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개각 카드’, ‘최순실 정국’ 돌파 가능할까
朴 대통령 ‘개각 카드’, ‘최순실 정국’ 돌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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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정부 출신 ‘김병준’, DJ 비서실장 ‘한광옥’ 인선…과거 野 출신 내세워
▲ [시사포커스 이광철 기자]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박 대통령 '깜짝'개각 관련 야3당 원내대표 회동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최순실게이트’로 일각에서 하야 요구까지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로 했는지 지난 2일 돌연 개각을 단행했다.
 
일단 이번 인사 개편 결과를 보면 과거 야권 출신 인물을 포함시켰다든지 호남 지역 안배를 했다는 부분을 강조한 측면이 강한데, 청와대 측은 이를 나름 중립적 인사조치한 것이라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거국중립내각 구성 여부를 놓고 공방이 이어지고 있던 와중에 별 다른 협의 없이 청와대에서 일방적으로 개각 인사를 발표했다는 점에서 야권은 물론 여당 일부에서도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때문에 야권에선 벌써부터 국무총리 인준 절차를 거부하기로 3당이 합의하는 등 실력행사로 맞서겠단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고 판단한 박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내놓은 이번 인사카드가 위기를 돌파할 묘수가 될지, 아니면 하야 여론을 더욱 부채질하는 자충수가 될 것인지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靑 개각 등 인사개편, 협의 없는 ‘일방 결정’ 논란
 
청와대는 2일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던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신임 국무총리로 내정한 데 이어 3일엔 김대중 정부 시기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던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을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이들 모두 야권 정부 당시 청와대에 있었던 인사들로 중립인사라는 색채를 부각시키려는 청와대의 의도가 다분히 드러나고 있는데, 여기에 이번에 새로 임명된 임종룡 신임 경제부총리, 박승주 신임 국민안전처 장관는 호남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번 인사 결과에 대해 지역 안배까지 고심해 내놓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일반적인 상황이면 모를까 대통령 하야 요구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의 ‘비선실세 국정농단’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이 정도 ‘이미지 인사조치’만으로 수습하기에는 청와대가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다 인사 결과 그 자체보다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사태 수습에 있어 그 과정이나 절차를 제대로 밟는 게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무엇보다 소통을 소홀히 한 채 그간 박 대통령이 비선 실세의 뜻에 의존해 국정을 운영해왔다는 비판이 비등한 만큼 아무리 야권에서 분명 반대할 것이라 생각했더라도 일방적으로 개각인선을 발표하기보다는 비록 사태 수습에 좀 더 시간은 걸릴지언정 야권과 협의하려는 모양새라도 갖췄어야 그나마 비판 여론이나 야권의 반발을 최소화할 명분을 세울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야권은 협의는 물론 제대로 통보조차 없었다며 청와대의 인사개편 내용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심지어 야당은 고사하고 여당인 새누리당에도 청와대가 인사 발표 당일에야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에게만 미리 알려줬을 뿐 최고위원들은 언론을 통해 공표되기 전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주장까지 나와 논란은 더 확대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여야 모두에 사전 고지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어떤 연락조차 받은 적이 없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고, 국민의당에선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정진석 원내대표로부터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 등을 문자로 받았을 뿐 청와대 측으로부터는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야권은 끝내 야권과 협의해 총리 인선을 결정하는 거국중립내각이 아니라 대통령이 국무총리를 임명하는 책임총리제 형태로 개각이 이뤄졌다는 데 대해서도 벌써부터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의 원내대표는 지난 2일 국회에서 모여 박 대통령에 개각 철회를 요구하는 것은 물론 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거부하기로 뜻을 모았다.
 
만일 야권이 끝까지 개각인사들에 대한 청문회를 거부해 보고서 채택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각료들을 임명하는 데에는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국무총리의 경우 국회 인준을 거쳐야만 한다는 점에서 여소야대 구도에 비쳐볼 때 박 대통령이 인선을 강행한다고 해도 총리는 낙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더불어민주당 정책조정회의가 3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리고 있다. 이날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국회 긴급현안질의와 국정조사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이 합의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고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에게 “스스로 총리지명수락을 철회해 달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야권에선 우선 이번에 새로이 임명된 인사들을 향해 자진해서 고사할 것을 종용하고 나섰는데,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김병준 신임 총리 내정자를 겨냥 “어차피 야3당이 인준을 거부하고 부결시키기로 합의했는데 굳이 명예를 더럽히면서 총리를 계속 하겠다고 할 이유가 없지 않겠나”라며 “스스로 지명 수락 의사를 철회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국민의당에선 최경환 의원이 같은 날 원내정책회의에서 김 내정자에게 “권력욕과 야심이 꿈틀거린 결과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온다”라며 “김 교수 스스로 총리직을 반납해야 한다”고 압박수위를 높였다.
 
◆ 김병준, “국정붕괴 좌시하기 힘들어”…총리직 수용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권의 표적이 된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는 3일 오후 금융감독원 연수원 회의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이 붕괴되는 상황을 보고 그대로 있기가 힘들었다”며 총리직 수용 의사를 분명히 했다.
 
대신 김 내정자는 “국무총리가 되면 헌법이 규정하는 국무총리로서의 권한을 100% 행사할 것”이라며 “모든 것을 국회 및 여야 정당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정치권에 손을 내밀었다.
 
이 같은 약속이 허언이 아니라는 듯 그는 “상설적인 협의기구와 협의채널을 만들어서 여야 모두로부터 그 동력을 공급 받겠다. 완전하진 않겠지만 거국중립내각이 구성될 것”이라며 “국무총리실의 기능과 조직 개편하는 것도 고려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뿐 아니라 김 내정자는 이날 최순실게이트 수사와 관련해서도 “대통령을 포함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며 검찰이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나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데 이어 국민의당 등에서 주장해온 박 대통령의 탈당 문제에 대해서도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의 탈당을 건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피력했다.
 
이처럼 김 내정자가 박 대통령을 압박할 수 있는 주장에도 적극 동조의사를 표한 것은 선제적으로 야권 입장을 적극 반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쳐 국회에서 총리 인준을 받겠다는 계산이 없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러면서도 자신이 총리직에 집착한다는 인상을 줄까 경계했는지 그는 “저를 받아주지 않으면 두말없이 야3당의 입장을 수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김 내정자의 호소에도 야권은 이날 ‘인준 거부 입장엔 변함없다’고 확실히 못 박았는데, 그러면서도 회견 이전 김 내정자를 맹비난했던 반응과 달리 회견 뒤엔 ‘개별 이야기에 대해 시시비비하고 싶지 않다’며 그저 야3당 간 이미 인준 거부키로 합의했다든지 박 대통령이 협의 없이 기습 개각을 단행한 점만 문제 삼을 뿐 김 내정자를 직격하는 발언은 일절 내놓지 않았다.
 
일각에선 갑자기 야권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김 총리 후보자가 야권과 모두 협의할 수 있다고까지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이를 일축하기만 한다면 현재 정치권의 혼란을 수습하려하기보다 그저 국정 공백 상태를 장기화시켜 반사이익을 노리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의식했기 때문이라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지금이야 최순실게이트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보니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여론이 높아 이를 등에 업고 인준 반대 입장을 고수할 수 있어도 향후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수습 필요성이 제기될 즈음 국회에서 총리를 인준 절차를 밟게 된다면 지금처럼 여 쉽게 인준을 거부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에 야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박 대통령의 탈당이나 진정성 있는 사과 등 야권의 요구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음에도 정부를 도와 사태 수습에 들어가게 되면 정권 교체 명분으로 내세울 수 있는 모처럼의 호재를 흘려버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대로 협조하기도 마땅찮은 상황인데, 일부에선 이 같은 딜레마의 근본적 원인은 야권이 정권교체를 위해 그저 이번과 같은 정부여당의 악재에만 기대려 할 뿐 스스로는 별 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한다는 데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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