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의 대표주자, 여의도 개혁 폭풍의 선두주자 임종석 열린우리당 의원.
세간에서 임 의원에 대한 평가는 일단 ‘젊다’ 그리고 ‘좌파다’가 주를 이루고 있다. 아니 많은 사람들이 임 의원을 향해 좌파라고 말한다.
물론 그보다 조금이라도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거나 눈이 ‘오른쪽에 달린’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그는 분명 가운데에 서 있는데 말이다.
과거 그는 정계의 거목 김종필 전 의원과 이라크 파병을 앞두고 벌인 설전에서 “젊은 청년들의 생명을 무고하게 빼앗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당시 세간에서는 이를 두고 ‘좌파와 우파와의 충돌’ 이라고 말 하며 서로 입방아를 찧기에 바빴다. 임종석 의원처럼 생각했던 사람이 있다면 그들 모두는 좌파라고 말해야 할까?
그런 그가 2006년 9월, 그동안 굳게 지켜왔던 침묵을 깨뜨렸다. FTA,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뉴딜 문제 등 현정국의 중심주제에 관한 해법을 임종석 의원에게 직접 들어 봤다.
◆ 정치갈등의 핵, FTA에 대한 평가와 임종석 의원의 입장은?
- 열린우리당 의원 13명을 포함하여 23명 국회의원의 권한쟁의심판청구소송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FTA 로 인한 국론분열이 우려되고 있는 마당에 여당의원으로서 대통령에 대한 정면도전은 신중치 못한 행동이자 책임 있는 문제해결의 자세도 아닙니다. 또한 통상협상과 비준에 대한 국회의 권한을 확립하려 한다면 현재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통상절차법을 신속하고 철저히 심의하는 것이 순서이지 국회의 문제를 헌법재판소로 끌고 가서 손을 들어달라고 하는 것은 국회의 위상에 먹칠을 하는 대단히 부적절한 행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나아가 이 문제로 인해 집권여당의 위상과 역할에도 상당한 상처가 난만큼 시급히 한미 FTA에 대한 당론을 확정하여 큰 틀에서 갈등을 해소하고 국정의 중심을 잡아나가야 할 것입니다.
한미 FTA는 국가의 전략적 문제입니다. 따라서 어떤 관점과 판단기준에서 보느냐가 중요합니다. FTA에 대한 입장은 정치철학적 접근, 정책환경적 접근, 협상(내용)적 접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봅니다.
정치철학적 접근이란 개방과 미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개방은 보수고 反개방은 진보라는 시각은 현실에서 통용될 수 없는 낡은 이분법입니다. 실제로도 대한민국은 개방과 자유무역의 실질적 수혜자로서 최단 시일 내에 경제성장과 국가발전을 이룬 대표적인 나라입니다. 미국에 대한 시각은 역사적, 정치적 해석에 따라 좀더 복잡합니다. 그러나 한미 FTA가 본질적으로 정치군사적 문제가 아니라 경제개방의 문제라는 점에서 미국을 일본, EU, 중국 등과 달리 FTA 추진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책환경적 접근은 DDA(도하개발아젠다) 협상중단에 따른 국제무역질서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대응 문제입니다. 2006년 7월 24일 라미 WTO 사무총장이 DDA의 공식중단을 선언함으로써 다자간 무역질서가 퇴조하고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수도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로서는 필연적으로 다자적 무역자유화의 대안으로서의 다변적인 FTA 추진전략을 구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본의 원천기술 장벽과 중국의 가격경쟁력 사이에서 위태롭게 서있는 한국이 FTA를 체결하지 않을 경우의 미래, 특히 최대시장과 최대자본, 최대기술을 가지고 있는 미국과의 FTA에 실패한 상태의 한국경제 미래를 상상하기란 고통스럽습니다. FTA는 피해가야 할 위협이 아니라 주도해야 할 기회입니다.
협상(내용)적 접근은 구체적 협상의 진척과 그 결과에 따른 득실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고용없는 저성장시대에 진입한 한국경제가 일자리창출을 최대의 과제로 설정하지 않으면 안되는 역설적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해법은 지식서비스산업에서 경쟁력을 높이는데 있습니다. 연구개발, 기술지원, 마케팅, 디자인, 광고 등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에서 개방을 통해 경쟁력을 구축해야 하며, 교육, 의료, 관광, 레저 등 후생분야의 개방을 통해 일자리 창출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개방은 경쟁의 범위와 수준을 높이는 과정입니다. 협상과 관련하여 두가지 과제는 협상과정에 대한 공개의 문제와 개방에 따른 무역피해에 대한 대책의 문제입니다. 공개의 문제는 협상전략에 관한 핵심적인 사항을 제외하면 전면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해야만 합니다. 공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부가 즉각적이고도 구체적으로 협상 전반에 대한 공개절차에 착수해야 할 것입니다. 개방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대책문제는 현재 제정되어있는 FTA 지원특별법을 포함하여 국회가 국민의 여론수렴을 통해 더욱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며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빈틈없는 대책으로 국론을 결집시키고, 철저한 협상을 통해 실질적 측면에서 FTA 협상을 승리로 이끌어 내는 것입니다. 국제협상은 무혈전투입니다. 협상에 지는 것과 개방에 실패하는 것은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협상에 이겨야하고 개방에 성공해야 합니다.
◆ 전시작전통제권 문제를 놓고 한동안 여?야가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이기도 했었다. 임 의원은 대북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현재 통외통위 소속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전작권 문제에 대한 시각은 어떠한가.
- 배타적 지역주의, 냉전수구세력의 온존, 뿌리 없는 선거용 정당은 한국정치의 삼중고(三重苦)입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만 해도 냉전수구세력에 의해 왜곡되고 반정부투쟁의 소재로 변질된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한국정부의 즉흥적이고 일방적인 요구에 의해 추진되는 한미동맹의 악재나 갈등요소가 결코 아닙니다. 과거 정부때부터 추진되어 왔던 문제이고 한미간에 특별한 이견이 없으며 오히려 미국이 서두르고 있는 미군재배치 계획의 일환입니다. 한국정부로서는 주권회복의 상징적 과제였던 전시작전통제권 문제를 갈등없이 자연스럽게 해결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미연합사의 해체는 3성 장군급이 참여하는 MCC(한미군사협조본부)로 대체됨으로써 전쟁억제와 대비태세 유지에 필요한 주요 기능을 대부분 수행하게 됩니다. 한미관계는 지금 악화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 최근 김근태 의장이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뉴딜 정책에 대한 임 의원의 의견은.
- 김근태의장이 의욕적으로 제기한 뉴딜정책은 한국경제의 핵심과제인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일대 결단으로서 사회대타협을 통해 성장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 핵심입니다. 성장이 멈추면 분배도 멈추는 것이 아니라 분배는 소멸합니다. 분배를 지속할 부(富)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는 향후 당내의 토론을 보다 활성화하고 정부 및 청와대와 긴밀한 협의와 역할분담을 통해 뉴딜의 핵심 컨셉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소득감소와 사회양극화 그리고 실업의 위기 앞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서민에게 다시금 희망과 비전을 줄 수 있는 집권여당의 응당한 책무입니다.
◆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가에 서서히 정계개편 논의가 일고 있는데 앞으로의 전망은.
- 정계개편의 문제는 아직은 잎이 나고 열매를 맺기에는 때이른 나목(裸木)과 같은 상태입니다. 다만 명백한 것은 일부 대권주자들의 자가발전식 시나리오나 권력분점식 이합집산은 국민의 동의를 구하기 힘들뿐만 아니라 성공할 가능성도 없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대권주자들이 국회의원 개개인의 정치적 미래를 담보해줄 수도 없을뿐더러 현실적인 통제수단도 없다는 점 역시 조기 정계개편의 가능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입니다. 정기국회가 끝난 후 2007년도 초부터 본격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정계개편과 관련된 최근의 흐름은 정치적 지각변동의 발원지가 대권주자들의 권력의지라기보다는 현재 국민의 관심과 생활에 직결된 대형 이슈, 즉 FTA, 작통권, 연금개혁 등에 대한 입장과 분포 그리고 그 결과가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즉 권력의 흐름에 따른 정치구조에서 정책의 흐름에 다른 정치구조로의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