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사이에 아침저녁으로 유난히 날씨가 쌀쌀해졌다. 추위를 대비해 초가을에 먹어두면 값비싼 보양식 안 부러운 한약재가 바로 수삼이다. 반 뿌리, 한 뿌리씩 썰어서 밥이나 샐러드에 섞어 먹으면 한 끼 든든하게 해치울 수 있는 간편한 식사가 된다. 수삼에 대해 알아보자.
‘동의보감’에는 인삼이 독한 성분이 없고 장기간 복용해도 부작용이 적어 건강에 이롭다고 전한다. 서양의학에서도 인삼의 ‘능력항상성’을 규명하는 5천여 건의 의학논문이 발표되었다. 이런 인삼의 대표적인 종류로 자연 채취된 상태의 수삼과 수삼을 쪄서 말린 홍삼을 들 수 있다. 탕재로 달여 먹는 다른 인삼들과 달리 수삼은 간편한 가정식 식단에 곧잘 올라온다. 독특한 향취와 높은 수분 함량 덕분이다.
수삼의 주된 영양성분은 비타민B와 사포닌으로 구성돼 있다. 비타민B는 알다시피 면역 비타민으로 불리며 한 가지 물질이 아닌 B1, B2 등으로 명명된 복합체이다. 비타민B가 부족하면 하반신이 뚱뚱해지고 피부 상태가 나빠지며 쉽게 피곤해진다. 사포닌 역시 면역력을 높이고 두뇌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한약재라고 해서 비쌀 것 같지만 그리 비싸지는 않다. 보통 15뿌리가 들어가는 5년산 난발삼 1채(750g)는 시중에서 2만7천~2만8천원 선에서 팔린다. ‘난발삼’이란 뿌리가 멋대로 자란 인삼들을 가리키는 말로, 뿌리가 곧은 상품용에 비해 반값에 거래되지만, 홍삼을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맛이나 약효는 차이가 없다. 따라서 생김새보다는 몇 년 묵었는지 연근을 따지는 게 좋은 수삼을 고르는 방법인데, 요령을 익힐 필요 없이 판매자에게 원산지 증명서와 연근 확인서를 보여달라고 하면 된다. 인삼산업법에서는 판매자가 이 두 가지 증명서를 반드시 매장에 비치하고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수삼영양밥은 특히 예민하고 쉽게 피곤해하는 소음인에게 어울리는 식단이다. 깨끗하게 손질한 수삼 1뿌리를 채 썰어 2인분 쌀과 섞고 보통 밥 짓듯 하면 된다. 약대추나 밤, 은행, 표고버섯, 풋콩을 곁들이면 맛도 건강도 한결 좋아진다. 이때 수삼의 싹은 쓴맛이 강하고 독성이 있어 잘라낸 다음 썰어야 한다.
깨끗이 손질한 수삼을 세로로 잘게 찢어서 각종 야채와 함께 담으면 훌륭한 수삼샐러드가 된다. 야채로는 라디치오나 그린비타민 같은 허브들을 함께 하면 금상첨화지만, 입맛에 따라 토마토, 당근이나 무순 같은 일반적인 야채를 사용해도 된다. 특히 망고와 수삼, 잣, 데리야끼 소스를 넣고 믹서로 갈면 간단히 완성되는 망고인삼소스를 얹어주면 제맛이다.
사실 수삼은 갈아먹는 게 일반적이다. 수삼 반뿌리를 호두 30g과 우유 1컵, 인삼 음료 1/3컵과 함께 믹서에 넣어 갈면 어린이에게는 좋은 두뇌 건강식이 되고, 일에 지친 남성이라면… 내친 김에 저녁에도 한 잔 더 갈아서 들이키면 ‘밤일’도 걱정이 없다. 인삼 음료를 구하기 어렵거나 쓴맛이 싫으면 꿀 한 숟가락을 섞는 게 비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