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탄핵 절차에 착수한 정치권은 벌써부터 정략적 측면이나 고려하기 바쁜 실정이고, 설령 국회 문턱을 넘어 탄핵안이 헌법재판소로 간다고 한들 헌법재판관 교체 시기 등이 맞물리다보니 통과 여부를 점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야권에선 과거 세월호 사건 못지않을 정도로 정부여당엔 악재인 이번 최순실 사태를 어떻게든 끌고 가는 것이 차기 대선에 유리하다고 판단하다 보니 사태 해결에 방점을 두기보다 혼란만 가중시킨 채 국면을 장기화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은 상당수 여론이 박근혜 대통령의 실정을 비판한다고 해서 그게 곧 자당의 대선주자를 지지한다는 뜻으로 직결되는 건 아닌데도 불구하고 국정 마비 상황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의결정족수도 여태 확보 못해 통과 여부조차 불확실한 탄핵안으로 청와대에 압박만 지속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까지 최장 180일이 걸리기 때문에 대통령 임기가 고작 1년 남짓 남은 상황에서 탄핵안을 가결시킨다고 한들 거의 임기를 끝마친 상황이 되어버려 별 의미가 없게 되며 반대로 부결된다고 하면 오히려 대통령이 ‘최순실 사태’ 연루 혐의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정당화할 수 있는 명분만 마련해주는 상황이 되어버려 어느 쪽으로 보든 별 실익이 없다.
다만 야권의 경우 탄핵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면 ‘최순실 정국’을 최대한 길게 끌고 갈 수 있고, 만일 헌법재판소에서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때와 마찬가지로 탄핵심판을 기각한다고 해도 이번엔 격앙된 여론의 역풍을 야당이 아니라 헌재가 받게 되므로 본회의 통과만 가능하다면 크게 손해 볼 이유가 없다고 여기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렇듯 이 엄중한 사안을 야권이 정략적 차원에서 다루다보니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고 중국은 북한과 관계회복에 나서는 반면 우리에게는 문화산업을 비롯한 여러 방면으로 불이익을 주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일본은 우리와의 군사정보협정을 맺는 등 세계정세가 급변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 기민한 대처와 국정 안정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우리나라만 혼란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점에 비쳐 더 이상 대통령 탄핵이라는 이 중차대한 사안을 그저 믿음이 가지 않는 정치권과 헌재의 손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차라리 직접 국민투표를 실시해 박 대통령의 재신임 여부를 물어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 또는 대통령 재신임을 위한 국민투표보다 선행되어야 할 문제는 거국중립내각의 구성이다.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지 않고 탄핵 또는 대통령 재신임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면 엄청난 국민적 혼란이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위해 여야 3당은 각각 2명, 2명, 1명씩 총리 후보를 내고 여론조사를 거쳐 최종 후보를 3명으로 압축한 뒤 국회에서 무기명 비밀투표로 최종적인 국무총리 후보를 결정하고 여기서 선출된 총리의 주도로 개헌과 대통령 재신임을 묻는 국민투표가 추진돼야 안정적으로 국정 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대통령은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한 뒤엔 더는 소속정당에 파장을 미치지 말고 일단 스스로 당을 떠나는 결단을 내려야 하나, 만일 재신임 투표를 통해 국민적 지지가 재확인될 경우 끝까지 임기를 마쳐야 하고, 혹여 끝내 부결될 경우엔 개헌으로 세워진 새 정부에 국정을 맡기고 물러나는 것이 온당할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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