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개헌론’, 정치권 ‘격랑 속으로’
다시 불붙은 ‘개헌론’, 정치권 ‘격랑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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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개헌’에 접점 찾은 與…불협화음 일어나는 野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 변혁을 위한 개헌추진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진부하지만 매번 뜨거운 감자로 꼽혀온 개헌론이 정치권을 뒤흔들 변수로 또 다시 거론되고 있다.
 
그간 친박계와 비박계 간 격렬한 당권투쟁을 벌였던 새누리당은 친박 지도부가 2선 후퇴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개헌론을 고리로 접점을 찾아가는 모양새를 띠고 있고 반대로 야권에선 개헌론이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요소가 되고 있다.
 
특히 야권 일각에선 개헌에 적극적인 새누리당 비박계와 연대할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어 개헌을 기반으로 정계개편까지 이뤄지는 것 아닌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새누리, 친·비박 떠나 ‘대선 전 개헌’ 한 목소리
 
비박계 수장격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15일 ‘국가변혁을 위한 개헌추진회의’에 참석해 “어떻게 개헌을 할 것인가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 국회에서 많은 준비를 해서 안이 다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과연 이걸 대선 전에 어떻게 하면 할 수 있는가. 국회에서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는데 방법론으로 어떻게 성사시킬 것인가 하는 건 특위나 이 모임에서 중점적으로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대선 전 개헌’을 화두로 내세웠다.
 
이에 질세라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 예정인 친박 중진 정우택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수습과 함께 개헌 정국을 이끌어 나가 대선에서 좌파정권의 집권을 막아내겠다”며 개헌 추진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앞서 정 의원은 같은 날 오전 있었던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도 스스로 개헌론자라고 규정한 뒤 “국민투표를 4월 재보궐 선거 때 부쳐서 아마 한 5월이나 5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 개헌된 형태의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기를 바라고 있다”며 개헌 찬반 여부를 물을 국민투표 시점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특히 그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주장하고 있는 입장에서 제가 원내대표에 선출되면 여야 간에도 문재인 전 대표를 제외하고선 개헌으로 가야 된다는 데 많은 의원들이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자신이 여당 원내대표가 될 경우 야권과 개헌 연대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렇듯 김 전 대표든 정 의원이든 개헌에 있어선 계파를 초월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같은 당 이주영 의원이 대표로 있는 ‘개헌추진회의’에 소속되어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계파를 막론하고 ‘개헌’으로 당을 하나로 묶어주는 이 ‘개헌추진회의’에선 의원내각제와 이원집정부제 등 여러 정부 형태 중 어떤 것을 택할지조차 아직 뚜렷하게 정한 건 없지만 적어도 이달 안으로 개헌 단일안을 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은 개헌을 기치로 야권으로까지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는데, 회의체를 이끄는 이 의원은 15일 3차 회의에서 “여야를 넘나드는 개헌 공감대 형성을 주도적으로 할 계획”이라며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대위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우윤근 사무총장 등을 섭외 중”이라고 밝혔다.
 
그간 극심한 내홍을 겪던 새누리당조차 이처럼 계파를 떠나 개헌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야권 일부에서도 개헌 필요성을 역설하는 주장들이 점차 솟구치고 있는데, 일단 세부 방법론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각기 안팎으로 이견을 보이고 있다.
 
◆ 민주당, 文 주도로 ‘대선 전 개헌’ 불가 기류
 
▲ 야권 대선주자 중 한 명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선 전 개헌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먼저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주류이자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개헌이라는 대세를 거스르지는 못하면서도 논의 시점을 대선 이후에 천천히 진행하자는 반면 앞서 여당에서도 섭외를 고려하고 있는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는 대선 전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15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개헌과 관련해 “이미 지난 대선 때 개헌을 공약한 바 있다”면서도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본다”며 ‘대선 전 개헌’ 주장을 일축했고, 여기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 지자체 출신 대권후보들도 동조하고 있다.
 
반면 앞서 새누리당이 섭외하려는 개헌 인사로 꼽았던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는 지난 13일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4·19 이후 개헌을 하는데 두 달 만에 했고 6·10 항쟁 이후 개헌도 두 달 반 정도 걸렸다”며 “일각에서 개헌할 시간이 없다고 하는데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대선 전 개헌’에 한껏 힘을 실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전 대표는 ‘대선 전 개헌’에 부정적인 문 전 대표를 겨냥 “제왕적 대통령제의 즐거움을 1~2년 느끼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변한다”면서 “정치권이 이 문제를 보다 심각하게 생각하고, 무엇을 고쳐야 우리의 미래가 보장되는지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입장을 바꿀 것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대권잠룡이면서도 김 전 대표처럼 당내 비주류로 분류되고 있는 김부겸 의원 역시 예전부터 적극 개헌 주장을 펴왔었는데, 그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시간을 핑계로 (개헌) 논의 자체를 하지 말라는 것엔 동의하지 못한다”며 “국가 대개혁의 과제는 개헌이라는 전 국민적 합의로 일단 완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의원은 새누리당에서 섭외대상으로까지 꼽고 있는 김 전 대표와 달리 “무원칙한 대통령과 함께 권력을 농단하던 정치세력이 개헌을 통해 촛불 혁명의 불길을 피하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최소한 새누리당의 친박계와는 개헌 논의를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 뿐 아니라 그는 개헌을 고리로 한 정계개편에 대해서도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서 정계개편을 인위적으로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는데, 이런 점에선 개헌을 바탕으로 제3지대를 구상 중인 김 전 대표와 분명한 차이를 드러냈다.
 
그래선지 김 의원은 15일 오전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입장발표문을 내고 “문 대표가 개헌에 앞장서 달라. 문 대표가 나서면 개헌의 주도권이 야권으로 넘어올 것”이라며 적극 개헌에 나서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문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주류 측이 개헌에 미온적이다 보니 민주당에서 개헌을 주도할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 ‘개헌 주도권 잡기’ 나선 국민의당, ‘與 연대’ 가능성도
 
오히려 야권 내에서 개헌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쪽은 국민의당인데, 김동철 비대위원장은 12일 “개헌 논의 자체를 봉쇄해선 안 된다”고 한 데 이어 당내 개헌TF까지 설치하는 등 즉각 행동으로 옮긴데다 15일 CP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선 “국가적으로 공통의 가치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원칙 있는 통합과 연대는 국민이 동의할 것”이라며 개헌 연대 추진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위원장은 “손학규 전 대표나 정운찬 전 총리와 같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기를 고리로 한 연대는 가능하다”고 공언했으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나 새누리당 비박계에 대해서도 “어떤 세력 대 세력의 공학적 연대는 안 되지만 의원 개개인들의 가치연대는 가능하다”고 해 개헌 연대의 폭을 크게 넓혔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발언이 자칫 야권 지지층의 반발을 불러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는지 당의 또 다른 사령탑인 박지원 원내대표는 다소 신중한 반응을 보였는데, 박 원내대표는 같은 날 BBS라디오에 출연해 손 전 대표나 정 전 총리, 반 총장 모두 경선만 나온다면 대권후보로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치면서도 개헌을 고리로 한 반문재인 연대나 안철수-반기문 연대론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으로 나와 있는 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박 원내대표는 자신이 개헌론자라면서도 “헌재 판결을 얼마 안 두고 있는 상태에서 물리적으로 개헌이 가능할까 여기에 대해선 회의감을 갖는다”며 문 전 대표와 똑같이 ‘대선 전 개헌’에 대해 비관적 시각을 내비쳤다.
 
이런 가운데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에선 새누리당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개헌특위 신설안을 처리하고 1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향후 개헌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정세균 국회의장까지 지난 14일 “권력구조 개편을 하려면 개헌이 불가피하다”며 “개헌 특위 구성 뒤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대선이나 탄핵처리와는 별도로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만큼 새로 출범할 개헌특위의 활약 정도나 범위가 개헌 정국의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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