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대학이 내년부터 수시모집을 폐지한다.
뉴욕 타임스는 12일 2008년부터 하버드 대에 입학하려는 학생들은 1월 정시모집에 응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수시모집을 폐지한 것은 하버드 대가 아이비리그 대학 중 유일하다. 지난 5월 델라웨어 대학에서도 수시모집 폐지를 발표한 바 있다.
하버드 대는 지난 30년간 수시모집제도를 운영했으며, 지금까지 가을 수시모집에서 신입생 정원의 3분의 1을 충원해 왔다. 지난해 하버드 대 입학생 813명 중 38%가 수시모집으로 들어온 학생이었다. 다른 명문대학들의 경우 우수 학생을 선점하기 위해 수시모집의 정원을 절반 이상으로 늘리는 경우도 있었는데, 하버드 대가 수시모집을 포기함에 따라 앞으로 미국 대학의 입시제도 전반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버드 대가 수시모집을 폐지한 이유로는 수시모집이 저소득층 입시생에게 불리하다는 여론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데릭 복 하버드 대 총장대행은 “수시모집은 부유층 학생들에게 이중의 혜택을 주는 경향이 있다”고 규정했다.
이는 미국의 입시제도가 지나치게 복잡해 수천 달러를 내고 진학 자문을 받는 부유층 입시생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수시모집에 합격할 경우 다른 대학에 지원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는, 복수의 대학에 합격한 이후 받을 수 있는 장학금 혜택을 비교해야 하는 저소득층 학생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으로 지적돼 왔다. 특히 수시모집으로 학생들의 ‘묶어놓기’에 성공한 일부 대학들은 2~3배의 입학금을 받아내기도 했다.
하버드 대의 이번 결정을 두고 그 영향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메를리 존스 입학처장은 “다른 대학들도 현행 제도를 재검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롤런드 홀 세인트 마크 스쿨의 상담책임자 브루스 헌터는 “몇 개 대학 외에 이 선례를 따를 대학이 더 있을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한국 교육개혁의 모델이 되어온 미국 대학의 수시모집 폐지가 앞으로 국내 입시전형제도에도 다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