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野, 탄핵 추진 박차…헌재 통과 여부·총리 추천 등 고민 산적

국민의당이 21일 박 대통령 탄핵을 당론화한 데 이어 그동안 차기 대선을 의식해 탄핵보다 조기에 대선을 치를 수 있는 하야 쪽을 선호하다보니 탄핵에 미온적 반응을 보여 왔던 더불어민주당까지 같은 날 탄핵을 당론으로 결정하는 등 그간 탈당부터 2선 후퇴, 하야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목소리를 내오던 야3당이 이제는 결국 대통령 탄핵으로 수렴해가는 모양새다.
여기에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친박 지도부의 반발을 무릅쓰고 김무성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박계 의원들의 대통령 탄핵 추진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야권과 공조해 탄핵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
하지만 탄핵 사안은 국회 본회의 의결 뒤에도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과정이나 대통령직을 대행할 국무총리 인선 등 여러 절차가 남아있다 보니 이 모든 과정에서 각 정당 간 정략적 계산 없이 박 대통령 탄핵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인지 의구심을 품는 시선도 적지 않아 현재 많은 이들의 관심이 정치권의 행보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 야권, 탄핵 공조 불구 ‘절차 先後’ 놓고선 이견 차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1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키로 만장일치 의결한 데 이어 당내 탄핵추진TF도 구성하겠다고 천명했다.
이와 관련해 앞서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에서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지금은 첫째도 퇴진, 둘째도 셋째도 퇴진이다. 그 기조에서 탄핵을 검토하고 적절한 시기에 과도내각을 검토해야 한다”며 “탄핵 추진 시기와 방안을 즉각 검토하고 탄핵추진기구도 검토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추 대표는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 상황까지 의식했는지 “탄핵 추진은 최대한 완벽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도 “현재 박 대통령의 드러난 혐의만으로도 헌법재판소가 정상 판결하면 탄핵될 것”이라고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이렇듯 민주당이 박 대통령 퇴진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대통령 탄핵 수순에 들어가는 가운데 국민의당 역시 같은 날 사실상 탄핵을 당론화하며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를 위한 서명운동도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야권 공조는 이어가면서도 탄핵 절차를 밟아나가는 데 있어 ‘첫째도 둘째도 퇴진’이라는 민주당과 미묘한 이견 차를 내비쳤는데,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비대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더 이상 정치적 계산으로 좌고우면하면 안 된다”면서도 탄핵 추진 방법론에 있어선 “국회 추천 추천 총리를 선출해야 한다. 나중에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할지라도 일단 총리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 역시 이 자리에서 “야3당의 공조로 박근혜 대통령의 덫에 걸리지 않도록 하겠다”면서도 “이제라도 선 총리 후 퇴진으로 돌파구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혀 민주당의 선 퇴진 입장과는 차이를 보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국민의당은 탄핵 의결정족수인 200명 의원 서명운동을 통해 어느 당보다 실천적 모습을 보이려는 시도에 나선 것은 물론 특검이 시작되기 전에 검찰이 청와대를 압수수색하고 대통령 강제수사까지 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도 내놔 차별화를 꾀했다.
일단 대통령 대면조사를 추진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강제조사’가 채포영장 청구나 피의자 소환 등을 통해 이뤄져야 하는 만큼 “현실적으로 체포는 기소를 전제로 하는데 대통령은 기소할 수 없다”며 국민의당이 주장하는 ‘강제조사’는 검토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이 같은 강경한 입장은 실현 여부보다 현 정국에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를 담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야권이 여전히 정략적 측면에서 고려하려는 인상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국민의당에서 선 추진 사안으로 꼽은 총리 추천 문제는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를 상정하면 무작정 미뤄둘 수 없는 문제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야권이 탄핵안을 추진하는 데 있어 주저해온 또 다른 이유는 박 대통령을 탄핵시킨 이후 벌어질 상황 때문이기도 한데 헌재에서 최종적으로 탄핵 결정이 내려진다고 해도 박 대통령이 개각 인사로 내세운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조차 여전히 후보에 불과한 상황이어서 최악의 경우엔 현재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직을 대행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 ‘탄핵’ 두렵지 않은 靑, ‘시간 벌기’ 자신감?
특히 박 대통령은 어차피 탄핵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면 자신의 뜻에 맞는 황 총리를 대통령직 대행으로 앉히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해 야권이 추천해 내놓을 총리 후보는 차치하고 대통령 스스로 지명했던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마저 임명하지 않을 소지가 높다.
이런 조짐을 보여주듯 이날 오전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국회에 총리 추천을 요청한 (지난 8일 대통령의) 입장은 유효하냐는 질문을 받자 “지금 상황이 좀 달라졌지 않았냐”면서 “대통령 제안에 야당은 다른 뜻으로 말하고 요구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해 종전 입장을 번복하려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논란이 확산될 기미를 보이자 정 대변인은 이후 문자메시지를 통해 “야당과 대화를 통해 풀어가야 한다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야당 주장에 일관성이 없으니 우리로서는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뜻”이라고 해명하고 나섰으나 앞서 ‘야당은 다른 뜻으로 말한다’는 발언에 비쳐볼 때 8일 당시 대통령이 국회 추천 총리 입장을 수용한 데에는 야권에서 대통령 임기는 보장된 ‘2선 후퇴’ 수준을 요구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던 점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즉, 이제는 야당이 대통령 임기조차 보장하지 않는 탄핵 입장으로 나아간 만큼 박 대통령도 임기 보장된 시점에서 수용했던 사안을 이젠 반드시 이행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으로 풀이되는데 정 대변인이 “조건이 좀 달라졌다”고 표현한 것은 이런 의중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야권이 새누리당 비박계와 함께 탄핵안을 가결할 단계까지 간다면 박 대통령 역시 이번 검찰 수사 발표 이후 ‘공정성 없는’ 검찰 수사에는 이제 불응하겠다고 했듯 야권의 총리 추천안을 수용하겠다는 약속도 상황에 따라 번복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야권은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직을 대행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차선책으로 박 대통령이 아직 지명 철회하지 않은 김병준 총리 내정자를 총리로 내세워야 될 가능성도 없지 않은데, 이 역시 국회가 일방적으로 청문회를 진행하려고 해도 박 대통령이 먼저 국회에 김 내정자에 대한 청문 요청을 하지 않으면 청문회를 열 수조차 없기에 야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다만 차기 대선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시점에 국정을 관장하게 될 차기 총리직을 놓고 야당끼리 추천 과정에서 서로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청와대는 섣불리 약속을 번복하는 부담을 안기보다 일단 좀 더 정국의 흐름을 관망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또 설령 새누리당 비박계의 가세로 의결정족수 200명을 충족해 탄핵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 헌법재판소로 간다고 해도 9명의 헌법재판관 중 헌재소장과 헌법재판관 1명의 임기가 각각 내년 1월과 3월에 끝나게 되다보니 후임 헌법재판관 임명을 대통령이 지연시킬 경우 남아있는 7명의 헌법재판관 중 적어도 6명이 찬성해야만 탄핵안이 통과될 수 있다는 점도 있어 박 대통령으로선 탄핵 국면으로 간다 해도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탄핵은 정치권이 헌법 테두리 내에서 대통령을 압박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기 때문에 만일 부결된다면 대통령에게 임기를 끝까지 마칠 정당성만 제공해주는 꼴이 되고 박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이 최장 180일 걸려 나올 수도 있는 만큼 임기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 국면을 장기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야권으로선 탄핵을 추진하기로 한 이상 시간이 걸리더라도 오히려 더 신중하게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런 분위기를 보여주듯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탄핵안 발의 시점과 관련 “탄핵 가능한 숫자가 확보돼야 한다. 통과가 확실하다고 판단될 때 발의한다”며 “한 달이 될지 두 달이 될지 그건 모른다”고 답변했다.
반면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지난 20일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야권을 겨냥 “차라리 헌법상 법률상 대통령의 책임 유무를 명확하게 가릴 수 있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하루빨리 이 논란이 매듭지어지기 바란다”고 발언할 정도로 도리어 ‘탄핵’ 공세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는 형국이다.
야권 역시 청와대의 의도를 간파하고는 있지만 차기 대선과 맞물린 상황에서 상호 견제 의식을 자제하고 끝까지 공조를 이뤄나갈 수 있을 것인지가 탄핵안 성패의 또 다른 관건으로 꼽히고 있어 벌써부터 많은 이들이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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