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 등 자기자본 4조원 기준 충족에 사활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1월1일 정식 출범하는 통합 KB증권 등 5개 대형증권사들이 금융당국이 제시한 자기자본 4조원 기준을 충족시키면서 2017년은 이들 증권사들의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대형 증권사 4조원 확충 ‘안간힘’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일 삼성증권이 35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자기자본 3조8000억원에서 4조1500억원으로 확충하게 됐다. 앞서 삼성증권은 지난 9일 자사주 835만9천40주를 장외거래를 통해 삼성생명에 매각해 확보한 자금으로 자기자본을 3조8000억원으로 늘렸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초대형 IB 대열에 합류해 삼성증권의 강점인 자산관리 비즈니스를 차별화하기 위해 이번 자금 조달을 계획하게 됐다”며 “발행어음, 기업금융 환전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1월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이 통합해 출범하는 통합 KB증권은 현재 자기자본은 3조9883억원으로 4조원에 미치지 못한다. 4분기 영업실적에 따라 4조원이 넘을 가능성도 예상되지만 최근 채권금리 급등 등 시장상항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출범 이전에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KB증권 관계자는 “새로운 종합금융투자업자 제도를 감안해 자기자본 4조 원을 맞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지주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지난달 28일 1조6920억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4조300억원으로 불어났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단순한 중개업무 기반의 증권업을 넘어 규모의 경제를 통한 기업금융(IB)과 실물경제의 자금 공급원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27일 통합절차가 마무리되는 통합 미래에셋대우는 6조7000억원의 자기자본을 갖춰 국내 증권사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이전에는 NH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이 4조5900억원으로 1위였다.
통합 미래에셋대우는 초대형투자은행추진단을 설립해 8조원까지 자기자본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합병 법인이 올해 결산을 통해 약 3000억원의 이익을 적립하면 내년 초 7조원대로 자기자본을 늘린데 이어 내년이 지나가지 전에 1조원 가량의 자사주 매각을 통해 자기자본 8조원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IB는 증권사에 허용되는 어음발행과 외국환 업무가 허용되고,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인 초대형 IB는 종합금융투자계좌(IMA), 부동산 담보신탁 업무까지 할 수 있다.

◆수익성 악화…IB제도 개선
이처럼 대형 증권사들이 자기자본 4조원 기준을 충족하려는 것에는 금융위원회가 지난 8월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위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발행어음을 통한 자금조달과 외국환업무 등을 허용해 자기자본 확충 규모에 따른 인센티브 제공키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대형화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고 정책금융기관, 국부펀드 등과 함께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글로벌 자금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증시 부침에 따라 수익률 변동이 컸다. 국내 증권사는 국내 증시에서의 수수료 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증시 침체가 지속되면 수익성이 악화되는 구조다.
이외에도 자기자본이 작아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지 못해 수익성 다각화에 한계가 있다. 자기자본 91조원에 달하는 골드만삭스의 경우 매출 중 수수료 외에 기업금융·투자은행 ·자산관리 등 여러 영역에서 수익을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업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초대형 IB 육성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대형화의 물꼬를 터줬다. 대형 증권사들은 우선 자기자본 4조원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증권사간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 불기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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