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만에 그룹 압수수색 3번째 경영진 줄 소환 등 내우외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들어서만 해외기업 7곳을 인수하고 1개 기업 지분투자를 단행하는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최순실 게이트’ 악재를 만나 적지 않은 출혈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8일과 15일에 이어 23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삼성 미래전략실 수사관을 보내 서류 및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확보했다. 검찰은 삼성그룹 이외에도 논현동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와 전주 본사 등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이처럼 삼성그룹에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은 지난해 7월 삼성물산 합병 당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져 합병 이후 삼성이 최순실씨 모녀를 특혜 지원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의혹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합병 대가성 의혹 터져

당시 기업지배구조원은 합병이 사업시너지 제고를 위한 전략적 측면보다 이재영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판단해 합병 반대를 권고했다. 뒤집어 보면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것은 이러한 합병 반대에도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 합병안에 찬성을 한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청와대의 지시가 없었다면 국민연금이 합병 반대 권고를 무릅쓰고 찬성표를 던졌겠냐는 것이다. 국민연금 이사장은 복지부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재가해 선임된다. 기금운영본부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의 결재가 필요 하는 구조로 돼있어 청와대가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개입할 수 있다.
삼성은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의 대가로 최순실씨 모녀를 위해 특혜 지원 의혹이 불거졌다. 삼성은 최씨가 주도한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기업 중 가장 많은 204억원을 냈고, 최씨 모녀 지원을 위해 비덱스포츠(전 코레스포츠)에 35억원을 송금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검찰·특검은 국민연금이 규정된 절차에 따라 충실한 자료를 가지고 신중하게 삼성물산 합병 찬성 판단을 내렸는지, 아니면 홍완선 당시 기금운용본부장과 투자위원회가 삼성의 로비에 의해 형식적인 절차만을 거친 것인지를 철저히 수사해야만 한다”며 “단지 최순실의 개입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거나 또는 삼성의 승마협회 지원 등이 삼성물산 합병의 대가라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을 무혐의 처분함으로써 삼성에 또 다시 면죄부를 주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최씨 모녀 지원에 대가성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대가가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이었는지를 집중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삼성 정경유착 고리 지배구조 개편 걸림돌(?)
또 문제는 삼성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해 7월과 올해 2월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러한 의혹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여야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그룹 총수 중 박 대통령과 독대한 것으로 알려진 그룹 총수를 증인으로 채택한 상황이다. 그룹 총수 대부분이 출석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부회장도 국정조사에 출석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인만큼 국회 증인대에 설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지난 22일 의원총회에서 “삼성은 대통령이 아끼는 정유라를 정확히 찾아내 35억원을 지원했다”고 의혹을 제기하면서 “작년 7월 삼성은 국민연금의 도움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성사시켰고, 당시 국민연금의 석연찮은 찬성 결정에 청와대와 주무부처 장관이 개입됐다는 정황이 하나둘 밝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삼성의 경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할 수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부탁한 금품 이상의 별도 금품을 비선실세인 최순실씨 가족에게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편의를 제공한 적극적인 협조 혐의가 있기 때문에 빠져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로 그룹을 재편 중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생명을 중간지주사로 추진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착수하는 과정에서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최순실 국조특위’는 일순위로 삼성그룹을 정조준하고 있다.
재벌그룹들이 정권의 자금조달 역할을 했다는 비판에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서 재벌개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삼성 역시 이재용 시대를 맞이해 등기이사로 선임된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에 삼성물산 합병의 대가성 진위 여부를 떠나 비선실세 최순실 모녀 지원에 안간힘을 썼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정경유착이라는 도덕적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삼성그룹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이제 막 닻을 올린 뉴 삼성 이재용 시대가 최순실 게이트 블랙홀에서 빠져 나올 묘수를 찾을 지 재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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