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정족수 200명 확보 박차…與野 4당 ‘탄핵안’ 공동발의 추진

새누리당에선 이미 대선 불출마까지 선언하며 탄핵안 처리에 집중하겠다는 김무성 전 대표를 필두로 탄핵 찬성 서명을 받기 위한 연판장까지 돌리면서 비박계의 ‘비상시국위원회’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고 야권 역시 총리 추천 등 사후 고려 사항은 일단 접어두고 탄핵안 처리에 집중키로 뜻을 모으는 등 다시금 공조체계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특히 야권은 늦어도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내달 9일까지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표결 처리하기로 합의한 만큼 앞으로 보름 남짓 남은 기간 동안 여당 내 비박계 의원들과 함께 의결정족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로선 여론 역시 탄핵을 지지한다는 반응이 압도적일 정도로 탄핵 추진 여건이 적절히 조성되어 있다는 점도 정치권이 탄핵안 처리를 급선무로 삼게 된 또 하나의 이유로 꼽고 있다.
비록 이후에도 헌재의 탄핵 심판 결정이라는 장기전이 남아있지만 일단 국회 본회의라는 첫 관문부터 통과하는 것이 관건인 만큼 200명 이상의 탄핵 찬성표를 확보할 수 있을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여론 힘 받은 정치권, 탄핵안 발의 준비 분주
바야흐로 ‘탄핵 레이스’를 펼치듯 정치권이 더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탄핵안 처리만을 바라보며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달 가까이 정치권이 ‘최순실 게이트’를 명분 삼아 청와대에 압박 기조를 이어왔어도 별무소득이었던 탓에 박근혜 대통령을 퇴진시킬 방법으로 이제 탄핵 카드만 남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난번 중간수사발표 이후 검찰마저 청와대와 완전히 돌아서는 모습을 보인 것은 물론 여론마저 갈수록 악화되어 탄핵 지지 의견이 크게 늘었다는 점 역시 지금이 탄핵안 처리의 적기란 판단을 내리는 데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 22일부터 23일까지 이틀간 전국 19세 이상 성인 1051명 대상으로 실시해 24일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탄핵 찬반 조사 결과(유무선 임의걸기·전화면접·스마트폰앱·자동응답 혼용방식, 95% 신뢰수준에 ±3.0%P, 응답률 13%)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79.5%(매우 찬성 60.3%, 찬성하는 편 19.2%)로 나타났다.
이는 ‘반대한다(매우 반대 5.2%, 반대하는 편 9.4%)’는 응답이 14.6%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무려 5배를 상회한 수치로, 지역별로 봐도 박 대통령의 아성이던 TK(대구·경북) 지역을 포함한 모든 지역에서 탄핵에 찬성한다는 답변이 반대한다는 의견을 압도했다.
마찬가지로 연령별로 봐도 박 대통령에 대한 고정 지지 비율이 높았던 60대 이상에서조차 탄핵 찬성 응답이 62.4%로 나와 반대를 표한 30.6%의 2배를 넘는 모습을 보였다.
오직 박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응답이 높게 나타난 곳은 새누리당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조사했던 경우였는데, 탄핵 반대 의견이 55.1%로 과반을 이뤘으나 찬성 의견도 이례적으로 33.3%나 기록해 현재 내홍이 계속되는 당 상황을 그대로 투영했다.
무엇보다 바로 1주 전 조사에서 자진 사퇴나 탄핵으로 대통령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73.9%였던 점에 비쳐볼 때 불과 한 주 사이에 거의 80%에 육박할 정도로 상승했다는 점은 현재 탄핵을 추진하고 있는 정치권에 또 다른 동력이 되고 있다.
이처럼 힘을 받은 정치권은 우선 의결정족수 200명을 충족시키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 야권에선 표결 당일 부득불 특별한 사유로 불참하지 않는 이상 찬성 의견으로 통일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사실상 새누리당 내 비박계에서 찬성표를 던지는 의원들이 얼마나 나오느냐가 최대 관건이 되고 있다.
◆ 탄핵 가결, 與 찬성 규모가 관건…9일 표결 관측

이와 관련해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의 최측근인 비박계 김성태 의원은 24일 오전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당내에서 탄핵에 찬성하는 의원이 30여명이 조금 넘는다”면서 “지금 고민 중인 의원을 한 20~30명으로 보고 있다. 탄핵에 찬성하는 의원은 오늘 중이라도 약 40여 명까지 되지 않겠느냐”고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여기서 김 의원이 칭한 40명은 비박계 지도부 격인 비상시국회의가 돌리고 있는 연판장에 이름을 올릴 의원 수를 뜻하는 것인데, 사실 김 의원의 인터뷰 이후 이미 오전 중으로 연판장에 서명한 의원이 40명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져 일단 탄핵안 처리에 청신호가 켜졌다.
대통령 탄핵 의결정족수가 200명인데 반해 야권은 무소속까지 합쳐도 171명에 불과한 만큼 최소한 29명의 여당 의원들이 탄핵 찬성 측에 동참해야 하지만 당일 여러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하면 적어도 40명 내외의 새누리당 의원들을 확보하지 않으면 본회의 통과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뿐 아니라 김 의원은 이런 추세를 감안해 탄핵안 표결 시기와 관련, “개인적으로 12월 6일과 7일에 걸쳐 진행되는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 이후 탄핵안이 처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9일 본회의 처리 쪽에 힘을 실었는데, 이는 자신이 위원장으로 있는 ‘최순실 국조특위’ 이후에 탄핵안이 표결돼야 탄핵 처리 가능성은 물론 여당 측의 공헌도도 한층 높일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여당 측 기대에 대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오전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빠르면 12월2일, 늦어도 12월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탄핵안이 표결되도록 하겠다”고 화답한 데 이어 이날 오후 가진 국민의당 박지원,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선 내달 9일까지 탄핵안을 표결에 부치기로 모두 합의해 박자를 맞췄다.
◆ 野 이견 접고 공조 강화해 탄핵 논의 급물살
특히 우 원내대표는 앞서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든 불확실성을 줄이고 정치일정을 국민들이 예측 가능하도록 하겠다”면서 “국회추천 총리를 더 이상 검토하지 않는다”고 말해 벌써부터 탄핵 이후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직을 대행하는 걸 우려하기보다 먼저 박 대통령을 탄핵시키는 데에 방점을 뒀다.
이는 탄핵안 처리 전 총리 추천부터 해야 한다던 그간의 국민의당 주장을 묵살하는 듯 비쳐지지만 사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이 지난 23일 “국민의당은 탄핵 전 총리 인선을 고집하지 않겠다”며 “‘선 총리’ 문제로 야권 공조가 삐거덕거리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이 실망하고 정치권에 자극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 비대위 회의 발언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탄핵안 가결 이후 예상될 국정 공백 상황에 대처하려는 움직임도 없진 않은데, 새누리당 이종구·김재경, 더불어민주당 박영선·변재일, 국민의당 주승용·박주현 등 14명의 의원들은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 드라이브가 걸리면서 속도가 좀 줄었지만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거국중립내각 구성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국회 차원의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들은 여야 국회의원 158명이 서명한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국정공백 해소 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 본회의·전원위원회 소집 촉구 결의안’을 이날 제출했다고 밝혔는데, 현 국회법상 전원위원회는 주요 의안의 본회의 상정 전후로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 요구가 있을 때 개회할 수 있는 만큼 현재 밀려나 있는 총리 추천 사안도 탄핵안 발의를 전후해 어떻게든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당에서도 이런 상황에서 그저 거수기 역할에 그칠 수는 없다는 듯 적극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박 위원장은 24일 원내정책회의에서 “이번 탄핵안 발의는 야3당 공조 뿐 아니라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과도 공조해야 한다”며 “오늘 제가 새누리당에서 평상시 연락하는 분들과 연락해 새누리당 실무책임자, 야3당의 추진단장들이 빠른 시일 내에 4자 회동해서 각 당의 안을 갖고 통일안을 내자고 제안하겠다”고 역설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국민의당은 전날 민주당에서 탄핵추진실무준비단을 발족시킨 것과 마찬가지로 같은 날 탄핵추진단을 구성한 데 이어 오는 28일 오전까지 탄핵소추안 초안을 마련해 다음날 오후까지 단일안을 도출해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여기에 야3당의 한 축인 정의당도 두 야당에 뒤이어 24일 탄핵추진단을 설치키로 했다고 밝히며 이달 말까지 탄핵소추안을 마련하겠다고 입장을 내놨다.
이렇게 야권부터 새누리당 내 비박계에 이르기까지 빠르게 탄핵 절차를 진행해나가자 새누리당 친박계는 이전보다 궁지로 몰린 형국인데, 탄핵안 가결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친박계가 이를 뒤집을 수 있을 것인지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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