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중모색’ 이정현 체제, 출구 찾을 수 있나
‘암중모색’ 이정현 체제, 출구 찾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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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사퇴’ 놓고 친·비박 충돌 격화…‘구당 결사체’ 주장도
▲ [시사포커스 이광철 기자]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제 2회의실에서 열린 최순실 사태와 관련하여 당 대표 최고위원과 중진의원들과 연석 간담회에 참석해 굳은 표정으로 발언을 듣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유일한 비박계 최고위원인 강석호 최고위원이 사퇴한 데 이어 김무성 전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 탈당을 요구하는 등 비박계의 압박수위가 이전과 달리 대폭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친박 지도부는 여전히 어떤 사퇴 조짐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친박계에서는 비박계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박 대통령의 거취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절대 물러설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자칫 이정현 대표의 ‘버티기’가 비박계를 자극한 끝에 분당이나 탈당 사태까지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친·비박 양 진영 내에서도 일부 의원들은 최악의 상황만은 막기 위한 대책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사퇴압박에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 이 대표가 점점 커져가는 비박계의 반발을 완화시키고자 재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시킬 것이란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 이 같은 쇄신책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비박계, 압박수위 강화…‘분당’도 감수
 
지난 7일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이 최고위원직에서 자진 사퇴하고 다음 날인 8일엔 나경원 의원도 당 인재영입위원장에서 사퇴하는 등 이정현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비박계의 압박이 가중되는 가운데 이 대표와 함께 당을 이끌어오던 정진석 원내대표마저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표가 난파선의 선장을 자임했는데, 나만이 배를 지킬 수 있다고 고집한다면 누가 노를 함께 저으며 풍랑을 헤쳐가겠느냐”며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방향으로 완전히 돌아서 이정현 체제는 그야말로 기댈 곳이 없어졌다.
 
심지어 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이 대표를 향해 분당 가능성까지 내비칠 정도로 적잖은 당내 의원들이 현 지도부에 반감을 드러냈는데, 김무성계로 꼽히는 비박계 김성태 의원은 8일 KBS라디오에서 “이정현 대표 체제에 대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변화가 없으면 갈라설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사실상 분당도 각오할 수 있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정 원내대표 역시 “당 지도부가 사퇴거부를 선언한 이후 공공연하게 분당 이야기가 흘러나온다”며 “만일 당이 분열한다면 박 대통령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막이 무너지게 된다”고 분당을 거론해 이 대표에 사퇴 압박을 가했다.
 
이렇게 외견상 분당 목소리까지 내는 것 외에도 비박계는 이정현 체제를 인정할 수 없다는 뜻에서 지난 8일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비박계 의원 15명이 모여 현 지도부와 별개의 지도부를 꾸려나가기로 했다.
 
이 모임의 간사인 황영선 의원은 이 새로운 지도부와 관련해 “임시 내각이나 망명 정부 같은 형태가 될 것”이라며 “(현 이정현 체제 사퇴 전까지 지도부) 역할을 대신해 당의 목소리를 낼 기구가 필요하니 매일 오전 모여 회의를 하기로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다만 이런 모습이 ‘분당’을 가속화하려는 의도로 확대 해석되는 데에는 일단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마찬가지로 비박계인 장제원 의원은 8일 TBS라디오에 출연해 “지금까지 산발적으로 당 쇄신을 요구하고, 당 지도부 사퇴를 요구했던 분들이 뭔가 시스템을 만들고 체계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공감대가 있었다”면서 “분당이나 탈당은 막자는 것”이라고 그 취지를 밝혔다.
 
아울러 장 의원은 “첫째는 당내 투쟁을 통해 새누리당을 바로 세우는 구당의 행동이 먼저”라며 “이제는 당 수습책, 쇄신책을 우리가 제시하고 또 의총 소집을 계속적으로 요구하고, 우리가 직접 대국민 메시지를 던질 수 있도록 어떤 구당결사체를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 등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다 보니 망명지도부란 얘기로 드러난 것”이라고도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근시일 내에 새누리당 의원 중 지도부 사퇴에 동참한 50여 명을 구성원으로 한 ‘구당 모임’이 발족할 것으로 관측되는데, 이와 함께 현 지도부 퇴진과 당의 발전적 해체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도 열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위해 비박계 중진 의원들은 9일 열린 ‘최순실 사태 진상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모임’이란 연석 간담회에서 오는 13일 당내 비박계 의원 뿐 아니라 당 소속 시·도지사, 원외당협위원장까지 참석하는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본격 논의해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던 황영철 의원은 직후 브리핑에서 “새누리당이 책임지고 반성하기 위해선 결국 우리가 해체를 포함한 새로운 길을 가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들이 상당히 있었다”며 “새누리당이 해체 수순을 밟고, 새로운 정당의 모습으로 가려면 결국 현 지도부 사퇴를 통한 새 길을 모색하기 위해 길을 터줘야 하는 것”이라고 현 지도부의 퇴진을 선결조건으로 거론했다.
 
황 의원과 더불어 간담회에 참석했던 오신환 의원도 기자들에게 “이정현 지도부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건 여러분도 잘 알 것”이라며 “새누리당이 갖고 있는 모든 문제, 현재의 역사 이런 것들이 발전적 해체되는 게 마땅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도 오 의원은 ‘해체’란 단어가 일견 ‘분당’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했는지 “당 해체라는 건 새누리당의 역할이 다 소멸됐다고 보는 것”이라고 부연한 뒤 “분당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면서 “어떻게 재창당 할 것인지, 새로운 방향에 대해 모색할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논의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 궁지 몰린 친박, ‘출구’ 모색 분주
 
이처럼 비박계가 친박계와 각을 세우며 별도의 체제로 나아갈 의지를 분명히 보이자 친박계에서도 이 국면을 수습할 출구전략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이미 친박계는 지난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진석 원내대표까지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데 대해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는 분위기인데, 당시 친박계는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뒤엔 정 원내대표가 입장을 선회한 데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은 물론 지난 국감에서 최순실 사태 관련 증인 채택을 저지한 책임 문제를 꺼낸 비박계 하태경 의원과는 고성까지 오가는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친박계로 꼽히는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 자신의 책임이라면서 원내수석직에서 자진사퇴하겠다고 전격 선언해 이를 번복하도록 만류하는 해프닝까지 일어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친박계는 일단 비박계의 공세에 격하게 반발하는 모양새인데, 박명재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 직후 비박계를 겨냥해 “주관적인 애당심이 때로는 객관적인 당을 망칠 수 있다”며 “지금 자제하고 신중하게 서로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데 자기 의견이 진리인 것처럼 말하니 문제가 생긴다”라고 맹비난했고, 염동열 수석대변인도 “지금은 좀 부족한 게 있으면 건드려서 부각시키는 것보다는 수습을 하고 하나가 된 다음 잘못된 부분을 고쳐나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친박계에서도 무작정 반발하기보다 난국을 돌파할 출구전략을 구상하는 데 부심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는데, 친박 성향 초선 의원 15명은 9일 오전 국회에서 모여 국정 정상화를 위해 중진협의체를 구성하자는 데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이날 참석자 중 한 명인 김순례 의원은 회동 직후 기자들에게 “중진의원들이 나서서 중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고, 정태옥 의원도 “오늘 회동에선 여러 사람이 당내 균열로 가선 안 된다, 국정이 이렇게 표류해선 안 되고 조속히 정상화돼야 한다는 데 여러 의원들이 의견을 줬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만 이날 회동 참석자가 대부분 친박계 의원들이었던 만큼 이 대표의 퇴진에 대해선 일언반구 언급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연일 당내에서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이 대표는 ‘재창당’을 언급하고 있는 비박계에 앞서 조만간 ‘재창당 준비위원회’ 발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대표는 자신이 구상 중인 ‘재창당 준비위원회’에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과 비박계 수장격인 김무성 전 대표는 물론 심재철·원유철·정갑윤 등 5선 이상 중진 의원 7명과 원내대표를 지낸 바 있는 유승민·최경환 의원 등 9명까지 포함시켜 당 쇄신에 나서는 한편 재창당준비위가 자리 잡게 되면 그 때 자신이 사퇴할 계획이라 밝히고 있다.
 
문제는 이 대표가 준비위의 핵심멤버로 꼽은 김 전 대표는 정작 이러한 시도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는데,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전략포럼 비상시국회의 토론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현 지도부 손으로 재창당위원회니 뭐니 아무리 만들어봐야 국민들이 인정하지 않는데 무엇이 당에 도움이 되겠느냐”며 해당 준비위 구성과 관련해 제안을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없다. 못 들었다”고 단번에 일축했다.
 
▲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의원회의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를 겨냥해 "최순실 국정농단의 진실을 은폐하려 했거나 비호한 분이 지도부에 계속 계신다면 우린 (총리 추천을) 협상하기 어렵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여기에 야당조차도 이 대표 체제를 여당 지도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는데,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순실 국정농단의 진실을 은폐하려 했거나 비호한 분이 지도부에 계속 계신다면 우리는 (총리 추천) 협상하기 어렵다”면서 “이 문제에 연루된 분들이 하루빨리 (거취를) 정리해주는 것이 정상적인 여야 협상에 도움이 된다”고 말해 어떻게든 돌파구를 마련하려 해도 이 대표는 사면초가 상황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 비박계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현 정권의 하야를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리는 12일을 이 대표가 거취를 결정할 마지노선으로 잠정 설정하고 있어 이 대표가 어떤 결단을 내릴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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