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기관투자가들 ‘밀어주기’ 논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기관투자가들 ‘밀어주기’ 논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연금 이어, ‘캐스팅보트’ 한국투신도 수백억 손실에도 합병 찬성
▲ 지난해 삼성가의 경영승계를 위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 국민연금공단에 이어 기관투자가들도 적극 거들었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 측의 ‘전방위 로비’ 의혹이 제기된다. 사진/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고승은 기자] 지난해 삼성가의 경영승계를 위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공단이 삼성 측 손을 들어줘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연금의 손실까지 감수하면서 합병에 찬성해 삼성에게 수천억원의 이득을 안겨준 대신, 국민노후연금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는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러면서 청와대(최순실)의 압박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결국 삼성이 최순실씨 측에 수백억의 자금을 지원한 대가로 수천억원의 이득을 얻었다는 셈이다.
 
또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 외에도 기관투자가들도 적극 거들었다는 논란도 제기되며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그러면서 삼성 측의 ‘전방위 로비’ 의혹이 제기된다.
 
◆ “투자자 이익이 최우선이어야는데…”
 
29일 국회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7일 삼성물산 임시주총에서 50개 기관투자가가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들이 의결권을 행사한 주식의 양은 삼성물산 주식 1천77만주(6.9%)였다. 이 가운데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자산운용(0.697%, 109만주)을 뺀 49개 기관투자가들이 찬성표(6.2%, 968만주)를 던졌다.
 
삼성 측에서 제시한 합병비율이 불리하다며 반대를 권고했지만, 반대표를 행사한 국내 기관투자가는 하나도 없었다. 특히 50개 업체 중 삼성물산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던 (2.85%, 445만9천598주) 한국투자신탁도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한국투신이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다면, 출석주주의 66.2%만 찬성하게 되어 의결정족수에 0.4%p가 부족해 합병이 성사되지 않아 사실상 합병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한국투신이 찬성표를 던지며 합병은 가까스로 성사됐다.
 
한국투신이 보유했던 삼성물산 지분율은 제일모직(0.9%)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
 
이와 관련,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삼성물산 지분이 세 배 이상 많은 한국투신의 경우 합병비율이 높을수록 절대적으로 유리했다”며 실제 합병비율 1:0.35(삼성물산 1주→제일모직 0.35주로 교환)과 국민연금이 산정한 적정비율 1:0.46(삼성물산 1주→제일모직 0.46주로 교환)을 비교하면 한국투신이 358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설명했다.
▲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민연금은 국민을 버리고 한국투신은 투자자를 버렸다고 지적했다. 사진/시사포커스DB
또한 “외부 의결권 자문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1:0.43)과 ISS(1:0.95)가 산정한 적정비율을 적용하면, 최소 262억원에서 최대 1천428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고 강조했다.
 
제윤경 의원은 “어떻게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이 전부 반대의견을 제시했는데 투자자이익이 최우선이어야 할 기관투자가들이 찬성 몰표를 던질 수 있느냐”라고 지적하며 한국투신에 대해선 “합병 찬성으로 투자자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민연금은 국민을 버리고 한국투신은 투자자를 버렸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제 의원은 “당시 합병 찬성을 종용한 삼성 측의 로비가 (기관투자자들에)엄청났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 “하나같이 재벌들, 특히 삼성 눈치를 보니까…”
 
당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 삼성물산 주식을 가진 국내투자가 중 유일하게 반대했던 곳은 한화투자증권이었다. 당시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은 삼성물산에게 불리한 합병비율을 문제 삼으며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삼성물산에 불리한 조건 합병이다”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발간토록 했다.

주진형 전 사장은 지난 25일 MBC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리포트를 쓴 것과 관련 “당시 삼성물산의 가격은 지나치게 저평가됐고, 제일모직은 지나치게 고평가된 상태에서 주식을 교환한 방식으로 합병을 한다는 것이 삼성물산 주주들한테 너무 불리한 조건으로 합병이 되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냈던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은 “외국인 투자가들은 대부분 반대를 했고,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다 찬성을 했다”면서 삼성 측의 로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화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을 제외한 증권사들이 합병에 긍정의견을 낸 데 대해선 “우리나라 증권사 리서치는 사실 객관성이나 공정성에서 굉장히 문제가 많다”라며 “외국 증권사들은 거의 하나 같이 다 삼성물산이 저평가됐다는 식의 부정적인 리포트를 썼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하나 같이 재벌들 쪽을, 특히 삼성 눈치를 보니까 그렇게 찬성하는 그런 보고서들을 다 썼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삼성이)전방위 로비를 했다는 거 자체는 어떻게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하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이 의견으로 듣고 독립적으로 판단해서 결정을 했다면 상관없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외국인 투자가들은 대부분 반대를 했고,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다 찬성을 했다”며 “이는 독립적으로 판단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의심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주 전 사장은 또 청와대 개입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저도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으로부터 얘기 들은 게 자기도 이상해서 물어보니까 청와대 뜻이었다. 그 당시 그렇게 얘기를 했다는 것”이라며 “그때는 청와대가 보통 이런 것에 끼지 않는데 왜 무리한 일에 개입해서 이러쿵저러쿵 하라고 하는지 이상하게 생각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본부장이 독자적으로 그렇게 판단을 했는지, 아니면 그 당시 제가 들은 대로 청와대 그리고 안종범 수석한테 지시가 왔다고 하면 안종범 씨는 왜 그렇게 했는지, 안종범 씨는 누구한테 그 얘기를 들은 것인지를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