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후보군으로 동교동계 출신의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 정운찬·김황식·고건 전 총리 등이 물망에 올라 있으며 이밖에 듣도 보도 못한 이들까지 총리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무수한 총리 후보가 벌써부터 언급되고 있는 가운데 법 조항 하나도 옥신각신하는 정치권에 사실상 대통령의 권한행사를 하게 되는 실세 총리를 여야가 합의하여 뽑으라고 하는 것은 결국 후보를 내지 말라는 소리나 진배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남은 임기 1년여 동안 차기 대권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실세’ 총리를 지명하는 데 어느 누가 양보를 하겠느냐는 점을 감안한다면 국정 정상화가 시급한 마당에 여야가 합의해 후보를 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때문에 전체 국회의원 과반수 동의에 의한 선택 외엔 마땅한 대안이 없는 만큼 일단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총리 후보 선정을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해 5명 이내로 후보군을 압축한 뒤 내각책임제처럼 국회의원들이 해당 후보들을 놓고 무기명 비밀투표로 선출하는 방법이 가장 적절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차기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를 이끌어갈 실질적 국정운영 주체를 뽑게 되는 만큼 총리 후보 선정 기준도 분명 엄격해야 하는데, 우선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되지 않는 인물이어야 하며 어느 정당에도 소속되지 않은 인물, ‘예스맨’이 아닌 강력한 리더십을 지닌 인물, 또 국정경험능력과 정치력을 지녔으면서도 국민 뜻에 따라 여야 간 의견 차를 조율할 수 있는 인물을 후보로 세워야 공정하고 흔들림 없이 국정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상의 기준을 통해 나온 후보군 중 최종적으로 총리후보가 선출되면 정치권은 자기 정당에 또는 본인의 대권행보에 원치 않는 총리가 나왔더라도 그 총리가 소신껏 국정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그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세상 누구든 100% 동의할 만한 자격조건을 갖고 있는 최고의 총리후보를 선택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점에서 거듭 강조하지만 여야는 어떤 총리가 선출된다 해도 각자 불만을 토로할 게 아니라 시국이 이 지경에 이른 데 대해 함께 무한책임을 느끼고 힘을 다해 국정을 정상화하는 데 협조해야 한다.
또 대통령 역시 새누리당을 탈당하여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입장에서 형식적인 권한 위임이 아니라 새 총리가 제대로 국정을 운영해 나갈 수 있도록 마음을 비우고 실권을 위임하는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여야만 정치권의 원만한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으며 대통령 퇴진을 부르짖으며 광화문을 누비는 민심을 달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