 버리겠다는 의사를 내비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날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손 전 고문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적만큼 큰 자산이 어디 있겠나, 그것마저 내려놓으시겠다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표현을 안 하시긴 했다”며 “명시적인 당적 문제는 유보해달라고 민주당 의원들이 많이 요청했고 저는 손 고문이 민주당 당적으로 대선 경선까지 나가길 바랐는데 본인은 당적도 큰 자산 중 하나로, 내려놓는데 포함하신 것 같다”고 내내 아쉬워하는 심정을 드러냈다.
특히 이 의원처럼 민주당 내 ‘문재인 대세론’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비노계에선 몇 안 되는 민주당의 비노계 대선주자로 꼽을 수 있는 손 전 대표의 이탈이 뼈아프게 느껴질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손 전 대표의 복귀만으로 제3지대가 본격 추진·확대될 가능성은 아직 섣부른 판단이라는 목소리도 없지 않아 손 전 대표의 정계복귀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정계개편의 불씨가 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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