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관리감독 부실’ 산업은행 책임 ‘전가’ 논란

이같은 방안은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에 대해 1조8천억원의 추가 출자전환을 하고, 수출입은행이 1조원의 영구채를 매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앞서 산업은행은 지난해 12월 4천억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지원한 바 있는 만큼, 결국 산은과 수은의 자본확충 지원 전체 규모는 3조2천억원에 이른다.
현재 대우조선은 완전자본잠식(자본보다 부채가 많은) 상태에 빠져있는데다, 올해 극심한 수주절벽에도 시달리고 있다. 대우조선은 지난 6월말 기준으로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조2천284억원이다. 대우조선은 올해 108억달러 수주를 예상했지만 실제 수주액은 30억달러 이하로 전망된다.
산업은행은 자본확충에 앞서 대우조선이 정상화 작업 이전부터 보유했던 대우조선 주식 약 6천만주(약 21.9%)를 무상 감자 후 전량 소각한다는 계획이다. 남은 주식 7천600만주(약 27.8%)는 10대 1로 감자(주식을 줄임)를 단행키로 했다.
산업은행은 이렇게 감자와 자본확충이 완료되고 나면 대우조선의 자기자본이 1조6천억원 수준으로 늘어나고, 7000%를 넘어섰던 부채비율은 약 900%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최근 현재 진행 중인 자구계획을 당초 계획보다 2년 앞당겨 2018년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현 1만2천600명 수준의 인원을 연내 1만명 이하로, 내년엔 8천500명, 2018년엔 8천명 이하로 축소하겠다는 방침도 전한 바 있다.
◆ “부실경영…회사 말아먹은 경영진부터 책임 물어야”
이같은 소식에 대우조선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부실경영의 책임을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며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14일 대우조선노조 투쟁속보에 따르면, 홍성태 위원장은 “부실경영의 책임을 구성원에게 전가하고, 생존권을 담보로 회사를 정상화시키겠다는 것은 결국 채권단의 이익만을 챙기겠다는 것이며 회사의 미래를 생각하지 못하는 일방적 만행”이라고 질타했다.
노조는 “회사를 말아먹은 책임자들을 물러나게 하고 넘쳐나는 임원들 숫자부터 줄여야 한다."며 경영부실의 원인규명 및 책임자 처벌과 함께 ▲구성원 총교용 보장 위한 방안 마련 ▲회사 생존 위한 충분한 자금마련 및 실천계획 발표 등을 요구하고 있다.

민유성·강만수·홍기택 등 3명의 전직 ‘낙하산’ 산업은행장들은 대우조선해양 관련 비리 의혹이나 관리 소홀 등으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됐다. 그런 만큼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부실에 대해 책임을 피할 수가 없다. 결국 고위 임원들이 비리 의혹에 연루됨에 따라, 국책은행의 신뢰도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현행법상 산업은행 임원은 금융위원회가 임명하고 있으며, 수출입은행의 경우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명한다. 이런 과정에서 모피아(옛 재무부+마피아) 출신이나 친정부 인사들이 낙하산으로 들어오다 보니 정부의 입김이나 정치적 논리에 자유롭지 못하다. 또 대우조선 사외이사들이 정치권과 가까운 낙하산 인사들이 아니었다면, 이같이 대우조선이 부실해지지는 않았을 거라는 지적이다.
가장 큰 폐단은 국책은행이 부실기업에 수십조원의 혈세를 쏟아 붓고도 ‘밑빠진 독의 물붓기’가 된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서별관회의(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 참석)를 통해 대우조선에 4조2천억원의 혈세가 투입됐지만, 오히려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은 더 늘은 상태다. 당시 회사의 수조원대 분식회계를 인지하고도 지원을 강행했다는 논란도 터져나왔다.
◆ “노동자만 차가운 해고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11일 논평을 통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자본확충 방안에 대해 “유일호 부총리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작년 10월에 있었던 서별관회의 이후 지난 1년여 동안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허송한 책임을 회피하고자 또 다른 편법과 미봉책으로 위기를 이연하고,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희생만을 속절없이 강요한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특히 대우조선의 경우 작년 하반기엔 대규모 분식회계까지 드러난 상황이었다”고 지적한 뒤, “적어도 정부는 작년 10월 서별관회의를 개최할 즈음에 사태를 직시하고 제대로 된 구조조정 방안과 실질적인 노동자 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 정부가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허송한 결과 대우조선해양의 진로는 아직도 불투명하다”며 “그 과정에서 노동자만 아무런 사회적 지원 없이 온몸으로 차가운 해고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나아가 “최근의 구조조정은 철저히 기업의 실질적 회생이나 노동자의 보호나 전직 지원과 같은 경제적・사회적 목적을 구현하기 보다는 철저히 채권단의 손실을 최소화하거나, 심지어 채권단의 손실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도구로 전락하고 말았다”라며 “금융위는 기업구조조정에 손을 떼고 법원 주도로 구조조정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손실분담 동참하라” 노조 압박하는 경제부총리 내정자
채권단은 오는 16일까지 대우조선 노조가 자구계획 동참 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2조8천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철회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자본확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우조선의 상장폐지 가능성이 높아진다.
임종룡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금융위원장)은 14일 대우조선노조가 자구계획에 동참하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정부 차원의 지원도 없을 것이라며 노조를 압박했다.
그는 이날 '기업구조조정 현안점검회의‘에서 "대우조선 노조가 조건없는 정상화 이행과 쟁의행위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노사확약서를 제출하지 않는 것은 원천적으로 대우조선 정상화를 불가능하게 할 수 있다“며 ”회사 구성원인 노조도 구조조정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노사확약서를 제출함으로써 이해관계자간 손실분담에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우조선 정상화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높은 상황에서 노사확약서 미제출은 회사의 생존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며 "산은·수은 등 채권단은 노조측의 구조조정 동참의지 표명이 없을 경우 원칙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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