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준비하는 또 다른 시선
죽음을 준비하는 또 다른 시선
  • 고미정(R)
  • 승인 2006.09.13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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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없는 내인생' 신파형 시한부 NO~
열심히 살아오던 한 사람이 갑작스런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특히나 기구한 운명을 가진 비련의 여주인공 일수록 백혈병, 말기암 등의 병마가 쉽게 찾아온다. 지고지순한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며 맞이하는 죽음. 때로는 살고 싶어 몸부림을 치기도 하고, 때로는 안타까움에 통곡을 하기도 한다. 남겨진 사람들은 떠난 사람을 잊지 못하여 눈물로 남은 세월을 보낸다. 그러다 먼저 간 사람을 따라가기도 한다. 한국적 신파 멜로의 가장 흔한 주제는 바로 불치병, 그리고 시한부 인생이다. 현실에서는 그렇게도 걸리기 힘들다는 병들이 왜 열심히 살아가는 주인공들에게 쉽게 찾아오는지…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마다 뻔한 죽음에 이제는 면역이 생길 정도이다. 하지만, 2006년 조금은 다른 죽음에 대한 태도를 그려내고 있는 영화와 드라마가 화제가 되고 있다. 열혈 형사 최장수의 가슴 아픈 가족과의 이별을 그린 드라마〈투명인간 최장수〉와 담담한 태도로 자신의 죽음을 주체적으로 준비하는 젊은 엄마 앤의 이야기를 그린〈나없는 내인생〉이 바로 그것. 가족보다 일을 먼저 생각하는 형사 최장수. 첫사랑이던 아내는 악착같이 일해 집안을 건사한다. 점점 멀어지는 부부 사이. 하지만, 경찰업무에 시달리며 지속적으로 뇌에 충격을 받은 최장수는 알츠하이머라는 어이없는 병을 얻게 된다. 사랑했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잊고 점점 생명을 잃어가는 최장수. 결국 그는 인사하고 싶은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여 살아있는 장레식을 치르고 사랑하는 부인에게 신장을 기증한 후, 생을 마친다. 영화〈나 없는 내 인생〉에서 주인공 앤은 23살의 젊은 나이에 자궁암 말기 판정을 받는다. 특히 어려운 환경에서 열심히 살아오던 앤에게 닥친 이런 비극은 흔히 보아오던 설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영화에서 앤은 시한부 삶에 절망하기 보다는 죽기 전에 하고 싶은 10가지 목록을 만들며 삶을 정리한다.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 해야 했던 일,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을 위해 해야 하는 일. 〈나 없는 내 인생〉과〈투명인간 최장수〉는 시한부 인생에 대한 변화된 시각을 보여준다.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그 운명 안에서 스스로가 삶에 대한 태도를 결정하고 후회를 남기지 않는 행동을 하는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죽어가는 사람에게는 그 나름대로 소중한 삶이 있음을, 그리고 떠나는 사람과 남아있는 사람들이 이후의 삶을 함께 준비해 나가는 모습에서 시한부 인생을 통해 인생의 참된 의미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든다.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과 처절한 절규 없이도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 가를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는 이 두 편의 작품을 통해서 관객들은 자신에게 남아있는 삶에 최선을 다해서 감사하게 살아나가야 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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