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과 뇌의 관계
운동과 뇌. 얼핏 보면 별로 상관없을 것 같은 주제다. 운동한다고 머리가 좋아지는 게 아니듯이, 머리가 좋다고 운동을 잘하는 것도 아닐 것 같다. 하지만 이 둘은 사실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한다. 운동을 잘하는 ‘운동 뇌’가 따로 있으며, 머리를 써야 운동효과가 좋아지고, 심지어 운동이 머리를 좋게 만든다는 연구보고도 있었다. 어디 한번 살펴보자. 신희섭 한국과학기술원(KIST) 신경과학센터장에 따르면, 공부를 잘하는 머리와 운동을 잘하는 머리는 따로 있다고 한다. 동물의 뇌에는 해마라는 부위가 있는데, 해마는 집중력을 담당한다. 집중력은 공부를 할 때도 운동을 할 때도 필요하다. 포유류의 해마에서는 세타(θ)파라는 뇌파가 나오는데 이 뇌파는 집중력을 요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며 1형과 2형 두 종류로 나눠진다.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2형을 제거해보니, 이 생쥐는 기억력이 쇠퇴하고 운동능력이 일반 생쥐에 비해 1.6배 정도 상승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를 통해 발표됐다. 신 센터장은 “이번 연구로 2형 세타파는 학습기능에는 필수적이지만 운동기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언급했다. 1형을 제거하고 2형만 남는 경우는 실험해보지 않았지만, 어쨌건 어떤 사람이 공부를 못하고 운동만 잘한다면 그것은 뇌의 구조적인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런 자녀가 있다면 태생이려니 하고 몸 쓰는 쪽 진로로 밀어줄 일이다. 한편, 헬스 트레이너들은 운동을 할 때 머리를 써야 한다고 말한다. 헬스할 때 머리를 쓰라는 게 무슨 말인가 하니, 운동할 때 집중력을 발휘하라는 얘기다. 운동을 할 때 운동 부위에 집중하면 더 많은 자극을 받는다. 집중력을 발휘해 근육의 이완과 수축을 세밀하게 느낀다면, 근육은 신경세포를 깨워 운동하기에 가장 좋은 상태로 만든다. 운동을 아무리 해도 근육이 잘 발달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라. 대개는 운동하면서 잡생각이 많거나 수다를 떨거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부류다. 달리 헬스 클럽의 사방에 거울을 달아놓은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자신이 정확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지 근육이 제대로 움직이고 있는지 확인하고 느껴야 운동 효과가 커진다. 고려대학교 해부학과 유임주 연구팀은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와 오리건 보건대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 결과, 지속적으로 운동하면 인지능력이 향상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은 원숭이 24마리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는데, 8마리는 20주 동안 운동을 시켰고, 다른 8마리는 20주 동안 운동을 시킨 뒤 12주 동안 쉬게 했고, 마지막 8마리는 전혀 운동을 시키지 않았다. 이후 이들 원숭이의 뇌를 해부한 결과 운동한 그룹은 운동했다가 쉰 그룹과 운동을 하지 않은 그룹의 원숭이들에 비해 팔다리의 운동을 총괄하는 ‘중심앞이랑’ 부위의 혈관이 15% 더 발달했다. 또한 먹이를 숨기고 세 그룹의 원숭이들에게 찾도록 시킨 결과, 찾는 속도에는 별 차이가 없었지만 찾았을 때 더 기뻐했고 먹이에 더 관심을 기울였다고 한다. 결론은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면 ‘운동 뇌’가 더 발달한다는 의미다. 운동을 한다고 공부를 더 잘한다는 결과는 아니라 해서,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면, 치매는 상당수의 경우 ‘운동 뇌’의 손상에서 온다는 사실을 상기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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