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회장 첫 그룹 총수 소환 불명예

그룹 총수로는 처음으로 검찰에 소환되는 ‘굴욕’까지 더해지면서 포스코의 위상은 예전 만 못한 상태다. 포스코를 창업한 고 박태준 명예회장이 철강업계 거목으로 불리며 대한민국 철강역사를 써내려갔지만 언제부터인지 정권의 낙하산 인사와 나눠먹기 등 ‘주인 없는 기업’ 오명을 벗지 못하는 것도 위상 추락에 한 몫 했다.
◆포스코 회장 자리 ‘독이 든 성배’

11일 권오준 회장은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전방위적 검찰의 칼끝을 피하지 못한 채 조사를 받게 된다. 박근혜 정권 아래 비선실세 최순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업을 압박해 출연금을 모금하는 과정에서 포스코 역시 49억원을 냈다. 여기까진 굳이 그룹 총수가 검찰에 소환될 가능성은 낮았다.
하지만 최순실씨 측근이며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씨가 포스코 광고회사 포레카 지분을 강탈한 혐의로 체포된 가운데 권 회장이 이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어 이를 확인하기 위해 검찰이 권 회장을 소환해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포스코 임직원들은 “올 것이 왔다”며 포스코 회장이 검찰에 불려가는 것에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임직원들이 이같은 마음이 드는 이유는 역대 포스코가 정권의 외풍에서 흔들려 회장이 검찰에 불려나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사건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임직원들은 설마 했지만 차씨가 귀국해 체포되면서 실제 상황으로 이어졌다.
검찰은 권 회장이 11일 7시에 검찰에 출두할 것을 알렸다. 포스코 관계자는 “참고인 신분이라면 전일 소환이 확정된 것을 감안해 오전에 부르고 저녁까지 조사를 마치면 되는데 굳이 저녁 시간에 부른 것을 보면 심리적인 압박을 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동안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 롯데, 한화, CJ, KT 등 오르내리고 있는 기업들이 있음에도 그룹 총수로서 먼저 포스코가 불려나간 것인가에 대해 많은 이견들이 있지만 여타 그룹들은 재벌 오너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면 포스코는 전문경영인이 경영하다보니 검찰에서 만만한 상대를 고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룹 총수로는 처음 타자로 포토라인에 서게 된다. 검찰은 권 회장을 소환해 K스포츠재단의 배드민턴팀 창단비용 요구 문제, ‘포레카’ 매각 배경과 경위, 광고 발주 등을 캐물을 예정이다. 권 회장이 차씨를 위해 포레카를 매각했고, 지분 강탈이 무산되자 차씨 측의 요청을 받아 포레카에 광고를 끊었다는 의혹과 관련, 사실로 드러날 경우 참고인 신분에서 피의자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역대 회장 대부분 불명예 퇴진
이번 사건으로 권 회장이 기소를 받게 되면 포스코 역사에 또 하나의 오점을 남기게 된다. 역대 포스코 회장들 중 3대 정명식, 6대 이구택 회장을 제외하곤 줄줄이 형사처벌을 받으면서 기소를 면치 못했다.

때문에 포스코는 이번 권 회장이 검찰에 소환된 것에 대해 혐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포스코는 두 재단에 49억원을 출연하면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기록을 남겼고, 집행과정에서 의사회 의결을 거쳐 정상적으로 집행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배드민턴팀 창단과 관련해서도 거절했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포스코는 왜 왜풍에 흔들리는 걸까. 포스코는 역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장이 교체되는 불명예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철강업계 거목이자 포스코를 창립한 고 박태준 명예회장은 YS 정권이 출범하자 1993년 회사기밀비 7300만원을 횡령하고 포철 계열사와 협력사 20개 업체로부터 39억7300만원을 받은 특가법 위반 및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포항제철 명예회장직도 이때 박탈당했다. 박 명예회장은 YS출범 직전 24년 유지해온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다. 박 명예회장은 ‘3당 합당’ 당시 김영삼 민자당 대표최고위원 밑에서 최고위원직을 맡았으나, 1992년 14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내각제’의 대통령선거 공약화를 요구하다 YS와 갈등을 빚었다. YS가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을 부탁했지만 이를 거절하는 등 YS 괘씸죄에 걸렸는지 1994년 11월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조성한 비자금이 발견되지 않자 검찰은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박 명예회장을 뒤이어 2대 회장으로 황경로 회장이 1992년 10월 취임하지만 역시 협력업체로부터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면서 취임 6개월 만에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역대 포스코 회장 중 가장 단명한 인사로 꼽힌다.
이후 4대 김만제 회장, 5대 유상부 회장, 6대 이구택 회장, 7대 정준양 회장 등이 검찰의 칼끝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정준양 전 회장은 이명박 시절 선임돼 연임하면서 5년 넘게 포스코를 이끌어 오다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회장직을 내려놨다. 2013년 11월 회장직에서 물러날 때 “어떤 외입이나 외풍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이후 세무조사와 뇌물공여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되면서 현재 재판 중이다.
때문에 이번 권오준 회장 역시 포스코 광고회사 포레카 지분을 강탈한 혐의 의혹에 관여했는지 여부에 따라 회장직을 계속 유지할지 내려올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포스코의 잔혹사가 권 회장에서 끊어질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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