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곪아 왔던 것이 터지고야 만 것일까? 아니면 단순한 해프닝일까?
1997년 유가자율화 이후 정유사들이 실제 주유소 납품가격보다 공장도가격을 높게 책정, 주유소를 비롯한 정유업계가 8년간 무려 19조원대의 폭리를 취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이 지난 10일 금융감독원과 산업자원부, 에너지경제연구원, 대한석유협회, 한국주요소협회 등의 관련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정유사의 석유제품 ‘세전 공장도가격’이 주유소에 대한 실제 판매가격보다 리터당 평균 55.7원 비싸게 책정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정유사들은 머리를 싸매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흔적이 역력해 보인다.
한국석유공사는 지난 1998년부터 주1회 국내 5대 정유사의 석유제품에 대한 세전 및 세후 공장도가격과 전국 주유소의 최종 소비자 판매 가격을 취합해 고시하는 ‘유가모니터링’ 제도를 운영해오고 있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
휘발유, 등유, 경유, 벙커C유 등 주요 석유제품에 대해 석유공사가 고시한 지난해 평균 세전 공장도가격은 리터당 483.3원.
그러나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정유사별로 보고받은 연말사업보고서(매출실적보고서)에 따르면, 같은 기간 실제 정유사가 주요소에 판매한 석유제품의 평균 가격은 리터당 427.6원에 불과했다.
즉, 주유소에 대한 실제 판매가격이 아니라 정유사가 고시한 공장도가격에 각종 유류세와 주요소 마진 등이 더해져 석유제품의 최종 소비자가격이 책정되는 점을 고려할 때 “정유사가 고시가격을 실제 판매가격보다 부풀림으로써 주유소와 함께 추가 마진을 챙기고 국민들이 추가 부담토록 해왔다”는 게 진 의원의 주장이다.
진 의원은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회견을 통해 “지난해 고시가격과 실제 판매가격과의 차이를 같은 기간 국내 소비량인 536억리터에 적용한 결과 그 규모가 무려 2조9천300억원에 달했다”면서 “정유사가 실제 판매가격으로 고시를 했더라면 국민들의 부담은 그만큼 줄어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같은 분석 방법을 유가자율화 이후인 지난 1998년부터 적용한 결과 정유업계가 매년 1조4천억원에서 3조원에 달하는 폭리를 취해온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동안 정유사와 주유소가 국민들이 추가 부담한 기름값으로 그들만의 잔치를 벌여왔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실제로 진 의원이 이날 제시한 국내 정유회사의 연도별 당기순이익 현황에 따르면, A사의 경우 2002년 7천650억원에서 지난해 3조1천770억원으로 급증했으며, B사도 같은 기간 2천960억원에서 1조6천86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와 관련, 진수희 의원은 “정유사의 실제 판매가격과 고시가격에 차이가 나는 것은 단순 오차가 아니라 의도적인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면서 “정유사와 주유소의 기름값 폭리로 국민들이 떠안게 된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정유사는 실제 판매가격을 고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짜고 치는 고스톱?
아울러 그는 “유가자율화 이후 지금까지 정유업계가 기름값으로 엄청난 폭리를 취하면서도 국민을 속여 올 수 있었던 데는 정부의 묵인이나 비호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2005년 현재 전국의 주유소는 1만1382개소로 이 가운데 정유사 직영은 17.5%인 1992개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