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의 희망, 드디어 불 지피나
경기회복의 희망, 드디어 불 지피나
  • 오공훈
  • 승인 2004.04.0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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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지표만으로는 이미 ‘청신호’
산업생산 증가세가 커지고 7개월 째 동반 감소세를 보이던 설비투자와 소비자 살아나는 등 경제지표만 보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꽁꽁 얼어붙은 채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경제지표의 호전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에 대한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경기회복의 희망 보여준 2004년 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04년 2월중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2월중 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증가하며 9개월 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증가폭은 지난 2000년 8월의 22.2% 이후 3년6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생산이 크게 증가한 것은 지난달 조업가능일수가 하루 늘어난 데다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월중 출하 역시 14.3% 늘며 42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내수 출하는 71.%를 기록해 증가세로 반전됐으며, 수출 출하는 호조세가 지속되면서 14.3% 늘었다. 생산과 출하가 증가하면서 평균가동률은 83.5%로 전달에 비해 3.1%포인트 올랐다. 이는 지난 87년 10월의 83.9% 이후 최고 기록으로 기업들이 투자 대신 기존 설비를 최대한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민간소비지표인 도소매판매는 영업일수와 주말 등이 늘면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 증가해 1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도매업과 소매업이 각각 4.9%, 1.4% 늘어난 반면, 자동차 및 연료는 5.3% 줄어 감소세를 이어갔다. 2월중 설비투자 역시 2.1% 늘며 8개월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기계류 내수 출하와 기계수주가 각각 0.7%, 12.7% 증가했고 건설기성은 5.4% 늘어난 반면 건설수주는 23.9% 감소해 전달에 이어 큰 폭의 감소세를 이어갔다. 한편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8포인트 증가하며 6개월 째 플러스를 기록해 상승국면임을 분명히 했다. 또 6~7개월 뒤의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 역시 전달에 비해 0.3%p 늘며 7개월 째 오름세를 기록, 향후 회복 전망을 밝게 했다. "경제지표 호전을 경기회복 신호로 보기 어렵다" 이처럼 그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던 소비와 설비투자가 나란히 증가세로 반전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본격 회복을 속단하기에는 이르지만 지표 상으로는 작년 하반기 이후 경기가 회복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경제지표 호전을 본격적인 경기회복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전문가는 "올 2월은 지난해에 비해 하루가 더 길었고 설 연휴도 없었기 때문에 지난해와 단순 비교는 무리"라며, "지난해와 기준을 비슷하게 하기 위해서는 1~2월 누계로 보는 것이 타당한데 이렇게 할 경우 민간소비지표 중 하나인 소매 판매가 0.6% 감소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또 "1~2월 누계로 봤을 때 소비가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나아진 것은 분명하나, 개선 속도는 기대보다 빠르진 않다"고 평가했다. 다른 전문가는 "산업생산의 1~2월 평균 증가율은 10.6%로 지난해 4분기의 7.8%보다 늘어났지만 도소매판매는 마이너스 성장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수출과 내수 사이에 더욱 극단적인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특히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경기 호황일 때나 나타날 수 있는 83.5%를 기록한데 주목해야 한다"며 "이는 수출 호조로 인한 생산량 증가로 설비투자 압력이 높아져도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현재 상황은 '수출 증가 → 설비투자 증가 → 내수 회복'이라는 경기의 선순환구조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말이다. 또 다른 전문가는 "투자와 소비 관련 지표들이 반등 신호를 보이고 있으나 기술적 반등에 그치는 것"이라며, "경기회복의 영향으로 소비가 살아난다고 해도 속도는 매우 더딜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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