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가 17일 로마 교외의 관저 카스텔 간돌포에서 열린 접견 행사에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직접 유감을 표명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교황은 “중세 원본에서 인용한 표현은 내 개인적인 생각을 반영한 것이 아니다”라며 “무슬림에 대한 공격이라고 받아들여진 일부 표현에 대해 몇몇 나라들의 반응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슬람권이 이번 교황의 해명을 ‘사과’로 받아들일지는 아직 의문이다.
사태가 확산되자 교황청 타르치시오 베르토네 국무장관은 16일 “교황은 연설 일부 구절이 의도와 다르게 해석되는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교황의 입장은 유일신을 섬기는 무슬림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간접적으로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교황의 직접 사과를 요구했던 이슬람권의 요구를 무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이번 사태는 한때 총격전으로까지 확산되었다.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의 그리스정교회와 성공회 교회 4곳이 16일(현지시간) 총격을 당했다. 이라크 바그다드의 교회 주변에서도 폭탄이 터졌다. 이라크 무장저항세력 알 무자헤딘은 로마와 바티칸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슬람 국가들의 외교적 반발 조치도 이어졌다. 11월 교황의 순방이 예정된 터키의 타입 에르도간 수상은 “교황은 정치인처럼 이야기한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파키스탄에 이어 모로코도 바티칸 주재대사를 소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교황의 모국인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만은 “교황은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된 폭력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며, 교황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연설의 본질을 오해했다”고 옹호했다.
그러나 교황의 본심은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에게 폭력의 낙인을 찍으려 했던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BBC의 피터 굴드 기자는 “교황은 무슬림이 서방에서 종교의 자유를 누리려면 마찬가지로 이슬람국가에서도 기독교가 용인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대표적인 친이슬람 인사인 마이클 피츠제럴드 대주교를 3월 좌천한 것이 “작금의 사태를 예고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교황은 추기경 시절인 2001년 9·11 테러 당시에도 바티칸라디오를 통해 “이슬람 역사는 폭력적 경향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사태는 교황이 독일 레게스부르크에서 집전한 미사에서 이슬람을 모독한 발언을 하면서 야기된 것이다. 교황은 “비잔틴 황제 마누엘 팔레올로고스 2세는 페르시아 지식인에게 성전(지하드)에 대해 말했다. 무하마드가 가져온 새로운 것을 보여달라. 그러면 당신은 거기에서 사악하고 잔인한 것만 발견할 것이다”라고 언급하며 이슬람교를 폭력적인 종교라고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