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시장 조성 자금은 각국 범죄조직 자금줄 될 우려 높다 주장
저소득층과 청소년, 유흥업소를 겨냥한 중국·필리핀산 밀수담배가 급증하면서 이들의 건강마저 위협받고 있다.
중국산 밀수담배의 경우 국산 담배보다 발암물질인 타르가 최고 15배에 달하고, 불법 제조 과정에서 각종 중금속 등 이물질이 포함된 채 인터넷이나 암거래를 통해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원가를 낮추기 위해 잎담배를 가공해 생산하는 대신 중국 전매청의 정규공장에서 쓰다가 남은 원료를 모아서 만들기 때문에 품질면에서도 조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은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이 13일 밝힌 ‘밀수담배에 대한 국내 실태조사’ 결과 밝혀졌다.
13일 박재완 의원에 따르면 중국·필리핀·베트남산 밀수담배의 국내 판매루트는 크게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온라인 판매와 외국인 근로자와 저소득층 밀집지역인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서울시 가리봉동, 부산 국제시장(일명 ‘깡통시장’) 등을 중심으로 한 현장판매가 주를 이루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12일에는 국제 항구에서 판매하는 면세 담배를 대량으로 사들여 유흥업소 등에 24억원어치를 판매한 일당 38명과 중국에서 가짜 한국 담배 3만2500갑을 밀수한 3명 등 불법 담배를 거래한 65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중국산 밀수담배가 건강위협=중국 밀수담배는 국산담배에 비해 타르는 최고 15배, 니코틴은 최고 12배를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담배인 ‘천평(天平)’의 경우 타르가 15㎎, 니코틴은 1.1㎎으로, 한국의 더원(THE ONE)의 타르 함유량 1.0㎎, 니코틴 0.1㎎보다 11~15배 가량 높았다.
13일부터 출시되는 ‘더원 영점오(THE ONE 0.5)’의 타르(0.5㎎),니코틴(0.05㎎) 함유량과 비교하면 무려 22~30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타르와 니코틴 성분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독한 담배’란 얘기다. 물론 타르양이 적은 ‘순한 담배’가 고타르 담배에 비해 덜 해롭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중국 밀수담배가 몸에 해로운 타르와 니코틴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문제다.
타르는 43종의 각종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으며 매우 적은 양으로도 작은 동물이나 곤충을 죽일 수 있는 맹독성을 가지고 있다.
니코틴 역시 아편과 같이 담배의 습관성 중독을 일으키는 마약성 물질로 지속적으로 흡입할 경우 말초혈관을 수축해 혈압을 높이고 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켜 동맥경화증을 악화시키며 소화기 궤양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암시장 왜 커졌나=2004년 12월 담뱃값이 500원 오르면서 가짜·면세담배의 밀수도 덩달아 급증했다.
한국 담뱃값이 오르면서 중국과 필리핀산 담배와의 가격차가 커져 암시장이 형성될 좋은 조건이 마련된 것이다.
실제로 국내에 밀반입·판매되는 필리핀산 담배 등을 포함한 동남아시아의 담배가격은 한국 담뱃값의 10~30% 수준으로 매우 저렴하다.
한국담배 가격 2.63달러를 100으로 놓고 비교하면, 필리핀이 16%(0.42달러)로 가장 낮고 베트남이 27.8~38.0%(0.73~1.0달러)로 가장 높다.
중국의 경우 63.5%(1.67달러) 수준으로 한국 담뱃값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재완 의원은 “복지부 계획대로 담뱃값이 추가로 500원 인상될 경우 한 갑 당 3.16달러로 미얀마·인도네시아 등에 비해 10배나 비싸지게 된다”며 “이처럼 주변국들과 우리나라의 담뱃값이 큰 차이가 나면 범죄조직을 통한 담배밀수가 폭증하는 사태가 발생해 더 이상 예방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허술한 통관절차도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지난 5월 부산경남본부세관이 발표한 중국산 가짜담배 밀수적발 사건에 연루된 담배 유통업자 A씨는 “가짜담배가 10번 들어오면 1번 잡기도 어렵다”고 털어놨다.
올해 관세청이 파악한 담배밀수 현황은 적발건수 109건, 총금액 73억원에 이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담배 밀수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건보재정 악영향?=가장 큰 문제는 담뱃값 인상에도 담배를 끊지 못하는 빈곤층과 일반 시중에서 담배를 구입하지 못하는 흡연 청소년들이 이같은 ‘독한’ 밀수담배의 주 타깃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담배 암시장에서 불법적으로 밀수담배를 구입하고 있다.
밀수담배에 노출된 저소득층과 청소년의 경우 장기적으로 건강에 악영향을 미쳐 건강보험료 지출이 늘어나면서 결과적으로 건보재정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특히 담뱃값 인상을 통해 흡연율을 낮추고, 이를 통해 마련된 건강증진기금 중 일부를 건강보험 재정에 투입하려던 정부의 구상이 뿌리 채 흔들릴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품담배의 소비량 감소가 담뱃값 인상을 통해 확보하려던 각종 조세와 부담금의 감소로 이어져 향후 건강증진사업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재완 의원은 “정부가 담뱃값 인상정책을 고수하는 한 우리나라 담배시장은 결국 암시장에 의해 무너지고, 암시장에서 조성된 자금은 각국 범죄조직의 자금줄이 될 우려가 높다”며 “담배에 부과되는 조세와 부담금의 추가인상에 대해 정부가 좀 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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