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불소추특권 해석 분분…檢, ‘대통령 수사 불가’에 무게

혹시 모를 역풍을 우려해 탄핵이나 하야 등에 대해선 선을 그으며 야당 주도의 거국내각을 주장했던 야권에서도 전국에서 일주일째 시국선언과 ‘대통령 하야’ 시위를 이어가며 연일 들끓고 있는 여론의 성화 때문에 보다 강경하게 나아가야 할지를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또 검찰 역시 수사가 진행될수록 문제의 최 씨와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던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해지는 만큼 전례 없는 ‘현직 대통령 수사’가 이번 수사과정에서의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 여부는 헌법학자들조차 견해가 갈릴 정도로 판단이 쉽지 않은 부분이다 보니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여론, ‘朴 대통령도 檢 수사대상’ 인식 비등
검찰에 출두한 최순실 씨가 지난달 31일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로 긴급체포 됐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제기된 혐의 대부분을 이틀째 부인함에 따라 일부 주변인에 대한 조사에 그칠 게 아니라 최 씨와의 관계를 인정하고 그의 전횡을 사실상 방조·묵인해온 박 대통령도 함께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지난달 31일 전국 성인 1088명을 상대로 휴대전화 RDD방식을 통해 조사한 뒤 이날 발표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0%P, 응답률 14.6%)를 살펴보면 박 대통령을 곧바로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74.6%에 달했으며 이번 사태 수습방안으로도 중립적인 특검을 통해 진상규명한 뒤 문책해야 된다는 의견이 41.4%, 즉각 대통령직에서 사퇴하고 새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37.7%나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뿐 아니라 엠브레인이 문화일보의 의뢰를 받아 지난 29~30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임의전화걸기 방식을 통해 실시해 1일 발표한 ‘국정농단 수습책’ 관련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 95%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12.2%)에서도 박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응답이 36.1%로 가장 많아 이번 사태에 대해 박 대통령도 즈저 한 발 물러선 채 관망만 하기엔 어려운 분위기다.
이처럼 박 대통령에게도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다는 여론이 비등함에 따라 그간 대통령 수사나 하야 등에 대해선 가급적 언급조차 삼가던 정치권에서도 야당을 중심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야권, “朴 대통령, 스스로 檢 수사 받으라” 촉구
더불어민주당에선 우상호 원내대표가 1일 오전 국회에서 가진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박 대통령이 최순실과 친분이 없었다면, 그리고 최순실에게 힘을 싣지 않았으면 생기지 않았을 사건”이라며 “이 문제의 가장 핵심 증인은 사실 박 대통령”이라고 날을 세웠다.
우 원내대표는 이어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으면 최순실을 포함한 각종 피의자의 범죄를 확정하기 어렵다. 대통령 스스로 국민에게 고백하고 스스로 조사 받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검찰 수사가 탄력 받고 신병 확보한 피의자들과 앞으로 처벌 받을 대상자들의 범죄혐의가 보다 명료해지도록 대통령이 조사 받기 바란다”고 압박수위를 높였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도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여론은 이제 ‘그런데 최순실은?’에서 ‘그런데 대통령은?’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국면전환용 인사나 거국내각으로는 민심을 돌릴 수 없다. ‘나부터 수사 받고, 나부터 처벌받겠다’는 눈물의 호소로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때 대한민국이 살고 정치권도 사태 수습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박 대통령을 몰아붙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박 위원장은 수사 중인 검찰을 겨냥해서도 “이 사건은 최씨 개인 비리가 아니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이고, 몸통인 박근혜와 최순실 밑에 중간 몸통이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다”며 “이제 국민과 언론은 서초동 검찰의 입만 쳐다보며 이 사건이 어떻게 종결되는가를 궁금해 할 것”이라고 대통령 수사에 나설 것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야권 대권주자들도 이 같은 압박대열에 동참했는데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대통령 스스로 관련된 사람들과 함께 검찰 수사를 받으시라”면서 “청와대 압수수색 등 검찰의 신속한 수사를 먼저 자청하고 검찰 수사에 협조하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역시 앞서 지난달 25일 “대통령도 당연히 수사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면서 “성역 없는 수사로 짓밟힌 국민들의 자존심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심지어 여당 내에서도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듯한 목소리가 나왔는데, 남경필 경기지사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1976년 동경지검 특수부는 당시 일본 정계 최대 파벌이자 실권자였던 다나카 전 총리를 ‘록히드 사건’의 배후로 지목해 체포, 구속했다”며 “우리 검찰도 이렇게 하지 못하란 법은 없다”고 글을 올려 일본과 마찬가지로 검찰이 최고 실권자에 대한 체포까지 각오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 대통령 ‘수사대상 포함’ 여부, 법리적 해석 분분

이렇게 여론 뿐 아니라 정치권에서까지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면서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목이 쏠리고 있는데, 일단 현행법(헌법 제84조)상 대통령은 내란·외환 관련 범죄를 범하지 않은 이상 재직 중엔 형사소추가 면제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미 최씨가 받고 있는 10여 가지의 혐의 중 박 대통령이 연루된 정황이 일부 드러나고 있는데다 지난달 25일 대국민사과에서 박 대통령 스스로 최씨의 연설문 개입과 관련해선 이미 인지하고 있었음을 시인한 바 있어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인 만큼 현직 대통령이라도 검찰 수사는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주장 중 광주지방검찰청 부장검사 출신인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이나 금품 출연 관계를 직접 보고 받고 챙겼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미르에는 486억원, K스포츠재단에는 288억원이 투입됐는데, 이 돈을 받은 주체를 대통령으로 본다면, 또 (최순실 씨가) 대통령을 대신해서 재단을 세워 돈을 받는 형태를 취했다면, 대통령이 포괄적 뇌물죄에 해당한다”며 검찰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1일 보도자료를 통해 역설하기도 했다.
또 야권은 헌법상 대통령 불소추특권이 있더라도 소추가 안 되는 것일 뿐 수사는 가능하다는 논리도 펴고 있는데, 문제는 이 ‘불소추특권’에 대한 해석은 학계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어 쉽게 단정하기는 어려운 사안이다.
다만 현재로선 성역 없는 수사를 내세워온 검찰이 대통령만은 소위 ‘성역’에 포함시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김현웅 법무부장관은 지난달 27일 국제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불소추 특권에 수사도 포함되느냐는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수사대상도 되지 않는다는 게 다수설”이라고 발언한 바 있는데다 특별수사본부장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까지 “대통령은 형사소추 대상이 아니다”라고 일축했었던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렇다면 검찰이 대통령을 수사하기 위해선 지금도 야권에서 종용하듯 박 대통령 스스로 자신도 수사 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검찰에 밝히는 수밖에 없는데, 이미 청와대 측은 얼마 전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도 불승인사유서를 제출하는 등 마찰을 일으킨 데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 역시 언론을 통해 연일 불거지는 청와대 연루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이 수사할 사안”이라며 별 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아 박 대통령 스스로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나올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입장을 번복할 유일한 변수는 지금보다 여론이 더 악화돼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나 하야 요구가 한층 강해질 경우 외엔 딱히 없다시피 한 상황인데, 향후 있을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가 박 대통령 수사 여부를 공론화하는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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