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탄핵공조 앞두고 총리추천 걸림돌
야권, 탄핵공조 앞두고 총리추천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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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추천’ ‘선 탄핵’ ‘탄핵·추천 병행’ ‘선 (대통령)탄핵 후 (총리)탄핵’ 등 논의 무성
▲ 19일 100만 촛불의 민심을 확인한 후 ‘대통령 탄핵’으로 당론을 통일한 야3당이 ‘탄핵에 앞서 총리추천을 우선해야 한다’는 국민의당의 주장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사진 / 고경수 기자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19일 전국동시다발이라는 전술에도 불구하고 서울 광화문 일대에 약 100만 명의 시민이 모여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 또는 퇴진을 또다시 외친 뒤, 야3당은 박 대통령의 탄핵으로 사실상 당론을 모았다. 그런데도 주말이 지나자 ‘선 총리추천, 후 탄핵론’으로 다시금 내홍을 앓고 있다.
 
출발은 21일 청와대가 치고빠지기식으로 총리추천 제안에 대한 철회를 시사했다가 거둬들이는 어정쩡한 상황에서 비롯되었지만, 22일에는 야3당 간의 본격적인 공방이 되어버렸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두고 탄핵을 먼저 추진할 수 없다고 했고,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탄핵을 추진하면서 국회추천 총리를 임명해달라는 것은 모순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 청와대 ‘간보기’, 새누리 ‘탄핵과 총리추천은 모순’, 국민의당 계속 ‘선 총리 주장’
청와대는 21일 박 대통령이 제안한 국회추천 총리 카드에 대해 '원안 고수'를 강조하며 박 대통령의 퇴진을 전제로 한 총리카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정연국 대변인은 "야당은 대통령이 제안한 것과 다른 뜻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조건이 좀 달라졌으니까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이어서 취재진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 "야당의 주장에 일관성이 없으니 우리로서는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의 정세균 국회의장 방문 시 총리권한에 대해 하신 말씀에 입장 변화가 없다. 야당과 대화를 통해 풀어가야 한다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원안 고수' 입장을 확인했다.

야당이 받지 않으니 생각이 바뀌었다는 속내를 내비쳤다가 이내 철회하면서 2선 후퇴를 배제한 ‘원안고수’만을 강조한 것이다.
 
이어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회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거국중립내각 국무총리 추천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대통령을 범죄자로 규정하면서 총리를 추천해 임명해 달라는 건 대단히 부자연스럽다.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고, 거국내각 총리가 거론됐던 맥락에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22일 "탄핵하더라도 황교안 총리를 그대로 두고 탄핵하면 결국 박근혜 정권의 연속"이라며 "국회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정치력을 발휘해 총리를 선임하는 일"이라며 자신의 주장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이 황교안 총리가 권한대행이 되는 것이 오히려 문재인 전 대표의 대권가도에 유리해서 총리추천을 미루고 있다는 비난까지 나왔다.
 
이용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22일 국회 추천 책임총리 문제에 대해 "저쪽(민주당)에서는 굉장히 미온적"이라며 "저변에는 '차라리 황교안이 낫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국회추천 총리가 임명되면) 개헌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고 판이 흐트러질 가능성이 있으니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한테 좋을 게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자기 당리당략을 따져서 되겠냐"고 말했다.”
 
 
◆ 민주당 ‘선 탄핵’ ‘탄핵·추천 병행’ ‘총리 탄핵’ 등 의견분분...결론 못 내려
국민의당이 지적한 내용을 보면, 민주당의 스탠스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미 민주당은 21일 오후 의원총회에서 총리추천문제를 치열하게 토론하고 고민했었다.
 
"청와대가 대통령의 하야를 전제로 한 국회 추천 총리를 받지 않겠다고 한 상황에서 총리를 탄핵해야 한다"(송영길 의원)
 
"총리추천 문제가 시급하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도 우리가 추천한 총리를 추천하기로 약속했다. 국민이 안심하고 퇴진운동을 하도록 총리를 추천해놓을 필요가 있다"(이석현 의원)
 
“탄핵은 탄핵이고 추천은 추천이다. (대통령이) 총리를 안 받으면 그것대로 탄핵의 동력이 될 수 있을 것”(노웅래 의원)
 
“사정 변경으로 국회 추천 총리를 청와대가 안 받을 수 있다. 우리가 추천하는 총리를 받으라고 할 정국이 아니다”(전현희 의원)
 
"대통령 탄핵안이 의결되면 황교안이 아니라 황교안 할아버지가 와도 무슨 힘을 쓰나“(금태섭 대변인)
 
"지금의 황 총리로는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다. 일단 대통령 퇴진과 탄핵을 전제로 해서 (총리)탄핵을 검토하는 시기에 논의가 될 것"(추미애 대표)
 
결국 뾰족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우상호 원내대표가 "총리 문제는 지도부에서 논의할 것이며, 기본원칙을 지켜가면서 진행해 가겠다"고 정리하면서 의총이 마무리됐다.
오히려 황교안 총리탄핵이라는 대안까지 염두에 둔 모습이다.
 
 
◆ 민주당·정의당 “중요한 건 대통령 탄핵, 본질 흐려서도 시간 끌어서도 안 돼”
정의당도 총리추천을 선행할 수 없음에 대해 주장하면서 민주당을 거들고 나섰다.
 
“지금 중요한 것은 총리 교체가 아니라 헌정농단의 주범인 박 대통령 교체다. 정의당은 대통령의 하야·퇴진 없는 총리교체에 일관되게 반대해왔다. 정치적 탄핵상태인 대통령은 어떤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심 수용을 거부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국면이 시작된 지금 총리추천 문제로 사태의 본질을 흐려서는 안 된다"(이정미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
 
민주당도 가만있지 않고, 반격에 나섰다.
 
"박 대통령이 총리 문제를 어제 거둬들인 마당에 아마도 (국회 추천 총리) 그 자체가 수용되긴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우선 박 대통령 퇴진이 전제돼야 총리도 국정 중심에 서서 대통령 퇴진 과정을 집행하는 의미 있는 총리로서 활동할 수 있다"며 "현재와 같은 정치권 논쟁만으로는 오히려 청와대가 이 국면에서 여유를 벌고 즐기지 않겠나"(추미애 대표)
 
"(총리추천) 문제가 탄핵 발의를 하는데 시간을 끄는 그런 사유가 돼서는 안 된다"(문재인 전 대표)
 
애초 대통령의 사퇴를 전제로 여야가 합의하는 국회의 총리추천이라는 것이 가지는 모순이 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말했듯이 만일 사퇴를 선언하고 2선 후퇴를 할 대통령이 야당이 원하는 총리를 자신의 손으로 임명해준다는 것이 심정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현재의 민심이 수용하기는 어렵겠지만, 박 대통령의 입장으로서는 총리임명을 먼저 제안할 만큼 자신의 체면을 살려달라는 것이었고, 야권은 이를 일언지하에 거절한 것이다. 그러니 되돌리기엔 뻘쭘한 상황이기도 하다.
 
여기서 ‘누구를 총리로 추천할 건데?’라는 질문이 나오면 야권은 그야말로 혼란을 넘어 이전투구에 빠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당은 친안철수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친문재인만은 배척해야 한다는 것이 분명해 보이고, 그래서 새누리당이 더 괴멸되기 전에 그들에게도 비토 당하지는 않을 ‘적당한’ 총리를 추천하고 관철시키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 촛불민심은 “대통령 퇴진 아니면 탄핵, 총리도 나중에 탄핵할 수 있다”
어쩌면 한때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을 추진하고 내락까지 받았던 김병준 총리 내정자를 국민의당이 총리로 추진할 수 있지 않을까? 여당의 동의와 대통령의 임명을 받아야 하는 절차라면 과도한 상상이 아닐지 모른다.
 
지난 14일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단독 영수회담’ 추진과 청와대의 ‘김종인 총리제안설’을 조합해서 보자면, 가장 발끈하고 반발했던 국민의당으로서야 총리추천이라는 선수를 뺏어와 주도권까지 잡으려고 서두를 수 있다는 개연성은 있어 보인다.
 
민주당에서 탈당해 총선에서 승리한 국민의당과 민주당이 긴밀한 야권공조로 이 정국을 일사불란하게 헤쳐가리라고는 기대할 수 없고 불안함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19일에 더욱 명료히 확인된 촛불 민심은 탄핵이라는 것이고, 야3당도 이를 확인하고 당론화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일부 의원이 주장했듯이 시민사회에서도 “대통령 탄핵하고, 황교안 총리도 또 탄핵하면 된다. 그건 더 쉽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권한대행이 누가 되든 당장은 대통령부터 끌어내리라는 것이고, 그 이후의 문제는 그 이후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교한 정치행위, 정무적 판단을 놓고 좌고우면하기에는, 더구나 당리당략까지 노리기에는 민심이 너무 앞서가면서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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