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삼성, SK 이어 LG까지 줄줄이

그 출발점은 지난 12월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청문회에 참석해 전경련을 탈퇴하겠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이후 최태원 SK 회장도 청문회에서 전경련 탈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어 12일 주요 국책금융기관들이 줄줄이 탈퇴신청서를 제출하며 전경련 와해 가능성이 제기됐다.
12월 27일에는 LG그룹이 “올해 말을 기준으로 회원사에서 탈퇴하기로 했으며, 회비 또한 납부하지 않을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앞서 LG는 이달 초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청문회에 참석한 구본무 회장이 탈퇴 의사를 밝히며 “각 기업들의 친목단체로 남아야 하는 게 내 의견”이라는 생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 사이 전경련은 창립 이후 최대 위기로 판단하고 지난 15일 쇄신방안 마련을 위해 주요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려고 했지만, 10대 그룹 회원사 다수가 불참한 가운데 30대 그룹으로 대상을 확대해 가까스로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이를 토대로 전경련은 내년 정기총회 전까지 개편 방안을 결론 내고 승인을 받겠다는 방침이었으나 실상은 의견 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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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1년 ‘한국경제인협회’ 전신
사실 전경련은 지난 1961년 5·16군사정변으로 실권을 장악한 당시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의 권유에 따라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주도로 일본 게이단렌(経団連)를 모델로 삼아 주요 대기업들을 설득해 1961년 '한국경제인협회'로 창립했다.
이후 1968년 주요 민간기업체, 금융기관, 국책회사 등을 대상으로 회원사를 늘렸으며, 명칭도 전국경제인연합회로 개칭했다. 민간종합경제단체로서 법적으로는 사단법인의 지위를 갖고 있으며, 서울 여의도에 본부가 위치해 있다. 최근까지 600개의 회원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1년 예산은 40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현재 회장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으로 2011년 3월부터 재임 중이다.
전경련이 그동안 국가경제에 상당부분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특히 60~80년대 수출에 역점을 둔 고도성장기에 적절한 역할을 하며 고도성장에 일정한 역할을 수행했다는 것이다. 반면, 과거 수차례 정경유착의 풍랑을 맞으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지난 1988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 모금 사건,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2002년 한나라당 대선 자금 제공 사건 등으로 곤욕을 치렀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올해 초 ‘어버이연합 게이트’에 연루돼 큰 파장이 겪은 데다 ‘최순실 게이트’에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 모금의 중심에 서면서 여론의 대대적인 비난을 받으며 해체 위기에 맞딱뜨린 것이다. 전경련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등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부와 관련이 있다는 정황이 드러났으며,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며 해체 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는 공공기관 19곳이 전경련에 회원사로 가입돼 있는 것이 지적되며, 즉각 탈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국민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재벌 이익단체에 가입돼 회비를 납부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들 기관 중 대부분은 지난 수십년간 전경련에 회비를 꾸준히 납부해왔었다.
◆ 보수우익계 싱크탱크 대안 제시도
이제는 시대 변화에 따라 전경련의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과거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미국의 헤리티지 재단처럼 재계나 보수층의 싱크탱크로 전환해 자료 조사와 연구를 담당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국내 기업들을 대표하는 경제단체로서 그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전경련은 내년 2월 회원총회에 앞서 쇄신안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대폭적인 혁신을 가져오지 않고서는 그 존립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현실을 바로 파악하고, 여론 수렴에 귀를 기울이며 현실에 부합해야 할 때라는 시각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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