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선 비박, ‘탄핵’ 물 건너가나
돌아선 비박, ‘탄핵’ 물 건너가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與 ‘4월 퇴진’ 당론화하며 재결합…野 불협화음 감지
▲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야3당 대표회동’에 참석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새누리당이 1일 박근혜 대통령의 거취와 관련해 ‘4월말 퇴진-6월 조기대선’ 방안을 당론으로 만장일치 추인하면서 탄핵 정국이 급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간 야권의 탄핵 표결에 찬성 의사를 표했던 비박계는 ‘4월말 퇴진’ 방안을 통해 친박계와 대타협을 이뤄내면서 탄핵대오에서 이탈해버렸고, 이로 인해 탄핵만을 고수해오던 야권은 가결 처리가 난망해지면서 실로 ‘닭 쫓던 개가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어버렸다.
 
비록 비박계가 당론화 전제로 내걸었던 ‘4월말 퇴진’ 방안에 대한 박 대통령의 수용 의사가 아직 공개적으로 표명되진 않은 상황이지만 일단 그동안 내홍을 반복했던 여당이 다시 통합되는 모양새로 흘러가면서 이미 탄핵 분위기에 찬물이 끼얹어진 상황이다.
 
여기에 비박계 수장격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4월말 퇴진’ 안건이 당론화되기 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돌연 최종 담판 성격의 회동을 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야3당 간 탄핵 연대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회동 당시 추미애 대표가 ‘1월말 퇴진’을 거론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간 탄핵 대열에 함께 해온 국민의당이 크게 분개했는데, 뒤늦게 추 대표가 해당 발언이 잘못 전해진 것이라며 해명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야권 사이엔 문재인 전 대표에 유리한 ‘조기 대선’을 위해 민주당이 빅딜을 시도한 게 아니냐는 불신감이 자리 잡게 됐다.
 
그러다보니 비박계까지 돌아서 가결 처리도 어려워진 상황에 야권이 계속 탄핵 공조를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앞서 정계 원로들의 권고한대로 박 대통령이 질서 있는 퇴진을 할 수 있게 될 것인지로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탄핵대오, 與 비박 이탈에 3野까지 ‘출렁’

 
탄핵안 가결을 위해 필요한 비박계가 탄핵 입장을 유보한다는 뜻을 굳히는 한편 박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 쪽에 무게를 실으면서 정국의 무게추가 급격히 한쪽으로 쏠리고 있다.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 이후 말을 아껴왔던 비박계 김무성 전 대표는 1일 오전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만나 박 대통령에 탄핵이 아닌 조기 퇴진의 길을 열어주자는 논의를 했으나 그 시점을 두고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 전 대표는 이날 새누리당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헌법재판소 쪽에다 (박 대통령 퇴진 예상 시점을) 알아보고 했는데 우리는 아무리 빨라도 4월말에 결정 난다는 것이고 추 대표는 1월말이면 된다는 것이다. 거기에 시각차가 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전 대표는 “4월 퇴임이 안정적인 정권이양을 위해 합리적이라 생각했다”고 주장한 데 반해 탄핵안에 대해선 “발의도 안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탄핵대오 이탈 의사를 한층 강하게 내비쳤다.
 
반면 야권은 김 전 대표의 발언으로 그나마 유지되어오던 그간의 탄핵공조 기조만 크게 흔들렸는데,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김 전 대표를 만난 추 대표를 겨냥 “어제 야3당 대표회담에서 일체 탄핵에 목표를 두고 ‘대화를 하지 말자’고 합의했던 추 대표는 우리 당과 아무런 상의 없이 마치 대통령과의 단독 회담을 요구했던 것처럼 김 전 대표와 회동했다”며 맹비난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박 위원장은 “탄핵안을 발의하자고 그렇게 주장하던 추 대표가 이제 내년 1월 대통령이 퇴진하라는 다른 요구를 했다”며 “앞에서는 공조해서 탄핵하자고 하고, 또 함께 (대통령과 비박계를) 만나자고 하면 탄핵과 해체의 대상인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못 만난다고 하면서 왜 자기는 혼자 저러고 다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자 추 대표는 곧바로 같은 날 오전 국회 최고위에서 “(김 전 대표에게) 지금 탄핵을 발의하면 늦어도 1월말까지 탄핵 심판이 종료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탄핵소추와 동시에 권한이 정지되는 것이고 1월말까지는 박 대통령이 사퇴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자신을 향한 이면 협상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추 대표는 “박지원 비대위원장에게 ‘비박의 뜻은 탄핵에 9일에도 참여할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 그러므로 야3당만이라도 2일 탄핵안을 발의할 수 있게 하자’고 말했다”면서 “우리는 지도부 의논을 모아 2일 발의하는 걸로 준비완료했기 때문에 국민의당도 참여하게 해달라고 말했다”고 강조해 일각에서 지적한 야권공조 균열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추 대표가 이처럼 진화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박 위원장은 이날 오후 가진 야3당 대표 협상에서 민주당의 2일 발의 주장을 거부한 채 “탄핵은 발의가 목적이 돼선 안 되고 가결이 목적이어야 한다”며 오는 9일에 탄핵안을 표결하겠다고 못 박았다.
 
다만 이것이 야권공조 균열로 비쳐질 것을 의식했는지 박 위원장은 “저희와 통화가 되는 비박 의원들은 대통령이 오는 7일까지 퇴진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탄핵에 동참한다고 한다. 제 안은 9일까지 (비박계의) 변화를 보고 9일날 하자는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일단 2일 표결 처리 방안이 이렇게 무산되자 추 대표는 즉각 화살을 국민의당에 돌렸는데, 같은 날 오후 국회에서 그는 “2일 (탄핵안을) 가결시킬 수 있도록 하자고 나와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계속 촉구했다”면서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고집을 부리고 명확하게 거절했다”고 비난했다.
 
이는 탄핵안 발의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야권 지지층의 비판을 피하기 위한 방편에서 내놓은 입장으로 풀이되는데, 그래서인지 국민의당도 즉각 손금주 수석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어설픈 탄핵 발의야말로 탄핵 거부”라며 “비박의 불참으로 200석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냥 발의하자고 우기는 건 박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탄핵안 부결의 여파를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도 이대로 9일까지 비박계의 답변만 손놓고 기다리기엔 못내 부담스러웠는지 국민의당은 오는 5일 별도로 본회의 일정을 잡아 표결하자는 절충안을 민주당과 정의당에 새로이 제시했는데, 우선 두 당은 이를 검토해보겠다는 반응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 사실상 탄핵 거부하는 비박, 그 속내는?

 
▲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왼쪽) 전 대표와 이정현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문제는 가결 여부의 키를 쥐고 있는 비박계의 반응인데, 국민의당이 제안한 5일 표결 절충안을 접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이마저도 “대통령이 안 그만둔다고 하면 탄핵이 되는 거지만 그만둔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탄핵할 수 있느냐”면서 “응할 수 없다”고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뿐 아니라 김 전 대표는 민주당까지 거론하면서 “대선 준비도 해야 하지 않느냐. 더불어민주당에도 문재인 전 대표 혼자만 후보가 아니지 않나”라며 “거기도 경선이 2~3개월 필요하다”라고 말해 국민의당 측 제안을 거듭 일축했다.
 
이 같은 김 전 대표의 발언은 그간 친박계를 몰아붙이고자 부득이 야권과 함께 탄핵대오를 형성해왔으나 이를 통해 박 대통령과 친박계에 대한 압박 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된 이상 탄핵 협조가 야권에만 이득일 뿐 더는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데에서 나오게 된 것으로 보인다.
 
또 보수층을 주요 기반으로 했다는 특성상 야권과 함께 소속정당을 한층 위기로 몰아붙이는 데 공조한다는 부담도 작용해 대통령 거취 문제가 이미 국회로 넘어온 이상 향후 야권에 맞서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라도 현 시점에서 적절히 친박계와 타협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종전처럼 야권에 협조해 탄핵안을 가결시키게 될 경우 차기 대권을 노리는 야권에선 비박계까지 친박계와 같은 ‘부역자’로 몰아 토사구팽 시킬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여당이 수세로 몰린 상황에선 당내에서 친박계를 몰아내고 당권을 차지하든 아니면 자신들이 탈당하든 결국 정치적 입지를 마련하기 쉽지 않게 된다는 점도 이런 결정을 내리는 데 적잖이 작용했을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따라서 김 전 대표는 탄핵안이 가결되어봐야 박 대통령에 부정적인 현재의 여론이 탄핵 발의를 주도해온 야권만 지지하게 되는 결과가 나올 뿐 비박계에는 도리어 ‘배신’이나 ‘기회주의’란 낙인만 찍힐 수 있어 최후에 탄핵대오를 흔들어 놓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차원에서 이날 오전 이미 ‘4월 퇴진’ 방안을 당론화할 의총을 앞둔 상황임에도 김 전 대표는 굳이 추 대표를 만나 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에 불신을 일으킨 것은 물론 여러 대선주자가 포진한 민주당 내부까지 휘저어놓고자 ‘문재인 전 대표만 후보가 아니지 않나’라는 지적까지 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당내 비주류 대권주자의 경우 이날 추 대표가 김 전 대표와 만나 탄핵대오만 흔들었다면서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는데, 김부겸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과 상의도 없이 대표의 독단으로 문제가 생긴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당 대표의 경솔함으로 탄핵 연대에 난기류가 생겼다”고 질타한 바 있다.
 
이렇듯 비박계가 자신들에게 리스크만 크고 수혜 가능성이 낮은 탄핵대오에서 빠져나가 친박계와 타협해 사실상 탄핵을 무산시킴에 따라 야권은 이제 꼬여버린 정국에서 어떻게 주도권을 되찾아야 할지 한층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