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랙리스트’ 실체 확인, 김기춘·조윤선 ‘정조준’
‘문화계 블랙리스트’ 실체 확인, 김기춘·조윤선 ‘정조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野정치인 지지-사회적 관련 목소리 내면 선정, 예산 삭감 등 ‘불이익’ 처분
▲ 이른바 소문으로만 떠돌던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본격 수면위로 떠올랐다. 블랙리스트 작성의 배후로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지목되고 있으며, 박영수 특검은 이들을 조만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뉴시스
[시사포커스/고승은 기자] 박근혜 정권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SBS>에 의해 공개되며 파장이 일고 있다.
 
26일 <SBS>가 입수한 문화체육관광부 블랙리스트 문건엔, 교수나 시인, 안무가 등 예술계 인사 48명과 영화사나 극단 등 43개 단체 등 91개의 이름이 등장한다.
 
이른바 소문으로만 떠돌던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회의록을 토대로, “예술위가 블랙리스트가 있음을 인정한 발언으로, 심사 개입, 정치검열이 ‘윗선’의 지시였다는 점이 명백해졌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어 <한국일보>는 문화예술계 한 인사의 발언을 인용해 “지난해 5월 흔히 말하는 블랙리스트가 청와대로부터 내려왔다”며 “실제 이 문건을 직접 보기도 했고,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어 사진으로 찍어뒀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문건의) 표지 뒤에는 9473명에 달하는 명단이 리스트로 붙어 있었고, 이 때문에 이 문건은 A4용지로 100장이 넘는 두꺼운 분량이었다”고 폭로했다.
 
해당 문건에 등장하는 명단 리스트에는 세월호 관련 서명이나 시국선언을 했거나,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나 지방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를 지지한 문화예술인들의 이름이 올라와 있다.
 
<SBS> 보도에 따르면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등 야당 정치인 지지 선언에 이름을 올렸다는 이유가 가장 많이 등장한다. 또 비정규직 노동자 시위를 지지한다거나, 쌍용자동차 국정조사 촉구 운동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등, 사회적 관련 목소리를 낸 것도 블랙리스트 선정 사유에 포함됐다.
 
또 문체부 산하 정부 위원회나 문체부 사업을 심사하는 외부 위원들에 대한 별도의 블랙리스트도 작성됐다. 서울대나 연세대 교수 등 14명이 용산참사 해결이나 MB정권 규탄 관련 시국선언에 참여했다는 게 이유였다. 또 <한겨레>와 <경향신문>, <한국일보> 등 언론사 7곳은 ‘좌파 성향’으로 분류돼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이같이 문체부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문화예술분야 단체들은 예산 삭감의 불이익도 받았다.
 
지난 2012년 개봉한 영화 '남영동 1985'의 배급사인 엣나인 필름은 이 영화 배급사라는 이유로 문체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남영동 1985’는 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고문기술자’ 이근안 등에게 모진 고문을 당한 사건을 다룬다. 해당 회사는 2013년 문체부 예산에서 3천4백만원을 지원받았다가 이후 지원이 끊겼다.
 
세계적 작곡가 故 윤이상 선생의 음악적 업적을 기리는 윤이상 평화재단도 2013년 9천만 원을 받았지만, 야당 국회의원이 이사장을 한다는 이유로 이후 지원이 끊겼다. 이외에도 극단 산울림이나 창작과 비평 등도 블랙리스트에 포함돼 지원을 받지 못했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블랙리스트 작성의 배후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지목한 바 있다. 이외에도 조윤선 현 문체부 장관(전 청와대 정무수석),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전 국민소통비서관) 등이 배후로 지목된 상태다.
▲ 지난 12일 문화예술단체들은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장관 등을 ‘블랙리스트 작성 주범’으로 지목하며, 박영수 특검팀에 이들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한 바 있다. ⓒ뉴시스
지난 12일 문화예술단체들은 김 전 실장과 조 장관, 정 전 차관 등을 ‘블랙리스트 작성 주범’으로 지목하며, 특검팀에 이들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한 바 있다.
 
특검팀은 지난 26일 김 전 실장의 자택과 조 장관의 집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특검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을 조만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앞서 이들은 해당 의혹에 대해 청문회·국정감사 등에서 모두 부인하며 모르쇠로 일관했으나, 개입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위증 의혹도 불거지며 파장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