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독대’ 이후 각종 민원 해결 의혹, 특검·국정조사 시 줄소환 예고

지난 12일 주말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새누리당은 물론 재벌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이라는 목소리가 끝없이 울려 퍼졌다. 최저임금 몇백원 인상에는 인색하면서도, 수십~수백억씩을 흔쾌히 재단에 냈다는 것은 정경유착 논란을 가중시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재벌 총수들도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검과 국정조사가 예고됨에 따라 총수들도 줄소환될 전망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지난해 7월과 올해 2~3월, 여러 재벌 총수들과 독대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총수가 박 대통령과의 만남 이후 기업의 각종 문제를 해결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이들 기업들로선 총수 사면이나 검찰 내사, 경영 승계 등이 걸려있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 ‘총수 특사’ 염원했던 재벌그룹들
우선 총수 사면이 절실했던 그룹은 CJ그룹, SK그룹, 한화그룹 등이었다.
CJ측은 구속됐던 이재현 회장의 사면이 시급한 과제였다. 16일 <KBS>에 따르면, 손경식 CJ회장은 지난해 7월 박 대통령과의 비공개 면담을 전후해 이재현 회장의 사면 논의가 있었고 이후 출연금을 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 면담 이후 CJ측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13억원을 냈다.
손 회장도 검찰 조사에서 이 회장의 사면을 기대하고 재단 출연금을 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KBS>는 전했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됐다.

박 대통령은 과거 대선 공약으로 “대기업 지배주주나 경영자의 중대범죄에 대한 사면권 행사를 제한하겠다”며 비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재벌 총수 사면은 없다고 못 박은 바 있으나, 최 회장과 이 회장을 특별사면해줌에 따라 공약을 폐기했다.
한화는 김승연 회장이 집행유예 상태라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던 만큼, 역시 특사가 절실했다. 김 회장도 역시 지난해 7월 박 대통령을 비공개 면담했으며, 한화도 두 재단에 25억원을 출연했다. 김 회장은 특사를 받지는 못했지만, 한화는 지난해 7월 예상을 깨고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 여의도에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를 오픈했다.
◆ ‘경영승계’ 필요했던 삼성, 檢에 ‘코 꿰였던’ 롯데
삼성은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7월 박 대통령과 독대하기 직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당시 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 외국계 주주들, 삼성물산 개인 투자자들은 일제히 이를 반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결국 삼성의 손을 들어주며, 지난해 9월 제일모직은 삼성물산을 합병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삼성이 천문학적인 이득을 봤다는 지적도 제기됐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국민연금공단의 도움으로 삼성 총수 일가가 7천900억원의 혜택을 보고, 삼성그룹 전체로는 8조원대의 시세차익을 얻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삼성 측은 두 재단에 204억원을 낸 바 있고, 이후에도 독일에 머물고 있던 최순실씨와 정유라씨에게 35억원을 추가로 지원한 바 있다.

신동빈-신동주 형제의 경영권 분쟁과정에서 각종 비리가 새어나오며 검찰 내사가 진행 중이라 ‘코가 꿰였던’ 롯데그룹은 두 재단 설립과정에서 45억원을 지원한 이후 지난해 2월 신동빈 회장이 박 대통령과 독대했다. 그 다음달 최순실씨 측근이 찾아와 롯데에 거액의 자금을 요구했고, 결국 3개월간의 줄다리기 끝에 롯데는 70억의 자금을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냈다.
하지만, K스포츠재단은 롯데에 70억원을 받은 지 열흘만에 돌려줬다. 검찰의 롯데그룹에 대한 대대적 압수수색(6월 10일 개시)이 임박했다는 수사 정보를 미리 입수한 최순실씨 측이 뒤탈을 염려해 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검찰은 4개월에 걸친 롯데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통해 신동빈 회장 등 롯데 총수 일가들을 무더기로 기소했지만, ‘용두사미’로 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수년간 꾸준히 논란이 돼 왔던 제2롯데월드 인허가 특혜 의혹 등 MB정권과의 유착 논란에 대해선 접근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솜방망이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 “최순실에 상납 이뤄지면, 박근혜는 그 보답으로…”
야권에선 이같은 ‘대가성’ 논란에 대해 재벌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공동정범으로 규정하며 맹성토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재벌·대기업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피해자가 아니라 공동정범”이라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박 대통령과 최순실을 중심으로 이 정권의 경제 컨트롤 타워였던 장·차관, 청와대 수석, 그리고 재벌·대기업 총수들이 얽히고설킨 거대한 국정농단의 한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국민연금이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삼성 경영승계에 절대적 도움을 주는데,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증거인 것”이라며 “명백한 뇌물수수이고 대가성 범죄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또 128억원을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현대차그룹에 대해선 “(현대차는)골치 아픈 불법 파견, 사내 하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파견법 개정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정부의 법인세 개정으로 삼성동 한전 부지를 사들이며 부지 매입 및 개발비용 총 15조원 가운데 70~80% 이상을 투자로 인정받아 8천억 원 가량의 세금감면 혜택도 보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끝으로 “재벌·대기업은 피해자가 아니다. 검찰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깊숙한 이면에 숨어있는 정권과 대기업의 공생관계에 대해서 철저히 밝혀내고 관련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라며 정경유착 의혹을 엄단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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