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레기’언론이 만든 ‘반문연대’ 그들에겐 없었다
‘기레기’언론이 만든 ‘반문연대’ 그들에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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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을 조장하는 언론의 요약, 발췌, 과장에 독자의 주체적인 정보인식 필요
▲ 이재명 시장이 주장했다고 하는 소위 ‘반문연대’가 언론의 자극적인 규정이었음에도 갈등과 조정, 회복을 거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들의 자정능력이 평가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간에 주고받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걱정보다는 '우리'는 건강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두 분 이야기가 다름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같음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생각입니다.”라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림으로서 이 시장과 안 지사 사이의 소위 ‘반문연대’ 논란이 일단락 됐다.
 
‘반문연대’ 논란이란 이재명 시장이 12일 오전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박원순 시장, 안희정 지사, 김부겸 의원이 한 우산 아래 모여 한 팀을 만들어야한다”는 발언에 대해 안 지사가 그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우산, 한 팀이 되려면 그에 걸맞은 대의와 명분을 우선 말해야 한다”면서 이 시장에 대해 ‘작은 정치’ ‘구태정치’라고 비판한 일이다.
 
이에 대해 이 시장도 13일 오전 페이스북에 “‘반문연대’라니요... 안희정 지사님, 이재명은 그렇게 정치하지 않습니다”라며 “지사님께서 ‘우리의 승리’를 위해 우려되는 부분이 있어 말씀하신 것이라 생각하고 그 뜻을 기억하겠습니다. 다만, 저에 대한 판단은 오해임을 꼭 알아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반문연대’라는 오해를 풀기를 요청했다.
 
결국 박원순 시장이 13일 정오 무렵 페이스북에 두 사람 간의 이야기가 다름이 아니라 같음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우리를 씌우는 우산이 아닌 국민들의 눈비를 막아주는 우산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 봤으면 합니다”라고 중재 내지는 화합을 도모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재명은 ‘반문연대’를 말했나? 진행자의 유도에도 두루뭉술한 답변이었을 뿐
그런데 소위 ‘반문연대’라는 표현은 마지막에 이 시장이 거론하면서 오해라며 억울해했는데, 그로서는 충분히 억울할만하고, 또 안 지사로서는 그렇게 오해할 만도 했었다.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한 언론이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의 기사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논란의 시작이 된 라디오 인터뷰의 대화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터뷰의 일부지만 대화를 풀어 쓴 녹취기록 자체가 맥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김현정> 며칠 전 SNS에 갑자기 원순 형님 얘기를 쓰셨어요. 박원순 시장. 원순 형님과 함께 국민 승리의 길을 가겠습니다. 나는 늘 팀플레이를 말한다. 내가 아니라 우리가 이겨야 한다. 비 내리는 국회 앞에서처럼 원순 형님과 함께 같은 우산을 쓰며 국민승리의 길을 가겠다. 이게 무슨 의미입니까?
 
이재명> 그냥 그대로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일부에서 박 시장하고 둘이서 어떻게 해 보겠다는 거 아니냐 이런 오해를 한 것 같은데요. 저는 안 전 지사님하고 그런 얘기 나누고 있고 김부겸 의원하고도 얘기할 거고. 또 문재인 후보는 지금 제일 앞서시니까 거기는 얘기를 해 봐야 하겠지만 저는 다 합쳐서 팀이 이기는 게 정말 중요하고 우리는 우리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정치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의 뜻을 대리하는 머슴들이기 때문에 어쨌든 주인이 이길 수 있도록 머슴들은 노력해야지 머슴이 이기려고 노력하면 안 되지 않습니까? 그래야 인정받거든요.
 
김현정> 그러면 대선 국면 오게 되면 본격적으로 시작이 되면 비도 오고 눈도 오고 갖가지 것들이 쏟아질 텐데 일단 박원순 시장하고는 같은 우산을 쓰시는 거고 그 우산...
 
이재명> 경쟁도 하겠죠. 그 우산 안에서도 경쟁해야죠.
 
김현정> 우산 안에서 경쟁도 하고. 박원순 시장하고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합의를 보신 거고, 교감을 하신 거고.
 
이재명> 같이 한다. 팀 플레이해야 된다, 서로 인정하고 역할 분담해야 되고. 그리고 MVP가 누가 될지 즉 최종승자가 누가 될지 국민에게 맡기자.
 
김현정> 그 우산 안에 안희정, 김부겸 후보도 다 모실 겁니까? 초대하는 겁니까?
 
이재명> 모시는 게 아니라 제가 그 안에 들어가야죠. 안희정 지사의 우산 안에도 가보고 김부겸 의원 우산도 들어가보고. 결국은 다 합쳐서 하나의 공동체 팀을 만들어야죠.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 머슴들의 팀.

 
 
인터뷰로 진행된 대화의 흐름을 보면 큰 우산을 쓰고 한 팀이 되어 가자는 것인데, 언론들은 이를 ‘문재인은 빼고’라고 굳이 해석을 했다.
진행자가 이를 유도하고 경선후보 단일화 등과도 연결시키며 몰아가려는 듯한 의도도 잠시 후 이어지는 대화를 보면 보인다.
 
 
김현정> 알겠습니다. 원순 형님하고는 이렇게 친해지셨는데 문재인 형님하고는 그 정도까지는 안 친하세요?
 
이재명> 문재인 형님도 친하죠. 친하긴 한데 거기는 1등이잖아요.
 
김현정> 거기는 1등이니까. 2, 3, 4등끼리 뭉쳐가지고 1등해 보겠다?
 
이재명> 일단은 비슷하게 만들고, 만든다고 우리가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닙니다만. 그렇게 해서 그래야 팀이죠. 예를 들면 축구하는데 누구 공격수 하나는 공 잘 차는데 수비수가 제대로 못해 가지고 5골 넣었는데 우리가 7골 먹히면 지는 거 아닙니까?
 
김현정> 그렇죠.
 
이재명> 그러니까 협조 잘해야죠.

 
 
어쩌면 대화가 겉도는 감도 있지만, 진행자는 문 전 대표와 나머지 대선후보군의 분리·구분을 명확히 하려는 것 같고, 이 시장은 연대와 협조를 강조하면서도 문재인이라는 유력 후보에 대해서는 자기 존재감을 내세우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과 다른 민주당 대선후보를 가르려는 언론들의 자극적인 글쓰기
하지만 이 인터뷰 이후 쏟아진 언론의 해석과 시각 그리고 의도가 문제였다.
 
 
‘非文 본색 드러낸 이재명’
‘사실상 반문재인 연대 구축을 선언했다’
‘문재인 빼고 머슴팀 만들자’
‘사실상 반 문재인 연대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사실상 반문재인 연대를 선언했다’
‘사실상 반(反)문재인 연대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반문(반 문재인)연대를 떠올리게 하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발언’
‘문재인 전 대표를 제외한 대선후보 간 연대 시도를 드러낸 것’
‘문재인 전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의 ‘비문(非文) 연대’를 의미하는 것’

 
 
이상이 이 시장의 라디오 인터뷰 이후 쏟아진 언론의 헤드라인의 일부이다.
‘반문연대’라는 단어는 언론이 만들었고, 언론이 키운 것이다.
이에 대해 결국 안희정 지사가 응답한다.
 
▲ 이재명 시장이 주장했다고 하는 소위 ‘반문연대’가 언론의 자극적인 규정이었음에도 갈등과 조정, 회복을 거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들의 자정능력이 평가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안 지사는 페이스북에 “대의도 명분도 없는 합종연횡은 작은 정치이고 구태정치입니다. 오로지 자신이 이기기 위한 사술로 전락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민주당의 동지로서 이미 한 몸 한 뜻입니다. 나는 내 경험과 소신을 살려서 통합의 리더십과 시대교체에 대한 제 소신과 비전으로 우리 당의 후보가 되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이재명 시장의 반응에서 ‘반문연대’라는 명시화 된다.
‘팀플레이 하자고 한 말을 반문연대하자는 말로 들었다니 어안이 벙벙’이 그가 올린 글의 제목이었다. 그는 “아침 방송 원문을 한번 자세히 읽어주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국민과 연대할 뿐, 반문연대 같은 거 생각해 본 일도 없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그로서는 그럴 만도했다. ‘반문연대’라는 혐의를 덮어썼으니까. 하지만 그는 뒤이어 보다 길고 보다 길게 진지한 글을 올린다.
 
“‘우리의 분열’만을 바라는 온갖 세력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지사님과 저의 이야기를 물어뜯고 있습니다”라면서 “문 대표님을 배제하려는 제3지대 이야기가 나왔을 때, ‘누군가를 배제하는 방식의 제3지대는 국민의 신뢰도, 지지도 받을 수 없다’고 확신해서 답했던 저입니다”라고 구체적으로 규명했다.
 
 
◆언론이 부추긴 오해로 비롯된 갈등...조정의 자정능력 보인 민주당
이에 이어서 나온 것이 박원순 시장의 페이스북 글이다.
그는 “'탄핵완수'와 '정권교체', '시대교체'를 통해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 만들어 달라는 촛불의 대의 앞에서 우리들의 작은 차이보다는 공통점을 먼저 봤으면 합니다.
우리를 씌우는 우산이 아닌 국민들의 눈비를 막아주는 우산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 봤으면 합니다. 조만간 서로 얼굴 보면서 밥 한 끼 합시다“라고 마무리를 했다.
 
▲ 이재명 시장이 주장했다고 하는 소위 ‘반문연대’가 언론의 자극적인 규정이었음에도 갈등과 조정, 회복을 거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들의 자정능력이 평가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그럼에도 하물며 어떤 언론은 “밥 한 끼 합시다”를 전하는 기사에서 “비문(문재인 제외)끼리 모입시다”라고 해석 내지 곡해하기도 했다.
 
이렇게 우산론에서 시작해 머슴팀을 지나 반문연대에 이르기까지, 의미를 규정하고 왜곡한 것은 언론이다.
 
이렇게 자칫 분열과 갈등으로 보일 수 있었던 ‘반문논란’은 안 지사와 이 시장의 진정성을 이해한 박원순 시장의 정리 겸 조정으로 확산을 막았다.
 
그럼에도 이 시장은 다시금 “문재인 전 대표님의 공정 책임 협력의 구상을 들었습니다. 이재명이 지향하는 국가의 미래가 바로 공정국가입니다”라고 페이스북의 글을 시작해 “정치는 뛰어난 존재가 국민을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충실한 머슴이 국민의 요구를 대신하는 것이고, 그래서 1인 기록경기가 아니라 단체경기입니다. 내가 아니라 팀이 이기는 것이 우선이고 팀이 이겨야 MVP도 있습니다. 내부경쟁은 전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결국 함께 해야 할 동지이므로...”라고 마무리했다.
 
갈등은 대부분 오해에서 비롯된다. 더구나 사실 확인이 힘든 상황에서 주변의 해석과 부추김이 당사자의 판단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말 한마디로 정치 생명이 좌우되는 정치인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말’은 자기 경계의 대상이다.
 
하지만, ‘반문연대’라는 언론의 자극적인 한 마디로 확전이 가능했던 이 상황을 보면, 더불어민주당의 자정능력을 점검한 계기였음과 함께, 언론의 요약, 발췌, 과장에 대해 독자, 결국 국민들의 변별력 있는 주체적인 정보취득의 필요와 성과 역시 점검되었다고 본다.
 
사족으로 기자의 의견을 논란당시인 12일 밤 페이스북에 달았던 댓글로 대신한다.
“이게 야권분열책입니다. 이재명 그렇게 말 안했지만, 안희정으로서는 선을 그을 필요가 있었겠지요. 민주당이 한 팀이란 거고, 결선 투표한다면 어차피 사전 단일화 필요 없다는 겁니다.
저는 기잔데 이재명이 '반문연대' 주장한 것으로 보이지 않아서, 이재명의 말도 안희정의 말도 기사로 안 썼습니다. 기사화 하고픈 유혹은 너무 컸죠. 낚시 당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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