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사업 진입 신경 쓰여 본격 경쟁 불가피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를 통해 단숨에 커넥티드카 전장 분야에서 글로벌 수준의 기술력과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게 됐다. 이로써 전장사업 분야 판도도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스마트카의 종착역인 커넥티드카 시장에 미칠 파장과 삼성전자가 전장부품 분야에서 보쉬, 델파이 등 ‘티어1(Tier1)’급에 올라서는 입지를 구축할 것으로 보여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전장사업 분야에서 글로벌 전장업체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삼성-LG전자 전장사업 주도권 경쟁
커넥티드카는 자동차와 IT기술을 융합해 양방향 인터넷, 모바일 서비스 등이 가능한 차량으로 최종 종착역은 자율주행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자동차와 주변사물과의 쌍방향 네트워크 실현이다.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하면서 전장 분야에서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서자 LG전자와의 역학 관계도 변화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만은 JBL, 하만카돈(Harman Kardon), 마크레빈슨(Mark Levinson), AKG 등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카오디오에서는 이외에도 뱅앤올룹슨(B&O), 바우어앤윌킨스(B&W)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며 전 세계 시장점유율 41%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LG전자는 그동안 하만의 브랜드 중 하나인 ‘하만카돈’과 지속적인 협력을 해오면서 오디오·음향 부분에 있어 사운드바, 블루투스 헤드셋과 TV 등 여러 분야에 공을 들여왔다. 때문에 LG전자가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LG전자는 지난 2014년 프리미엄 UHD TV ‘UB9800’을 출시하며 하만카돈의 음향기술을 도입한 것 외에도 MC본부가 출시한 블루투스 이어폰 ‘톤플러스’ 시리즈 중 일부 모델에도 이 기술을 적용했다. G5 출시엔 번들 이어폰인 쿼드비트 3에 AKG의 음향기술을 도입했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하면서 LG전자와 하만의 그동안 협력관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일 것으로 보고 있어 자체 기술 개발을 할지 다른 파트너사와 협력 관계를 찾아 나설지 주목되는 이유다.
1990년 후반부터 전장사업 분야를 미래먹거리로 선정한 LG전자는 각 계열사를 통해 전장사업을 추진해오다 2013년 자동차 부품 사업부(VC)를 신설하고 전장사업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전장사업팀을 꾸려 자율주행 기술과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등의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LG전자 VC사업부와 비교하면 기술력 등 후발 주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 하만 인수로 업계 1위의 기술력과 시장점유율을 확보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내년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 간 전장사업에서 본격적인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하면서 LG전자도 투자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LG전자는 올해 전장 사업을 전담하는 VC사업본부를 통해 4000억원 규모를 투자하는 동시에 인천 청라지구의 연구ㆍ생산기지인 인천 캠퍼스를 자동차 전장부품 전용 생산기지로 육성하고 있다. VC사업부 인력도 대거 충원되고 있다.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MC사업부 인력은 감소하는 반면 VC사업부 인력은 4000명을 돌파해 4333명으로 집계됐다. 3개월 새 547명이 늘어 전장서업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모양새다.
업계에 따르면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 전기차 등 '스마트 카'용 전장시장 규모는 지난해 542억달러(약 63조5000억원)에서 2025년 1,864억달러(약 218조원) 규모로 년 1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차그룹, 삼성 하만 인수에 ‘신경’
한편, 국내 완성차업체들도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전장부품 전문회사인 현대모비스와 사업 영역이 겹치면서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에 난감한 상황이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하만 인수로 매출 기준으로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계 51위로 진입했다”며 “자동차 사업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기존 자동차업체는 물론 부품업체들과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의 전장사업 진입을 경계하고 있는 현대차는 최근 폭스콘과 커넥티드카 사업에 대한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중국 출장 중 궈타이밍 대만 폭스콘 회장을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시스코의 척 로빈스 CEO와 ‘커넥티드카 개발을 위한 전략적 협업 협의서(MOU)를 체결했다.
현대·기아차는 자체 기술 개발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자동차 내·외부와의 연결성 강화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스마트 기기로 진화 중인 커넥티드카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ccOS(Connected Car Operating System)’로 명명한 독자적인 커넥티드카 운영 체제를 선보였다.
현대·기아차는 차종 간 호환성 확보 등을 위한 다양한 시뮬레이션 테스트를 거쳐 2020년경에는 ‘ccOS’가 탑재된 ‘초연결 지능형’ 콘셉트의 신차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4월 ‘초연결 지능형 자동차’ 콘셉트의 커넥티드카 개발 전략을 공개하며, 자동차가 모든 생활의 중심이 되는 ‘카 투 라이프(Car to Life)’ 시대를 주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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