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서 ‘모르쇠’ 일관한 총수들, ‘재벌 저승사자’ 등장엔…

이날 청문회에선 예상대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질의가 집중됐다.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가장 많은 돈을 내고, 최순실 일가에 별도로 돈을 지원한 것 등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대가성’(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 관련)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고 있는 상태다.
국회의원들의 58개의 질의 중 43개가 이 부회장을 향했다. 그러면서 언론의 관심은 이 부회장의 답변 하나하나에 자연스레 집중이 됐다.
이날 이 부회장의 답변은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적한 대로 ‘모르겠다’ ‘기억 안난다’ ‘제가 부족하다’ ‘앞으로 잘하겠다’의 무한 반복이었다. 안민석 의원은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 부회장을 향해 ‘사지선다 재용’ ‘동문서답 재용’이라고 따지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러다가 삼성 직원들에게 탄핵받아요”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NS에 <이재용의 10대 답변전략>이라며 이같이 꼬집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의원들의 쏟아지는 의혹 제기에 “송구하다”는 말을 수없이 반복하며 즉답을 피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송구왕 이재용’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이처럼 이 부회장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적으로 쏟아지며 뒷말이 수없이 쏟아졌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중간중간 손을 가리고 입술에 발랐던 립밤(약 2천원대)도 화제가 될 정도였다.
반대로 질문을 별로 받지 않은 다른 재벌총수들은 언론의 시선을 상대적으로 피할 수 있었다. 특히 롯데와 SK가 관련된 '면세점 특혜 논란‘에 대해선 별다른 질문도, 새로운 사실도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국회에 처음 출석한 재벌총수들에 대해 화젯거리는 여럿 등장했지만, ‘모르쇠’로 일관하는 총수들의 답변에 진실을 밝힐만한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또 재벌총수들은 일제히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것과 관련, “당시 청와대의 지시와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라며 출연의 강제성을 인정하면서도 총수 사면이나 사업 특혜 등을 바란 것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만을 반복했다.
◆ 다가오는 ‘재벌 저격수’의 칼
하지만, 앞으로 최장 120일동안 진행될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에서 재벌총수들이 언제 ‘피의자’로 신분이 바뀔지 모르는 일이다. 두 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대부분의 재벌그룹들이 ‘Give and Take'한 정황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는데다 ’재벌도 공범‘이라는 여론이 굉장히 높은 만큼, 강도 높은 수사를 피할 수가 없다.
박영수 특검의 성패는 박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 입증에 달려 있다. 야3당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에 ‘제3자 뇌물공여죄’를 명시한 바 있으며, 뇌물죄가 적용될 시 처벌 수위는 급격하게 높아진다.

재계는 박영수 특검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특히 박 특검은 검찰 재직시절 최태원 SK회장과 정몽구 현대차회장을 구속기소한 전력이 있어 ‘재벌 저격수’ ‘재벌 저승사자’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박 특검이 검찰 측에서 못한 재벌총수들의 정경유착 논란을 얼마나 파헤칠수 있을지 주목된다.
◆ “모르쇠 일관한 재벌총수들. 청문회 다시 나와라”
향후 특검 수사에 가속도를 내기 위해, 추가 진행될 청문회에서 재벌총수들을 재소환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청문회 특위 위원들의 질의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주사회변호사모임(민변)은 7일 논평을 통해 “1차 청문회는 재벌 총수들로부터 실질적이고 유효한 답변을 얻어냈나? 향후 있을 특검의 수사단서를 제공할만한 간접적인 증거라도 발견해냈나?”라고 지적했다.
민변은 “증인(재벌총수)들은 청문회에 앞서 철저하게 답변연습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보도된 사항들에 대한 의혹에 관한 나름의 모범답안이나 회피성 답안을 준비하여 청문회에 임할 것이 뻔히 예상되었던 것”이라고 거론했다.

민변은 “아직 3차, 4차 청문회가 남아있다. 위원들은 1차 청문회에서 재벌 총수들이 동문서답하거나, 부인하되 해명이 없고, 기억이 정확하지 않았다고 한 부분들을 정리하여 재차 소환한 뒤 정확한 사실을 확인토록 하여야 한다”며 재벌총수들의 재출석을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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