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역파괴에 나선 그들, 비전문 배우들이 뜬다 떠!
요즘 비전문 배우들의 바람이 거세다. 가수, 코미디언, 모델 등이 감초격으로 활약하는 일은 전부터 있었지만 이들이 독특한 개성을 무기로 서서히 주연 자리까지 잠식해오고 있다. 영역파괴에 나선 그들은 누구인가?
◆ 능청스런 연기로 주연 꿰차
가장 눈에 띄는 비전문 배우는 ‘원탁의 천사’의 하동훈(하하)과 ‘뚝방전설’의 신동현(MC몽)이다. 둘 다 가수 출신으로 TV의 연예오락프로에서 주로 활동해왔지만 첫 스크린 나들이에서 당당하게 주연을 꿰찼다. 지난달 말 개봉한 ‘원탁의 천사’는 임하룡과 하동훈, 이민우 등 세 주연배우가 모두 전문 영화배우가 아니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7일 개봉한 ‘뚝방전설’도 아직 신인 수준인 박건형과 함께 신동현을 주연으로 내세웠다. 친구 덕에 학창시절 교내 주먹 서클에서 활동했으나 성인이 된 후 주부 노래 교실 강사로 무료하게 사는 인물을 연기한 신동현은 특유의 말솜씨와 노래실력을 뽐낸다.
‘천하장사 마돈나’도 새 얼굴들 일색이다. 주장 역의 이언은 모델, 문세윤은 코미디언, 김용훈은 힙합 가수 출신이다. 특히 SBS ‘웃찾사’로 낯익은 문세윤은 동구에게 씨름을 가르치다 자신도 모르게 은근히 이성적으로 끌리는 연기를 능청스럽게 해냈다. 또 과거 씨름선수였던 이언은 제작진에 씨름 관련 조언을 해주다가 전격 캐스팅됐다고. 연기는 무난한 정도지만 탄탄한 체격과 씨름 기술로 영화를 빛낸다.
◆ 가수야? 연기자야?
인기절정의 정지훈은 멜로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감독 박찬욱, 제작 모호필름) 촬영을 얼마 전에 마쳤다. KBS 2TV 미니시리즈 ‘상두야 학교가자’ ‘풀 하우스’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그는 세계적인 명장 박찬욱 감독의 낙점을 받아 톱 여배우 임수정과 호흡을 맞추는 행운을 누렸다.
뿐만 아니라 아이돌 그룹 태사자 출신의 박준석은 스릴러 ‘두뇌유희 프로젝트, 퍼즐’(감독 김태경, 제작 눈엔터테인먼트)로 스크린 신고식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는 문성근· 주진모· 홍석천 등 내로라하는 선배들과 함께한 이 영화에서 천재적인 두뇌와 섬세함을 지닌 규 역을 맡았다. 박준석은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차분한 연기를 선보여 가수 이미지를 벗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매력적인 외모와 안정된 연기력까지 갖춰 또 한명의 스타탄생이 예고되는듯하다.
쥬얼리로 큰 인기를 끌며 솔로 데뷔무대까지 가졌던 박정아도 코미디 ‘날라리 종부뎐’(감독 이원국, 제작 필름캔)으로 연기에 재도전한다. 2002년 조인성· 신민아 주연의 영화 ‘마들렌’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후 2004년 SBS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연기력 부족으로 많은 비난을 들었던 그녀는 ‘날라리 종부뎐’으로 명예회복을 할 태세다.
◆ 배우 부족시대에 새 인물 수혈
이에 질세라 개그맨들도 카메오 수준을 넘어 전문 연기자의 길로 접어들어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 MBC '개그야'를 통해 신인들을 이끌고 본업에 복귀한 고명환은 KBS 드라마 '도망자 이두용'과 SBS '독신천하'에 잇따라 출연을 결정하고 연기력을 뽐낼 예정이다. 그는 이미 영화 '두사부일체', 드라마 '부활' '해신' 등을 통해서도 녹녹치 않은 연기력을 보였다.
여성 개그맨의 대표 이경실은 SBS '불량주부'에 이어 '사랑과 야망'에서 중견 연기자 못지않은 농익은 연기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MBC 공채 11기 개그맨으로 데뷔한 안선영 또한 개그맨이기보다는 연기자로서 시청자들에게 익숙하다. 감초 역할의 조연 연기자로 출발한 그녀는 이제 어엿한 주연급 연기자로서 자리 잡아 오는 20일 방송될 MBC 수목드라마 '여우야 뭐하니'에서도 고현정의 친구로 호흡을 맞춘다.
이처럼 비전문 배우의 활약이 커지는 요즘이다. 해당 연예인의 본래 이미지를 반복하기만 한다면 문제지만 배우 부족시대에 새 인물들을 수혈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는 평이 많다. 그들의 더 큰 비상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