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국민의당 불신과 견제를 계속하는 이유는 ‘총리추천권’

회동제안이 알려지면서부터 추 대표의 제안을 극렬 비판하던 국민의당과 정의당도 최종철회 사실이 알려지자 양당 대표들이 늦은 시간 페이스북으로 즉시 철회환영의 의사표명과 함께 야3당 공조강화, 야3당 대표회담 제의 등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불안한 모습을 보여왔던 야3당의 공조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오히려 더 공고해질지, 의심과 견제 등 불신의 동거가 될지 알 수가 없다. 더구나 추 대표는 당내에서조차 극심한 반발에 부딪히며 대표로서의 위상에 손상을 잃은 상황이다.
◆ 추 대표의 단독 영수회담 제의와 청와대의 수락, 극렬히 반발하는 2野
추 대표는 14일 오전 6시30분께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날 오후 박 대통령과 양자회동 형식의 긴급회담을 열자고 전격 제안했고 청와대는 15일에 만나자고 동의했다.
추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에서 "목숨을 걸고라도 청와대와 정부에 민심을 전달해야할 집권당(새누리당)이 목숨을 걸기는커녕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면서 당·정·청이 제대로 안 굴러가는 상황에서 오직 민심을 전달할 막중한 역할이 제1당 대표에게 있다는 책임감을 느꼈다"고 회동의 제안배경을 설명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성난 100만 촛불시민의 요구를 잘 알고 있을 추 대표가 양자 영수회담 제안을 한 것도, 또 그것을 덜컥 받은 청와대도 똑같다"며 "추 대표의 진의가 어디서 출발했는지, 과연 촛불 민심과 국민 염원을 알고 있는지 의아하다"고 추 대표를 비난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국민들은 민주당에게 수습권한을 위임하지 않았다. 국민들에게 야권 균열의 우려만 키우는 단독회담을 반대한다" 면서 양 대표 모두가 영수회담의 취소와 야권공조를 요구했다.
하지만 추 대표는 순순히 응하거나 나머지 야당과 사후이해를 구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박 비대위원장과 신경질적인 통화를 주고받기도 했다.
박 비대위원장이 추 대표에게 전화해 “이것은 모처럼 국민이 준 기회를 80년 서울의 봄, 87년 직선제 개헌 후 선거처럼 야당이 균열·분열돼 군사정권을 종식 못한 과거를 답습하는 길이라고 했다"라며 회동의 취소를 권유하려했으나 "추 대표는 ‘국민의당도 청와대에 요구해서 단독 회담을 갖는 게 좋다, 순차회담을 하자’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 그래서 전화를 끊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두 야당 대표는 물론 박원순 서울시장, 민주장 중진의원들에게서 까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박 시장은 "명백한 오판이라고 생각한다. 제안과 성사 자체가 국민으로서는 납득할 수 없는 행보"라고 말하며, 이날 낮 중진오찬에서는 "절대 추 대표 혼자가선 안 된다" "가서 박 대통령 빛내고 광 내줄 일 있냐" "가려면 다른 야당하고 같이 가야 한다" 등의 발언이 쏟아졌다고 한다.
이언주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앞장서서 싸울 때는 뒤에 숨어 있다가 100만 촛불로 민심이 결집하니 돌연 대장노릇하려 하는 건가? 다른 야당하고의 공조는 어쩌고요? 하야하라는 말 한마디 하려고 다른 야당들 따돌리고 영수회담까지 하는 것은 아닐 테고.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다"고 비난했다.
시민단체와 노동계도 성명을 내고 "배신의 정치"라고 비판했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박근혜 정권에 시간만 벌어줄 뿐인 뜬금없는 영수회담"이라고 비판했고, 참여연대는 "더민주는 정치적 흥정이 아니라 퇴진에 대한 당론부터 결정해야 할 것이다. 미봉책은 필요없다"며 민주당의 불분명한 행보를 지적했다.
민주노총도 "영수회담을 중단하라. 이것이 국민의 요구다. 광장과 거리로 나온 박 대통령 퇴진 100만 민심을 농락하는 배신의 정치"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 거국중립내각 주도권 확보, 국민의당-새누리당 연대 움직임 견제 위한 조바심
결국 당 안팎의 논의도 동의도 구하지 못한 영수회담 제의가 왜 나왔을 지에 대해 의혹과 추측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
여야가 합의하는 총리를 인선하는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거국중립내각 주도권을 놓고 이해득실을 따지며 자중지란을 겪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추 대표가 선수를 치고 나왔다는 것이며.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이번 사태로 궁지에 몰린 상태임에도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큰 수혜를 보지 못하고 있는 점이 추 대표로 하여금 조바심을 갖게 했다는 것이다.
또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의 연대 움직임도 추 대표를 서둘러 움직이게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실제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을 위해 새누리당 의원들과 접촉을 시작했고,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도 13일 탄핵 추진을 주장한 바 있다.
이렇게 된다면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이 탄핵을 연결고리로 연대해 과반 의석을 확보하게 되므로 양당 만으로 국무총리를 추천하고 나아가 그 인사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다는 점이 위기감을 키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일각에선 문 전 대표와 추 대표의 사전 각본설도 나온다. 문 전 대표는 박 대통령에 대한 하야 투쟁 등 강경 노선에 나서고, 추 대표는 박 대통령과 협상에 나서는 온건론을 택하는 식으로 문 전 대표는 선명성을 앞세워 진보진영의 지지를, 추 대표는 민주당의 수권정당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중도층 지지를 잡기 위한 전략이란 것이다.
이런 제안배경에 대한 추측이 어느정도 맞는지는 몰라도 국민의당의 난감한 상황을 보면 양당 간의 견제와 기싸움이 팽팽한 것은 분명해보인다.
국민의당은 영수회담을 비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비난만 하고 있자니 사태 수습 국면에서 소외될 수 있고, 뒤늦게 별도의 영수회담을 요청하자니 제2야당으로서의 미미한 존재감만 드러내보이는 것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대통령이) 야권 균열을 계산하고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하자(고 했다)'. 그리고 청와대에서 비공식적으로 '영수회담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던 일련의 흐름을 볼 때 야권은 분열되고 박 대통령의 임기는 살리려는 덫에 우리가 빠지고 있다"고 그간의 과정을 분석했다.
◆ ‘대통령 즉각 퇴진’으로 야3당 공론통일, 총리추천권은 ‘불신의 씨앗’
하지만 추 대표가 제안한 단독영수회담은 14일 저녁 긴급의총을 거쳐 추 대표 스스로 철회했다. 의총에서는 ‘대통령 퇴진’이라는 다른 2야당과 같은 당론을 만장일치로 이끌어 내는데도 성공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14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의 양자 영수회담 계획을 철회한 데 대해 "추 대표의 내일 예정된 청와대 단독회담 철회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추 대표의 결단은 100만 촛불민심을 확인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보다 공고한 야3당 공조를 확인하며 추 대표와 함께 나는 박 대통령 퇴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민주당과의 공조 방침을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제 야3당이 대통령 퇴진으로 입장이 통일됐다. 야3당이 국민의 명령대로 대통령 퇴진을 관철시키는데에 온 힘을 합치는 일만 남았다"며 ‘헤피엔딩’이라고 평가했다.
‘헤피엔딩’인지 ‘헤프닝’인지를 겪으며 오히려 야권의 결속도가 오히려 더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에 이어 민주당이 영수회담 철회를 결정하면서 당론을 '박 대통령 퇴진'으로 고정시킴으로써 야권의 대(對) 청와대 강경 대응책이 더욱 단단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확인된 민주당과 국민의당 간의 불신과 상호견제, 총리추천을 놓고 예상되는 ‘샅바싸움’ 등은 야권공조를 마냥 낙관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또 크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특검‧국정조사 추진’ ‘질서있는 퇴진’ 등 의제를 먼저 제시하고서도 비교섭단체로서 존재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정의당의 불만도 적지 않아 보인다.
결국 요약하자면 거국내각의 총리를 누가 하느냐 일 것이다. 야3당이 긴밀하게 또 은밀하게 ‘총리추천TF’를 꾸려야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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