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무슬림 비하 발언 파문
교황, 무슬림 비하 발언 파문
  • 문충용
  • 승인 2006.09.1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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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교황이 직접 사과하라” 요구
▲ 교황 베네딕토 16세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무슬림 비하 발언이 전세계 무슬림의 분노를 일으켰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12일 독일 레겐스부르크 대학에서 집전한 미사에서 “무하마드가 가져온 새로운 것은 신념을 칼로 전파하도록 명령을 내린 것과 같은 사악하고 비인간적인 것들이라고 황제가 말했다”고 발언했다. 황제는 14세기 비잔틴제국의 마누엘 팔레올로고스를 지칭한다. 이에 무슬림의 반발이 나날이 강해지고 있다. 이집트의 제1야당 ‘무슬림형제단’의 대표 메흐디 아케프는 “교황은 전체 이슬람 세계의 분노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이스마일 하니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는 “교황은 이슬람 때리기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57개국으로 구성된 이슬람회의기구(OIC)는 “바티칸은 이슬람을 정말 어떻게 보는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슬람학자 자베드 가미디도 ‘뉴욕타임스’를 통해 “교황의 발언은 대단히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 11월 교황의 순방이 예정된 터키의 이슬람 지도자 알리 바르다코글루는 “이런 상황에서는 교황의 터키 방문이 의미가 없다”며 교황의 사과를 요구했다. 교황은 2004년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을 반대한 바 있어, 교황의 터키 순방 일정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는 분위기다. 파문이 확산되자, 바티칸 당국은 14세기 비잔틴 황제의 옛 경구를 인용한 것일 뿐, 무슬림의 감정을 자극할 생각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바티칸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14일 “지하드와 지하드에 관한 무슬림의 생각을 깊숙이 파헤치거나 더 나아가 무슬림의 감정을 상하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그러나 가톨릭과 무슬림이 군사적으로 대립하던 십자군 시절의 문구를 굳이 인용한 것에 대해 바티칸 당국의 해명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교황이 직접 사과할 것을 촉구하는 무슬림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파키스탄은 15일 바티칸 주재 대사를 소환했다. 파키스탄 의회가 교황 비난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뒤 나온 조치다. 알자지라방송은 쿠웨이트와 이집트에서도 바티칸과의 외교를 단절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1988년 살만 루시디의 ‘악마의 시’ 발표, 2001년 부시 대통령의 ‘십자군 전쟁’ 발언, 2005년 덴마크 일간지의 ‘무하마드 비하 만평’ 게재 등 서방의 무슬림 비하 사건은 계속되고 있다. 동성결혼 반대 등 보수적인 성향의 베네딕토 16세는 최근 가톨릭과 이슬람의 분쟁을 조장하는 듯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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