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대 김인곤 이사장 투신자살, 교직원 망연자실
1일 오전 11시 30분쯤 광주시 남구 진월동 광주대학교 호심관 건물 앞에 이 학교 김인곤(金仁坤·76) 이사장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 황모(46)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정치인이자 교육자인 김 이사장은 이날 평소와 마찬가지로 오전 9시쯤 정상출근, 이사장 집무실에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대학측 관계자는 전했다. 또 "평소와 다른 모습이 눈에 띠지 않았다"고 전할만큼 눈치를 채지 못한 교수, 직원 등 대학관계자들은 김 이사장의 자살 소식을 전해 듣고 상당히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으며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 왜 자살했나
대학측은 이날 "지난 달 절친했던 바깥사돈이 갑자기 숨지고 같은 달 14일에는 형제처럼 가깝게 지내던 대동건설 박헌동 회장이 사망한데 대해 큰 충격을 받았으며, 최근 간부회의 석상에서 김 이사장이 '인생이 너무 허망하게 느껴진다'는 말을 했을 뿐 다른 문제들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년 우울증을 앓고 있었으며 골프 외에는 별다른 취미가 없었던 김 이사장은 최근 좋아하던 술도 끊고 평소 가까이 지내던 주변 사람들과의 만남도 애써 회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자신의 피와 땀을 바쳐 평생을 일궈온 광주대학교가 최근 위기를 맞은 것도 자살의 직접적인 동기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심적 부담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게 학교 관계자들의 얘기다.
김이사장은 영원할 것으로 생각하고 설립했던 대학교가 신입생 감소로 어려움을 겪자, "이러다간 내.후년도 걱정해야 하겠다. 우리의 문제가 아닌 교육정책이 잘못된 것 같다"라며 지방대학 위기에 평소 안타깝게 생각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일단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고 정확한 자살동기 등을 밝혀내기 위해 학교 관계자들과 가족들을 상대로 김 이사장의 최근 행적 등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중이며, 학교측은 이날 오후 긴급 교무회의를 소집, 향후 학교 운영방안 등을 논의했다.
김인곤 이사장, 그는 누구인가
전남 영광 출신인 김 이사장은 57년 조선대를 졸업하고 74년 연세대학교에서 교육학 석사를, 83년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학 졸업 후 일선 학교에 몸을 담고 영광남중.영광농고 교장(58-61년), 조선대 여중고교장(61-70년), 영등포 중.상고교장(70년)을 지내며 후학 양성에 힘써왔다.
그 뒤 74년 자신의 호(號)를 딴 학교법인 호심(湖心)학원을 창설했고 김종필씨와의 인연을 계기로 정계에 진출, 88년 공화당 당무위원을 시작으로 13~15대 국회의원(13대 공화당 전국구, 14,15대 전남 영광·함평 지역구)을 지냈다.
20대 초반 교육계에 투신, 평생을 후진 양성에 헌신한 김 이사장은 지난 74년 광주인성고등학교를, 83년에는 광주대학교를 각각 설립했다.
3선으로 국회 광주 청문회 등에서 활발한 의정활동을 했고 지역구(함평.영광) 의원으로 100여건의 지역 숙원 사업을 성사시켜 주민들의 칭송을 받았으며 지난 2002년에는 주민들이 김 이사장의 공덕을 기려 출생지인 영광군 낙월면 송이도 현지에 공덕 기념상까지 세워 주었다.
한편 김 이사장은 지난 2000년 16대 총선 당시 총선 출마를 선언했으나 시민운동단체에 의해 '낙천자 명단'에 오른 뒤 불출마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와 가족들, "도저히 믿을 수 없어..."
김 이사장의 투신 자살 소식이 전해지자 광주대학교 등 김 이사장이 설립자로 있는 산하 학교 관계자들은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김 이사장이 몸을 던진 호심관 21층에는 경찰이 문을 잠근 채 유서 등 사망의 단서를 캐기 위한 수사를 벌였고 사망 소식을 전해들은 다른 유족들은 망연자실 눈물을 흘릴 뿐 일체 외부와 연락을 끊었다. 또한 소식을 접한 광주대 교직원들은 반 백년 교육봉사자로 살아온 김 이사장의 사망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충격과 상실감에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직원 손 모씨는 "식사하러 나가려는 순간 이사장 투신 소식을 듣고 할 말을 잃었다"며 "늘 건강하고 열정적이던 분이 투신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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