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한화증권만 반대했는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한화증권만 반대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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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형 前 사장 “한화서 김승연-이재용 가까우니 합병 찬성 요구”, 합병 반대하니 ‘사임’ 압박
▲ 최근 거센 논란이 일고 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한화그룹의 개입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주진형 사장이 재임 중이던 한화투자증권은 삼성물산 주식을 가진 국내 기관투자가 중 유일하게 합병에 반대한 바 있다. 사진/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고승은 기자] 최근 거센 논란이 일고 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지난해 7월)에서 삼성과 가까운 한화그룹의 개입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민연금은 삼성 안대로 하면 수천억원의 손해를 본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사실상 백기사를 자처하며 합병에 찬성표를 던져 청와대 압박 의혹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하고 별도로 최순실씨 모녀를 지원한 대가로 경영권 승계를 해 수천억원의 이득을 봤다는 정경유착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한겨레>에 따르면,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은 “한화그룹에서 (지난해) 6월 12일 ‘김승연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일가가 가까우니 합병에 부정적인 보고서는 쓰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주 전 사장은 이에 굴하지 않고 ‘합병 무산 가능성이 있다’ ‘국민연금이 합병에 반대하는 게 옳다’는 보고서를 두 차례 냈다고 밝혔다. 한화증권은 삼성물산 주식을 가진 국내 기관투자가 중에서 유일하게 합병에 반대한 바 있다. 그는 “한화증권을 제외한 다른 증권사들이 모두 합병에 찬성하는 보고서를 낸 것은 너무 부끄러운 일이다. 외국인들이 한국 금융시장을 어떻게 보았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결국 한화그룹 측에서 ‘물러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주 전 사장의 공식 임기는 올해 3월 주주총회까지였으나, 한달전인 2월 자리에서 물러나고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해 총선정책공약단 부단장을 맡았다.

◆ “삼성, 일일이 전화걸어 합병 찬성요청”

주 전 사장은 한화증권을 제외한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합병에 찬성한 이유에 대해선 “금융사들로선 삼성이 최대 고객이다. 삼성이 운용하는 자금 규모가 대단히 크다. 또 삼성이 전방위 로비를 했다. 기관투자가 임원들에게 지인을 통해 전화를 걸어 합병에 찬성해달라고 요청했다.”라고 설명하며 “나도 네 차례나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주 전 사장은 또 한화증권의 보고서와 달리,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한 데 대해서도 외압이 있었음을 주장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합병 찬성 여부에 대한 결정을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맡기지 않고 직접 하겠다고 밝혔을 때,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 개입설이 돌았다”며 “최근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삼성이 최씨 모녀에게 거액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후 사정을 알겠더라”라고 말했다.
 
한편 한화그룹 측에선 주 전 사장의 주장과 관련 “자신의 경영성과가 안 좋았던 것을 감추기 위해 물타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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