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속 與野 ‘엑스맨’ 후보 누구?
탄핵 정국 속 與野 ‘엑스맨’ 후보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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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정진석 - 野 추미애 발언으로 당내 ‘시끌’
▲ 25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좌)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우)가 각각 자당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새누리당 친박계를 제외하곤 정치권이 모두 탄핵 정국에 돌입한 이후 각 당내에선 이 같은 흐름에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목소리가 일부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 일각에선 이들을 적 진영에서 아군 역할을 하는 사람에 빗대 ‘엑스맨’이라고 칭하고 있다.
 
일단 새누리당에선 확실히 친박이라고도, 그렇다고 비박으로도 입장을 분명하게 취하지 않고 있는 정진석 원내대표가 우선 꼽히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앞서 친박계 지도부인 이정현 체제와 선을 긋고 비박계 지도부인 비상시국위원회에 참석한 바 있어 장차 비박계와 뜻을 함께 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지만 정치권이 탄핵 정국으로 돌입한 이후엔 가급적 이에 제동 거는 듯한 발언을 내놓고 있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또 야권에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거듭된 좌충우돌 언행으로 구설수에 오르면서 ‘청와대의 엑스맨’이란 비난까지 받고 있는데, 그간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이 차기 대선 등을 고려해 제1야당을 견제하려는 측면에서 중요한 시점에 제동을 거는 모습을 보인 적은 있으나 이와 달리 추 대표는 자당에 별 다른 정치적 이익도 없는 ‘헛발질’로 자충수만 두고 있어 당내에서조차 리더십에 의구심을 품고 있는 실정이다.
 
피아 구분이 불분명한 행보로 당내에서 의문 어린 시선을 받고 있는 이들이 어떤 의도를 갖고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탄핵 일자 연기’ 역설한 정진석, 비박 맹공 맞자 ‘번복’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거론된다는 자체에 반감을 가진 친박계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25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은 소속의원 128명 중 이정현 대표를 제외하곤 비박계로 꼽히는 60여명만 참석한 채 진행됐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이날 의총에 참석한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미 비박계는 물론 야권에서도 잠정적으로 탄핵안 처리 일자로 잡아놓은 ‘12월 9일’에 대해 “12월 9일에 탄핵안을 처리하겠다는 야당의 요구에 대해선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폭탄 선언을 했다.
 
정 원내대표는 12월 9일이 불가한 이유와 관련, “가장 중요한 건 질서 있는 국정수습”이라며 “대통령 탄핵도 질서 있는 국정수습을 위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한 후 추진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탄핵절차 협상권을 저에게 일임해주신다면 저는 그 입장을 정리해 두 야당과 협상에 나서겠다”고 말해 탄핵 처리 일자 등을 비롯한 정국의 주도권을 자신이 쥐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진석 원내대표의 12월 9일 탄핵 수용 불가방침에 반발해 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그러자 비박계 의원들은 곧바로 반박하고 나섰는데, 나경원 의원은 “모든 탄핵에 대한 협상권한을 원내대표에 위임하는 것에 대해선 이의 있다”면서 “의총에서 충분히 탄핵에 대한 논의를 하고 결정해 달라”고 발언했으며 황영철 의원도 이와 비슷한 취지로 반대 의사를 표했다.
 
여기에 일부 비박계 의원들까지 “동의한다”면서 나 의원과 황 의원에 힘을 싣는 등 집단 반발 움직임까지 나타났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정 원내대표에 대한 비판은 의총 직후에도 이어졌는데, 김영우 의원은 “대통령도 검찰 수사를 회피하고 있는데, 만에 하나 새누리당이 탄핵을 회피하거나 늦춘다고 하면 이것은 정말 국민들을 두 세번 실망시키는 일”이라며 “국민들이 원하고 있기 때문에 탄핵이 가결되든 부결되든 국회에서 정해진 절차를 밟는 것이 맞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하태경 의원은 정 원내대표를 겨냥 “조기탄핵을 만약 새누리당이 거부한다면 내일 광장에 나오는 국민들의 발아래 우리는 깔려죽을 것”이라며 “정 원내대표가 조기탄핵을 반대하는 명분이 뚜렷하게 뭔지 이해가 잘 안 된다. (탄핵 연기) 조건을 분명히 명시하지 않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실제로 정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예산안 처리를 끝낸 뒤 이르면 내달 2일경 원내대표직에서 자진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어 이제 와서 탄핵 정국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자신이 야권과 협상에 나서겠다는 건 모순된 발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야권에선 지난 24일 정 원내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이 특검이나 국정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입장을 소명하는 것을 듣고,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내놨던 제안을 즉각 일축한 데 이어 이날 정 원내대표의 ‘탄핵 일정 연기’ 발언에 대해서도 한 목소리로 비꼬았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오전 의총 직후 정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그날도 필리밥스터를 하려나”라며 “왜 그러시는지 모르겠는데 법상 그냥 (탄핵안이) 올라가면 의무적으로 처리하게 돼 있지 않나. 막을 수 없다는 걸 알고 하신 말씀일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는 우 원내대표 뿐 아니라 앞서 새누리당 대권잠룡인 유승민 의원도 같은 날 “우리가 주도적으로 발의하는 것도 아니고, 야당이 발의하면 72시간 이내에 탄핵안을 표결해야 한다”며 “이것을 늦출 방법이 없다”고 확언한 바 있어 갑자기 탄핵 표결 일자를 미루자는 정 원내대표의 돌발 제안은 현재 여건상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 뿐 아니라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의 경우 정 원내대표가 돌연 이런 입장을 내놓은 데엔 여당 내 탄핵 움직임을 일부러 흔들려는 의도가 있다고 봤는지 “비박은 정 원내대표와 때로는 궤를 같이하지만 탄핵 문제에는 궤를 같이 하지 않는다”면서 “(정 원내대표는) 영원히 안 하고 싶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처럼 여야를 막론하고 정 원내대표에 대해 맹폭이 계속되자 그는 의총 직후 기자들에게 “야당은 일방적으로 계속 조기 대선을 원하는 건지 조기 대선에 따른 혼란이나 이런 후유증에 대해선 전혀 걱정 안 해도 되는 건지 이런 질문을 던져 본 것”이라고 강변하면서 “제가 탄핵을 반대한다거나, 회피한다거나 지연시킨다거나 하는 건 절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한 발 물러났다.
 
◆ ‘좌충우돌’ 추미애, 잇따른 실언에 당내서도 비판

 
이렇게 정 원내대표처럼 실익 없이 돌발 제안만 내놨다가 곤혹을 치른 이는 야권에도 있는데 바로 지난 번 청와대를 향해 일방적으로 영수회담을 제안했다가 하루도 안 돼 스스로 철회 의사를 밝혀 논란을 일으킨 추미애 민주당 대표다.
 
추 대표는 이미 영수회담 ‘헛발질’ 이후에도 지난 18일 “박근혜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계엄령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도 돈다”고 발언했다가 정작 별 다른 근거는 내놓지는 않아 빈축을 산데다 23일 광주 행사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미용을 위해 국민 혈세 2000억 원 이상을 썼다”는 주장을 펴다 뒤늦게 2000억 원이 아닌 2000만 원으로 정정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이런 추 대표의 잇따른 실언은 결국 무분별한 정치공세로 비쳐져 도리어 보수층이 결집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이를 우려했는지 민주당과 탄핵 공조 중인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지난 24일 추 대표를 겨냥 “똥볼을 찰 것이라는 예측이 적중했다”고 개탄한 데 이어 25일엔 YTN라디오에 출연해 “지금은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수하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특히 박 위원장은 지난 23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하면서 탄핵 정국의 주도권을 잡으려던 시도에 맞서 추 대표가 ‘박 대통령 당선의 일등 공신이기도 한, 부역자 집단의 당 대표를 지낸 분이 탄핵에 앞장서겠다고 한다’고 격한 반응을 내놨던 점을 꼬집어 “탄핵을 가결하려면 표가 필요한데 도와주겠다는 사람들을 비난하면 도와주고 싶겠나”라고 질타했다.
 
이런 박 위원장의 비판에 대해 민주당에선 일견 지나친 간섭이라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추 대표에 자제할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대권주자인 김부겸 의원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추 대표의 ‘부역자’ 발언을 겨냥 “지금은 과거에 연연할 때가 아니라 오로지 탄핵 가결 하나만 보고 가야 한다. 여야로 나뉘어 정쟁을 할 때가 아니다”라며 “탄핵 가결이 중요한 상황에서 야당의 지도자들도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추 대표와 함께 민주당 지도부를 이끌고 있는 우상호 원내대표마저 같은 날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탄핵에 집중하려고 이제 말수를 줄이려 한다”면서 “이제 이러고 저러고 말이 많은 것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야 할 때”라고 강조해 우회적으로 실언을 반복하는 추 대표에 자제를 촉구했다.
 
이렇듯 명색이 여야 지도부에 있는 인사들이 모두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는 데에만 급급해 ‘자승자박’ 발언을 이어가면서 ‘탄핵 정국’ 자체를 어그러뜨리고 있어 이들의 돌출행동이 어떤 후폭풍을 몰고 올 게 될지 벌써부터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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