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희·이완영·최교일 부인 속 與野 의혹 규명 전체회의 추진키로

급기야 당내외에서 의혹의 중심에 선 의원들이 일단 스스로 국조특위 위원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자 해당 의원들은 자신은 결백하다며 사퇴 거부 입장을 밝히고 배수진을 친 상황인데, 청문회의 신뢰도까지 좌우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의원들이 끝까지 오는 22일 열릴 5차 청문회에 국조위원 자격으로 나오게 되면 논란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번 논란이 이미 국조특위 자체의 신뢰성에 타격을 입힌 건 물론이고 최순실 국정농단에 집중해야 한다는 본질 자체를 흐린 채 자칫 청문회 증인과 참고인들을 검증하는 데에만 시간을 보내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데, 의혹 규명을 위한 방법론을 놓고도 벌써부터 여야 간 이견이 나오고 있어 이러다 사안이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 ‘위증 모의’ 논란, 친박 의원들 관련 의혹 전면 부인
이른바 ‘청문회 위증 모의 의혹’은 월간중앙이 지난 13일 과거 최순실의 최측근이던 고영태 씨와 인터뷰했던 내용을 17일 보도하면서 불거졌는데, 당시 고씨가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이 새누리당의 한 의원과 사전에 입을 맞추고 4차 청문회에서 위증할 것”이라고 예견한 지 이틀 뒤 열린 ‘4차 청문회’에서 친박계 이만희 새누리당 의원이 고씨의 예상대로 박헌영 과장과 질의응답을 이어가면서 처음 ‘사전 모의’ 의혹이 제기됐다.
이 의원과 박 과장은 4차 청문회에서 JTBC가 입수해 ‘최순실 사태’의 핵심 증거가 된 ‘태블릿PC’를 최순실씨가 아닌 고씨 소유라는 취지의 질문과 발언을 이어갔는데, 이를 놓고 최순실 소유임을 부정함으로써 태블릿PC에 대한 ‘소유권 논쟁’으로 국면을 전환해 결국 최씨는 재판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에서 벗어나려는 의도 아니냐는 게 의혹의 골자다.
특히 당시 청문회에서 8명의 새누리당 국조특위 위원 중 이완영, 이만희, 최교일 등 3명에 대해서만 청색으로 친박이라고 표기해놓은 ‘특검 및 국정조사 재단 대응방침’이란 문건까지 야당 의원에 의해 공개되면서 친박계 국조특위 위원들에 대한 의혹의 시선은 더욱 짙어졌다.
이런 가운데 19일에는 중앙일보가 국조특위 여당 간사를 맡았던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 아직 1차 청문회도 열리기 이틀 전인 지난 4일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을 만나 “태블릿PC는 고영태의 것으로 보이게 하자”고 위증을 지시했으며 정 전 이사장은 이를 청문회 증인으로 나올 박헌영 과장에게 전달했다는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과의 인터뷰 내용까지 보도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이에 그치지 않고 중앙일보는 하루 뒤인 20일엔 이완영, 이만희 의원 뿐 아니라 최교일 의원까지 지난 9일 정동춘 전 이사장과 한 자리에 모여 태블릿PC 관련 대화를 했었다고 후속보도를 내놓으며 거세게 몰아붙였는데, 이런 압박에 맞서 해당 의원들은 의혹을 극구 부인하며 강력 대응할 뜻을 피력했다.
이번 의혹과 관련해 가장 먼저 거론됐었던 이만희 의원은 처음 보도가 나온 17일부터 연일 기자회견을 열어 고씨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면서 자신은 결코 박 전 과장과 만난 적이 없고 지난 12일 더블루케이에서 일했다는 류상영 씨 등이 자신의 사무실을 찾아와 관련 내용에 대해 제보하겠다기에 해당 내용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해보고자 청문회에서 박 전 과장에게 그 같은 질문을 하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이 의원은 지난 9일 이완영, 최교일 의원과 함께 정 전 이사장과 회동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이완영 의원의 요청으로 최 의원과 함께 이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에 갔다가 먼저 와 있었던 정 전 이사장을 보게 된 것이지 사전에 정 이사장이 온다는 건 전혀 알지 못했고 태블릿PC 관련 제보내용이란 것도 신빙성이 없어 최 의원과 먼저 나왔다고 해명했다.
이 뿐 아니라 자신이 만일 정 전 이사장과 어떤 모의를 했다면 지난 19일 있었던 4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그에게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은 물론 법적 책임도 져야 한다며 강하게 질타할 수 있었겠느냐고 항변했다.
여기에 이 의원과 당시 동행했다는 최 의원도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 전 이사장과 만난 사실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자신과는 그 때 초면이었고 그가 제보한 내용 역시 “그 PC가 최순실 것이든 고영태 것이든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 ‘신빙성 없고 별로 중요한 내용도 아니며 도움 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명백히 밝힌 뒤 돌아왔다”며 사전 모의 가능성엔 선을 그었다.
이 두 의원을 불렀다는 이완영 의원도 연일 계속되는 보도내용에 일일이 맞서며 의원직까지 걸겠다고 배수진을 쳤는데, 지난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헌영 전 과장에게 위증을 부탁하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며 모든 법적 조치도 검토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20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선 정 전 이사장을 만났지만 맹세코 위증 교사한 적이 없다면서 국조특위를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결백을 호소했다.
특히 이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야당에서 저와 이만희 의원을 사임시켜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는데 이 사건이 없었으면 진실한 사람”이라며 “이제는 사임할 수 없다. 22일 5차 청문회에서 의혹과 관련된 고영태, 정동춘, 박헌영, 노승일 씨를 증인으로 불러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고 결의를 드러냈다.
마찬가지로 의혹의 중심에 있는 이만희 의원 역시 이 자리에서 “제가 위증 교사를 지시했다고 의심받는 박헌영 과장은 이 순간까지 만난 적도, 통화한 사실도 없다”며 “태블릿 PC에 대해 고영태씨의 위증 의혹을 제보한 K스포츠재단 전직 직원 2명도 언론사와 동석해 만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발 더 나아가 이들은 이번 사안의 파장이 그저 자신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듯 당 차원에서 적극 나서야 한다며 정쟁으로 비화시키려는 의도까지 내비쳤는데, 이완영 의원은 “지금 야당은 일련의 사태를 범죄행위로 보고 공세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당의 지원을 호소했고, 이만희 의원도 “새누리당에게 덧씌워진 모략과 모함에 대해 끝까지 진실을 밝혀내고자 노력할 것”이라며 자신들에 대한 의혹을 여야 대결 구도로까지 확대 해석했다.
◆ 與野 진상규명 방법 놓고 의견 분분

물론 이들의 주장대로 야권에선 해당 의원들이 국조특위에서 즉각 물러날 것을 한 목소리로 촉구하고 있는데, 민주당에선 우상호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최고위에서 이완영·이만희 의원을 겨냥 “청문위원으로서 제적 사유에 해당한다. 진실의 은폐를 위해 관련증인과 사전에 입을 맞췄다면 이는 범죄행위”라며 “일단 이 두 분을 국조 청문위원에서 교체할 것을 요청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또 국민의당에선 박지원 원내대표가 20일 “언론에 증인으로 나올 사람이 사전 인터뷰를 했고, 똑같은 이야기를 사후에 있을 청문회에서도 질문했다고 한다면 이건 사전모의”라며 “두 의원의 (의혹이) 확실하게 밝혀진다면 반드시 사보임해 청문회의 성실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심지어 국조특위 내에서도 야당 간사인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나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 등은 의혹과 관련된 의원들이 사임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 이에 따라 새누리당에서도 우선 의혹에 대한 진상부터 규명하는 데 방점을 찍고 야권과 조율에 들어갔다.
문제는 진상 규명 방법을 놓고 정치권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지 않다는 점인데, 김성태 국조특위 위원장은 20일 오후 여야 간사들과의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내일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별도 위원회를 개최하기로 여야 3당 간사와 잠정 합의했다”며 5차 청문회에 출석할 고영태를 제외한 정동춘, 노승일, 류상영, 박헌영 등 4명을 참고인으로 출석시키겠다고 전했으나 민주당에서 거듭 난색을 표하면서 결국 21일 전체 회의 개최는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에선 의혹과 관련된 의원들이 특위에서 퇴출되지 않은 이상 제대로 진상조사가 이뤄질 수 없다는 입장인데, 당장 오는 22일 열릴 5차 청문회는 우선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조여옥 대위 등의 주요 증인이 출석하는 만큼 여기선 일단 우 전 수석 등에 대한 신문에 집중하고 이번 ‘위증교사 의혹’에 대해선 나중에 별도의 청문회를 개최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런 민주당의 주장에는 국민의당 측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분위기인데, 5차 청문회를 위증교사 의혹에 초점을 두고 진행할 경우 어렵게 출석시킨 우 전 수석 등은 화살을 피해갈 수 있게 되는데다 해당 의원들이 사임도 거부하는 상황이어서 이들이 청문위원 자격으로 출석해 대질하게 되는 문제점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국민의당 일각에선 이번 의혹을 국회에서 규명하기엔 일정상 한계도 있으니 아예 특검에 맡기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 무수한 의견이 제시되는 가운데 정치권이 어떤 방향으로 결론낼 것인지 그 결과에 벌써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