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과 통화 내용 엇갈려

<한겨레>는 지난 15일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의 한 위원과 만나 “당시 (문형표) 복지부 장관한테서 (합병에) 찬성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또 지인을 통해 ‘청와대의 뜻이다. 찬성을 표시해달라’는 전화도 받았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그러자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발 빠른 해명에 나섰다. 문형표 이사장은 의혹 보도가 나가자 곧바로 17일 해명자료를 발표하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해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에게 찬성을 종용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문 이사장은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에 대해 해당 부서로부터 현안 사항으로 보고 받았으며 전 직장 동료였던 의결권행사 전문위원에게 쟁점 사안과 전문가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에 대해 개인적으로 통화한 바는 있으나, 찬성하라고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문 이사장은 “보건복지부장관은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에 어떠한 간섭을 할 수도 없고 하여서도 아니 된다고 생각하며, 당시에 간섭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 이장은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재직 중이었으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사태로 경질된 바 있다. 일각에선 문 이사장이 복지부장관 당시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전화한 것 자체가 부적절한 처사였다는 비판이다. 합병에 대한 주주들의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아 합병 승인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삼성물산 합병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연관돼 있어 중요한 사항이었다. 당시 엘리엇이 합병에 반대하고 ISS와 의결권 자문업체 미국의 글래스 루이스도 삼성물산 합병 반대 권고에 합병 승인 난관에 봉착했지만 국민연금이 백기사로 나서면서 합병에 성공했다.
국민연금이 당시 찬반 여부 결정에 투자위원회만 거쳐 결정을 내린 것도 논란거리다.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넘겨 찬반 여부를 결정해왔다. 때문에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 의사결정 개입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국민연금공단은 “당시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가 아닌 투자위원회만 거쳐 결정을 내렸다는 사항도 사후적으로 보고 받았으며,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한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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