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당선’, 정치권 ‘태풍’될까 ‘미풍’될까
美 ‘트럼프 당선’, 정치권 ‘태풍’될까 ‘미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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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친박 전화위복?…3野 ‘정권 퇴진 집회’ 참여로 압박 강화
▲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우 대표는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가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된 것과 관련해 “대한민국 국민들이 너무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전세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을 만큼 그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었던 미국 대선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대단원을 맞았다.
 
당장 트럼프 당선이 유력해지고 있다는 뉴스만으로도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의 주가지수가 급전직하하는 등 미 대선 결과가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대단했다.
 
삼성의 갤럭시노트7 폭발 악재와 더불어 대우조선·한진해운 사태 등으로 경제전망에 먹구름이 낀 가운데 정권마저 ‘최순실 게이트’의 영향으로 사실상 국정 공백 상태와 다름없는 지경에 이르러 사회 곳곳에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는 표현이 있듯 경제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트럼프 당선’이 ‘최순실 게이트’로 궁지에 몰려 있는 청와대와 여당 내 친박계에는 위기를 내세워 국면을 전환할 카드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與 이정현, ‘비상시국’ 앞세워 결집 호소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지난 9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꺾고 미국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되자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즉각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트럼프 당선을 축하하면서도 “이런 엄중한 상황 속에서 정치권, 여야는 하루빨리 정국 안정으로 민생을 살리기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며 동시에 국면전환을 시도했다.
 
특히 이 대표는 야당을 향해 “국가적으로 어렵고 위기가 많이 닥치고 있는 상황 속에선 잠시 정쟁을 중단해야 한다”며 “야당이 요구했고, 대통령을 포함, 당청에서 수용한 거국중립내각의 진정성을 받아들여서 현명한 판단을 해달라”고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미 대선 승자가 트럼프로 기울 무렵부터 일찌감치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고 관련 대책을 논의하던 청와대는 10일 박근혜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이 첫 전화통화를 가진 이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양측 간 대화가 진행됐다며 박 대통령의 외치 능력을 부각시켰다.
 
무엇보다 이번 전화통화는 역대 미 대통령 당선인과의 통화 중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성사된 데다 트럼프에 대한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해소시켰다는 점에서 자칫 트럼프 당선이 한미관계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켜 현재 추락한 박 대통령 스스로의 리더십을 회복시키고 보수층을 결집시킬 동력으로까지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트럼프가 통화 도중 박 대통령의 방한 요청에 기꺼이 “만나 뵙길 고대한다”고 화답해 사실상 ‘한미정상회담’까지 예정해 놓은 것과 다름없다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연일 여론이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며 들끓어 오른다고 해도 하야가 현실화되기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 때문인지 현 정권은 한 번 결정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주요 외교 현안들까지 서둘러 확정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는데, 또 다른 논란이 되고 있는 한일군사정보협정도 야권의 반대를 무릅쓰고 속전속결로 추진해 내주 가서명만 남겨두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주요 외교 현안을 어떻게든 자신의 뜻대로 매듭지어 향후 총리 중심의 책임총리제나 거국내각이 출범하더라도 더는 결정을 뒤집을 수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과 다름없어 야권에선 크게 반발하고 있다.
 
◆ ‘트럼프 변수’ 우려한 野, 급한 마음에 졸속 대응도
 
야권은 ‘트럼프 당선’이 자칫 한미관계에 불안을 느낀 보수층의 이탈 등으로 현재 좌우를 막론하고 동참 중인 박 대통령 압박 대오를 흔들어놓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미 대선 결과에 불안해하는 민심을 안정시키는 데 힘썼다.
 
그러다보니 아전인수식 해석이나 허위공세까지 나오기도 했는데,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0일 정책조정회의에서 트럼프 당선과 관련해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계시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국 국민들이 변화를 선택한 것”이라며 “미국 국민들은 빈부격차, 기득권에 의한 닫힌 사회에서 미국을 변화시키라고 외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우 원내대표는 “대한민국도 빈부격차 심화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민의 절망이 변화를 원하는 민심으로 폭발할 것이라고 미 대선 결과를 한국 정국과 연결시키고 싶다”며 “미 대선결과로 인해 국민들이 너무 과도하게 불안을 느끼지 않는 게 좋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이번 선거 결과는 힐러리 클린턴이 21만 표나 득표수에서 앞섰으면서도 선거인단 수가 트럼프보다 적어 낙선됐다 보니 선거 결과를 인정할 수 없던 클린턴 지지자들이 거리로 나와 마치 현재 우리나라처럼 시위를 하고 있는 형국인데다 정치적 성향 역시 민주당은 미국 공화당보다 미국 민주당 쪽에 더 가깝다는 점만 봐도 우 원내대표의 해석에 대해 ‘아전인수’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0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선거운동을 통해 박 대통령을 조롱하며 선거에 이용했던 것을 우리는 잘 기억하고 있다”며 “과연 한미 정상회담이 잘 이뤄질까 하는 것이 우리 국민들의 우려”라고 박 대통령을 몰아붙였는데, 이 또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빈축을 샀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같은 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윤 의장의 발언과 관련해 “확인해 본 결과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운동기간 중 박 대통령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 한 누리꾼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재미로 만들어 올린 합성화면의 내용으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 대변인은 “윤 의장이 공식 석상에서, 그것도 이처럼 엄중한 시기에 한미 정상회담과 같은 국가 중대사를 이렇게 언급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고, 매우 유감스럽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국민의당 역시 안철수 전 대표가 10일 오전 박 대통령 퇴진 촉구 서명운동 도중 기자들에게 “빠른 수습과 빠른 혼란 정리를 위해 박 대통령이 물러나는 게 냉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이라며 “빠른 외교협상을 해야 하는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박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 역시 트럼프 당선인이 박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방한 가능성까지 열어놨을 만큼 긍정적 반응이 나왔기에 안 전 대표가 전화통화 사실도 제대로 모른 채 꺼낸 발언 아니었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야권은 오는 12일 있을 민중대궐기 집회 직전에 박 대통령을 압박할 결집력이 약화될까봐 ‘트럼프 변수’를 최소화하는 데 열을 올렸는데, 윤관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1일 “내일 집회를 통해서 청와대의 국회 상륙작전 꼼수와 트럼프 바람을 다시 밀어낼 것”이라고 공공연히 트럼프를 언급하며 박 대통령에 견제구를 던졌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도 11일 비대위 회의에서 박 대통령을 겨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을 이용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묻어가선 안 된다”며 “박 대통령의 책임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용호 원내대변인 역시 이날 오전 논평에서 “박 대통령이 어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전화 한 통 했다고 해서 대국민 신뢰가 회복되는 건 아니다”라며 “트럼프의 전화는 ‘생명의 전화’가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이번 국기문란 사건의 주범이란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리는 대통령직을 내려놓는 것”이라고 하야를 요구했다.
 
▲ 남경필 경기지사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청와대와 친박계가 트럼프 당선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런 가운데 여당 내에서도 ‘트럼프 변수’를 의식한 발언이 나와 눈길을 끌었는데, 새누리당의 대권잠룡 중 한 명인 남경필 경기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청와대와 친박계가 트럼프 당선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트럼프 당선으로 국내외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진 건 틀림없지만 그게 결코 박 대통령과 친박으로 대변되는 실패한 리더십의 복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아울러 남 지사는 “대통령은 하루 빨리 2선 후퇴를 선언해야 하고 친박은 마지막 패권적 욕심을 버리고 정치 전면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청와대와 친박이 트럼프 당선을 국면전환용으로 활용한다면 더 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렇게 야권은 물론 여당 내 일부에서까지 트럼프 당선의 영향을 의식하고 있을 정도로 가벼이 간과하기는 어려운 변수지만 12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박 대통령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대규모의 민중총궐기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보니 이른바 ‘트럼프 변수’가 친박계가 기대한 만큼 효과가 어느 정도로 지속될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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