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독립영화관' 은 계속 방영되어야 한다
KBS가 가을 개편을 앞두고 유일한 독립영화 프로그램인 [KBS 독립영화관](이하 [독립영화관])의 폐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내부적으로는 [독립영화관]의 폐지가 이미 결정되었고, 최종 결재만 남은 상태라고 한다.
2001년 5월 4일 [KBS 단편영화전]이라는 제목으로 정규 편성되어 방송을 시작한 이래, [독립영화관]은 2006년 9월 15일까지 무려 450여 편의 국내외 독립영화를 방송해온, 국내 유일의 독립영화 프로그램인 [독립영화관]이 없어질 위기에 놓인 것이다. 독립영화를 전문적으로 상영하는 전용관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생소할 수 있는 독립영화, 단편영화, 저예산영화들을 방영해온 가뭄의 단비 같은 소중한 프로그램이었다. 또한 독립영화가 상영되는 영화제가 하나도 없는 지역에도, 극장이 없는 지역에도 다양한 영상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던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독립영화를 볼 수 있었던 유일한 기회가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우리는 [독립영화관]의 폐지 소식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으며, KBS에 [독립영화관]을 지속적으로 편성 방송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
[독립영화관], 단순한 영화 프로그램 그 이상
[독립영화관]의 의미와 소중함은 그간 방송사들이 개봉되는 독립영화를 소개하거나, 독립영화를 방영하는데 인색했다는 것을 상기해 볼 때 더욱 두드러진다. 방송사는 시청자들에게 별 관심을 끌 수 없을 것이라는 이유로 개봉 독립영화를 소개하지도 않았고, 시청률이 나오지 않아 광고가 붙지 않는다는 이유로 독립영화를 편성 방영하지도 않았다. 방송사들의 이런 논리는 문화적 논리가 아닌 상업적 논리이다.
주류영화만큼 마케팅 비용을 집행하지 못하고 광고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독립영화에게 영화를 홍보할 다른 기회를 가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지상파 3사의 영화 소개 프로그램들은 같은 시간대에 경쟁적으로 배치되어 있지만, 비슷한 영화들을 비슷한 포맷으로 소개할 뿐 독립영화를 소개하는 일에는 인색했다. 이런 영화 소개 프로그램의 편향성은 지상파 3사가 편성, 방영하는 영화 프로그램에서도 마찬가지다. 주말 영화 프로그램을 비롯 다수의 영화 프로그램이 편성되어 있지만, 이 프로그램들은 주류 영화들로만 채워져 있을 뿐이다. 주류 영화는 일정수준의 시청률을 기대할 수 있어 광고가 붙기 때문에 재방, 삼방으로 편성되지만, 독립영화는 물론이고 저예산영화는 편성되어 방영될 기회를 가지지 못한다. 지상파 영화 소개 프로그램의 편향성은 관객들에게 그대로 이어져 영화 선택의 편향성으로 이어지고, 이는 흥행의 편향성으로, 그리고 지상파 영화 프로그램의 방영영화의 편향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낳고 있다.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은 개봉되는 주류 영화의 방영권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자회사를 통해 거액의 선투자를 하기까지 하지만 이런 기회는 주류 영화에는 제공될 뿐, 독립영화나 저예산영화에게까지는 미치지 못한다.
[독립영화관]의 이런 성과들은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란 것 역시 간과해선 안된다.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의 방송이라는 편성의 악조건은 [독립영화관]에 대한 시청자들의 접근에 큰 장애가 되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영화를 사랑하고 보고 싶어하는 시청자들은 그 시간을 기다려가며 시청해 왔고, 제작진들은 그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욱 매진했다. 낮은 시청률로 인해 매 개편 시기마다 폐지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음에도 불구하고 5년 이상 프로그램이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시청자의 사랑과 제작진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독립영화관]은 그저 시청할만한 시간에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보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늦은 밤까지 기다리고 기다려서 보는 프로그램이었던 것이다.
[독립영화관]의 폐지는 영상 문화의 다양성에 역행하는 것이다.
[독립영화관]의 폐지는 단순히 하나의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독립영화관]이 없어진다는 것은 그간 [독립영화관]을 통해 방영되었던 종류의 영화들이 지상파방송을 통해 더 이상 방영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만큼 여기의 영상 문화 다양성이 훼손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립영화관]의 폐지 여부에 대한 KBS 편성기획팀의 입장은 “충분한 기간 방영해 왔다”와 “폐지라기 보다는 잠시 중단하는 것이며, 제한된 방송 시간 때문에 내려야하는 결정”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입장에 쉽게 동의할 수 없다. 방송의 영상 문화 다양성은 여전히 불충분하며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영상 문화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것은 지상파 방송의 역할이기도 한 것이다. 영상 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요구는 방송 시간의 제한으로 쉽게 양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다른 요구로 대체될 수 없는 것이다.
영상문화 다양성을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방송의 역할이 요구된다.
영상 문화의 다양성은 영화산업만이 책임질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국민의 것인 전파를 활용하는 지상파 방송사는 보다 적극적으로 영상 문화의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한 역할을 자임하고 나서야 한다. 방송은 주류 영화만을 소개하고 프로모션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하는 역할을 해야 하며, 일주일에 60분짜리 단 하나의 프로그램만을 편성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편성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영화 산업과 다른 방식으로 다양한 영화의 제작을 위한 지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소유인 전파를 활용하는 권력의 의무를 제대로 담당하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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