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노선 인수하며 종합해운사 도약 가능성, 그러나 우려도 적지 않아

지난 14일 서울 중앙지방법원 파산6부는 14일 한진해운 미주노선에 관한 영업양도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대한해운을 선정했다. 매각 자산은 미주 노선 인력을 비롯, 운영시스템, 컨테이너선박 5척, 해외 자회사 7곳, 물류 운영시스템 등이다.
정부가 한진해운의 핵심자산을 현대상선에 넘겨 유일한 국적선사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무난히 현대상선이 인수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대한해운이 현대상선보다 자체적으로 많은 자금을 마련하고, 고용승계안도 더 좋게 제시하며 판세를 뒤집은 것으로 보인다.
대한해운은 미주 영업권에 대해서는 21일 본계약을 체결하고 28일 잔금 납부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같은 대한해운의 인수와 관련 14일 한진해운 육원노조는 “한진해운 자산이 질서정연하게 SM그룹으로 인수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진해운 노조 측은 최대한 인력을 인수할 의지와 역량을 갖춘 사업자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대상선은 별도로 미주노선을 운영하는 등 사업분야가 겹치는 만큼 고용승계에 소극적일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대한해운의 이번 인수에 대해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은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SM그룹의 한진해운 미주노선 영업망 인수는 한진해운의 정체성과 가능한 많은 인력·영업망을 보존하는 차원도 있다”며 “어느 정도 장점이 있다”고 긍정평가했다.
한편, 현대상선이 입찰 들러리를 섰다는 논란도 제기됐다. 현대상선이 애초부터 한진해운 자산 인수에 큰 관심도 없었는데 '입찰 흥행' 차원에서 정부 측의 입장을 감안해 억지로 참여했다는 의혹이다.
현대상선 측은 이 같은 의혹에 반발하며 사실이 아니라고 밝힌 뒤,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진해운 자산 인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지난달 28일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뒤 지난 9일 구체적인 실사까지 마쳤다.”며 “하지만 한진해운 핵심 자산으로 꼽히는 롱비치터미널의 경우 5억달러가 넘는 순부채와 연간 운영비 등 추가 부담이 있었다.”고 전했다.
◆ “한진해운 인력 최대한 흡수, 롱비치터미널도 인수”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14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한진해운 인력을 최대한 흡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해운은 벌크선 전문 선사로 컨테이너선 사업 분야에는 처음 뛰어든다. 그러므로 오랜 기간 해운업 운영 노하우를 갖춘 한진해운 직원들이 적극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한진해운이 보유한 미국 롱비치터미널(지분 54%)은 반드시 인수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롱비치터미널은 미국 서부항만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의 30% 이상을 소화하고 있어 대한해운이 종합해운사로 거듭나는데 필요한 자산이다.
롱비치터미널 지분 46%를 보유한 스위스 선사 MSC가 우선협상 대상자로, 대한해운이 인수할수 있을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다만 MSC 측은 더 높은 가격을 써낸 다른 선사가 롱비치터미널을 인수하는데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고 최근 밝혔다.
◆ 인수합병 전문기업, 새로운 사업서도 순항할까
대한해운의 모기업 역할을 하고 있는 SM그룹은 현 우오현 회장이 1988년 설립한 삼라건설을 모태로 하는데, 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키워왔다. SM그룹은 대한해운을 인수한 뒤, 한진해운의 대표적 알짜 자산이었던 미주노선 영업망까지 따내면서 해운업계의 강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대한해운은 지난 2011년 경영악화로 법정관리를 신청해 2년 뒤인 2013년에 졸업했다. 이후 같은 해 SM 그룹에 편입된 바 있다.
SM그룹은 주로 법정관리 등에 처한 업체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합병했다. 그동안 진덕산업(우방산업), 벡셀, 조양, 경남모직, 남선알미늄, 티케이케미칼, 하이플러스카드 등을 줄줄이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이번 인수를 통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가치가 뚝 떨어진 미주노선을 다시 살려낼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그러면서 해운업계의 강자로 떠오를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무너진 기존 영업망을 얼마나 되살릴 수 있느냐가 주어진 과제다. 또한, 글로벌 경쟁에서 필수로 손꼽히는 해운동맹에는 가입돼 있지 않아 앞으로의 길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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