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탈환 나선 국민의당, 비박과의 反文 공조 의사까지

그나마 비박계가 단행하는 1차 탈당 규모가 30명 내외로 점쳐지면서 일단 원내4당으로 전락할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향방에 따라 현 상황조차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형국이다 보니 일부에선 아예 비박 신당과의 협력을 모색하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민주당과 국민의당 간 정당 지지율 격차가 심할 경우 2~3배까지 나고 있는 데다 이제는 당의 기반인 호남지역까지 민주당에게 내줬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절박감을 느끼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심지어 여권 성향인 비박계와도 협력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게 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 黨 지도부 ‘호남행’, 野 ‘텃밭’ 탈환 진력
불과 7~8개월 전인 지난 4·13 총선 당시 호남 지역구 의석 28석 중 23석을 차지하며 민주당을 압도했던 기세가 무색하게 이제는 호남 민심이 당 지지는 물론 대선후보인 지지까지 민주당 쪽으로 쏠리면서 머지않아 대선에 직면할 국민의당의 발등엔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당초 친문패권주의에 맞서며 안철수 전 대표를 필두로 집단 탈당해 반문 정서가 있던 호남을 장악하면서 원내 3당 구도를 이루는 데 성공했지만 원내교섭단체라도 100석이 넘는 거대 양당 사이에서 제 목소리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 보니 결국 ‘캐스팅 보트’ 역할에 주력해 사안마다 여야를 오락가락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면서 점차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지지율 이탈을 촉발시켰다.
또 안철수 전 대표 외에 대선판을 키우기 위해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나 정운찬 전 총리 영입 등에 나섰으나 모두 실패하면서 오히려 야권 지지층의 이목이 일찌감치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양강 구도로 쏠리는 결과를 불러왔다.
이렇게 대선 레이스에서 제대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데다 민주당에 불만을 가진 이들에게 대안 세력으로서의 면모를 어필하는 것 역시 충분히 해내지 못하면서 지지율 하락은 가속화됐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좀처럼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뒤늦게 이를 만회하고자 당 지도부가 26일 호남으로 내려가기에 이르렀다.
먼저 광주에서 김동철 비대위원장을 위시한 호남 출신 3선 이상 의원들이 지도부 회의를 가진 데 이어 오후엔 앞서 민주당을 탈당한 김철주 무안군수와 군 의원들에 대한 입당 환영식을 가지며 분위기를 띄우는 등 지지율 회복에 부심했다.
여기에 내달 15일 당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가 예정되어 있어 이를 기점으로 어떻게든 반전시키겠다는 구상인데, 이미 박지원 원내대표와 정동영 의원, 문병호 전략기획위원장 등 호남 인사들이 후보로 나서서 각자 세몰이에 들어갔다.
그간 당의 지지율 난조가 지속된 이유에 대해 김동철 비대위원장은 이날 중진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나름 설명했는데 “대선 국면에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지역민들이 민주당과 국민의당 중 세력이 큰 민주당을 지지한 데 따른 것”이라며 규모에 밀려 민주당에 비해 야권의 대표성을 확보하지 못한 데 따른 것임을 강조했다.
또 김 위원장은 “박지원 비대위체제에서 호남 지역민의 목소리가 작았고 탄핵 소추안 가결 시점을 12월 2일이 아니라 9일을 주장하면서 국민의당이 반대편에 선 것처럼 비쳐진 것도 한 요인”이라며 당시 지도부를 이끈 박 원내대표의 책임도 없지 않다는 점을 꼬집었다.
다만 김 위원장은 내부책임론에 집중하기보다 당장 민주당을 따라잡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앞서 이날 오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중진의원회의에서 그는 “적대적 공생관계의 거대 양당구조는 대화와 타협의 협치를 제도화하는 선거구제 개편을 통해 타파해야 한다”며 “제왕적 패권과 적대적 양당구조, 계파 패권주의가 활개 치는 정권교체라면 친박 정권의 연장”이라고 역설해 친박 뿐 아니라 친문재인계도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무엇보다 문제의 양당 체제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선거구제 개편’을 언급했다는 것은 국민의당에서 먼저 거론한 결선투표제를 민주당의 미온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반드시 관철해 정국 변곡점으로 삼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뿐 아니라 김 위원장은 당내에서 안 전 대표와 달리 한층 강력하게 개헌을 주장하고 있는데, 선거구제 개편은 물론 개헌을 통해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제와 거대 양당 구조, 계파 패권주의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겠다는 차원에서 개헌에 힘을 싣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위원장은 같은 날 전북도의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선 비박계를 향해 “합당 등 세력 간 통합은 하지 않는다”면서도 “새로운 정치체제를 만들고 더 큰 악을 척결하는 데 필요하다면 협력할 것”이라고 손을 내밀기도 했는데, ‘합당’에 선을 그은 만큼 제3지대가 형성된다기보다 ‘반패권주의’를 접점 삼아 일종의 ‘전략적 제휴’를 제안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 조기 대선 앞두고 ‘대선 군불 때기’에도 박차

한 발 더 나아가 국민의당은 조기 대선 준비에도 열을 올리고 있는데, 친문재인계를 적수로 삼고 있는 입장에선 이에 대한 최적의 맞수는 현재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지만 지난 22일 박지원 원내대표는 부산시당 당원대표자 회의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나한테 사람을 보내 국민의당으로 올테니 연합하자고 제안했다”며 “당신이 나를 밀어준다고 하면 국민의당으로 오겠다고 했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원내대표는 “우리 국민의당으로 오면 안철수, 천정배, 손학규, 정운찬 등과 세게 경선을 해 이기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된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는데, 나중에 혹시 모를 대선후보 선정 밀약 논란에 휩싸이지 않기 위한 측면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비박 신당 측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반 총장에 섣불리 선약한다기보다 이를 기회로 손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를 국민의당에 끌어들이려는 전략으로 비쳐지고 있다.
하지만 비박 신당 역시 국민의당과 마찬가지로 반 총장이 당에 온다고 해도 대선 경선을 공정하게 다른 후보들과 치러야 한다는 걸 전제로 내걸고 있는데, 양쪽 모두 그저 반 총장의 대선 출마를 위한 ‘그릇’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함으로써 당 이미지 쇄신은 물론 반 총장에 무작정 휘둘리지는 않은 채 대선을 치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이런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또 최근 불거진 ‘반 총장의 23만 달러 수수’ 의혹 역시 반 총장 영입을 섣불리 시도하기 부담스러운 부분으로 작용해 박 원내대표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반 총장에 대한 검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며 “공신력 있는 언론에서 제기를 했으니 반 총장 측에서 해명했다고 하더라도 만약 국민들이 미흡하다고 한다면 반 총장 스스로를 위해서도 적극적인 해명 혹은 조사가 이뤄져야 된다”고 직접 해명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와는 별개로 반 총장 영입 시도 외에 당 차원에서 나름 대선판을 달구기 위한 군불 때기에도 들어갔는데, 천정배 전 공동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국민혁명의 완성이라는 역사적 소명을 다하고자 다가오는 대선에 나서기로 결심했다”며 전격적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갑자기 이뤄진 이번 대선 출마 선언은 굳이 당선 가능성을 따지겠다기보다 현재 민주당이 국민의당 본진인 호남에서조차 우세한 상황을 역전시켜 보겠다는 차원에서 호남 출신인 천 전 대표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일찌감치 국민의당 대선주자로 꼽혀온 안철수 전 대표도 이런 기류에 발맞춰 같은 날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함께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 도입을 위한 ‘8인 정치회의’를 민주당 주요 대선주자들에게 제안하며 국면전환에 나섰지만 지난달 20일 열렸던 야권 대선주자 6인 회동 때와는 달리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이번엔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히면서 끝내 무산됐다.
이처럼 국민의당은 ‘사면초가’ 상황 속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당력을 모두 쏟아 붓고 있는 상황인데, 대선구도는 물론 비박 신당의 출현으로 불확실성만 심화되면서 그만큼 긴장감이 예전과 달라졌기 때문이기도 해 일단 내년 보름에 열릴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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