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애환 담은 통일호 열차 사라져, 교통비 증가에 걱정도 두 배
4월1일부터 고속철도가 개통되면서 전국의 생활권은 반나절권으로 줄어들었지만 서민들의 고통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통일호의 운행이 전면 중단되는데다가 새마을호·무궁화호가 대폭 감축돼 교통비 부담은 지역에 따라 2~3배 증가하고 선택폭은 오히려 좁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장거리출장이 잦은 직장인과 학생, 서민들은 일반열차 편성의 확대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통일호 감소로 요금은 두배 이상
포항-동대구의 경우 그동안 하루 1500여명의 학생과 직장인 등이 9편(왕복 18편)으로 운행되던 통근열차를 이용했으나 4편으로 감소해 평소 이용하던 시간에 열차를 타기 위해서는 통일호(2700원)의 3배 이상인 새마을호(8600원) 승차권을 구입해야 한다. 또 포항-부전 구간도 하루 3차례 운행되던 통일호 열차가 4월 1일부터 중단되고 무궁화호 1편이 대체 투입돼 통일호 요금 3500원의 배 이상인 7900원을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므로 경제적 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됐다.
이로 인해 포항지역 죽도시장상인연합회와 죽도시장번영회 등 3000여명의 회원들로 구성된 죽도시장 8개 상인단체는 지난 25일 철도청에 진정서를 내고 "통근열차 축소는 직장인과 학생들의 비용부담을 늘리는데다 낮 시간대 통일호 폐지는 죽도시장을 비롯한 포항지역 재래시장 상권을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며 동대구-포항간 철도운행체계 변경안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경춘선의 청량리-춘천 구간도 통일호 열차 4편의 운행을 중단해 요금부담이 2700원에서 무궁화호의 5200원으로 배 가까이로 증가하게 됐다. 특히 오전 5시40분의 첫차와 밤10시20분의 막차를 없애기로 해 서울까지 출퇴근하는 직장인과 대학생·상인 등 지역 주민들은 당일 왕복이용이 어려워지자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천안·평택은 출퇴근 전쟁
천안이나 평택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민들도 출근 시간에 서울행 일반 열차편이 평소의 3분의 1로 줄어들어 출퇴근 전쟁을 겪어야 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천안역에서 10리 정도 떨어진 고속철 전용 천안·아산역을 이용해도 서울행 고속철의 운행 편수가 예상보다 적고 연계 대중교통편도 부족해서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천안에 사는 한 회사원은 "아무래도 시간이 맞질 않아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 거의 대다수가 KTX를 이용할 수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고속철이 지나지 않는 평택과 조치원, 수원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승객들은 일반열차의 운행 편수가 줄어들면서 종전보다 더 불편해졌다.
평택역의 경우 오전 6시부터 9시 사이의 서울행열차가 5편 운행돼 왔으나 고속철로 인해 2편으로 줄어들게 되었고 이 때문에 철도청을 비롯한 관계부처의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천안과 평택 시민들의 항의성 글이 가득하다.
이에 대해 철도청은 고속철 열차가 기존 일반철도 선로를 함께 나눠 써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어쩔 수 없다고 해명한다.
철도청, "탄력적으로 운행할 것"
철도청에 따르면 고속철도 개통으로 경부선의 경우 새마을호는 63편에서 28편으로, 무궁화호는 69편에서 20편으로 감축 운행되고 호남선도 새마을호는 16편에서 8편으로, 무궁화호는 40편에서 22편으로 줄어들게 된다. 또 통일호 열차가 폐지되면서 교외선 6편, 경원선 9편, 경춘선 4편, 경전선 6편, 영동선 2편, 장항선 4편, 충북선 2편, 동해남부선 11편 등 비수익성 노선 44편의 열차 운행이 중단된다.
이와 관련, 철도청 관계자는 "고속철도 개통으로 열차운행체계를 전면 개편하게 돼 이용객이 없는데다 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이 있는 노선이 폐지·감축됨에 따라 서민들의 요금부담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나 고속열차 투입으로 전체적인 운행 횟수는 20 % 이상, 좌석수는 배 이상으로 증가한다"며 "앞으로 여객수요 등을 파악해 탄력적으로 열차운행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시민들은 전국을 2시간대의 생활권으로 좁혀주는 고속철이 일부 수도권 지역 주민들에게 소외감과 불편을 안겨주지 않도록 정책 당국의 세심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고속철 운임, 제대로 알고 할인 받자
한편 철도청에 따르면 고속철도 운임이 기존 서민 교통수단에 비해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이용패턴에 따라 다양한 할인제도를 활용하면 얼마간은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월 30차례 이상 일정한 노선을 이용하는 통근ㆍ통학자는 정기권이 유리하다. 예를 들어 서울-대전 구간 편도 운임이 1만9,700원이므로 15차례 왕복을 하면 59만1,000원이 드는 반면 월 정기권(45만6,000원)을 구입하면 한달 내내 몇 번을 타도된다.
월 10~20차례 고속열차를 타는 경우라면 할인카드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할인카드는 일종의 맴버십 카드로 2만5,000~10만원짜리(6개월 기준)를 구입하면 승차권을 구입시 20회에 한해 평일 30%, 주말 15% 할인을 받는다.
또 6개월간 서울-대전을 10번 왕복할 경우 39만4,000원이 들지만 할인카드를 사면 카드값 7만원(비즈니스 카드)에 할인요금 27만5,800원으로 5만원 가까이 절약하는 셈. 할인카드에는 비즈니스 카드 외에 동반자 9명까지 할인요금을 적용 받을 수 있는 동반카드와 청소년카드, 경로카드 등이 있다.
고속철도를 아주 가끔 이용하는 경우라면 예매를 서둘러 할인혜택을 받도록 하자. 출발일 한 달 전에 예매하면 기준요금의 20%, 보름 전까지는 15%, 일주일 전까지 예매하면 7%가 할인된다. 6세 미만 유아는 75%가 할인된다. 뿐만 아니라 자유석 승차권의 가격은 일반 승차권보다 몇 백원 싼 대신 지정좌석이 없는 17~18호 차에 타야 하고, 운이 나쁠 경우 서서 갈 수도 있다. 대신출발시간 1시간 전후의 모든 고속열차를 탈 수 있기 때문에 시간 활용에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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