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보수신당’ 출범, 정치권 격변 일까
‘개혁보수신당’ 출범, 정치권 격변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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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이탈 최소화’ 집중…野 한 목소리 경계
▲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가칭 '개혁보수신당' 제1회 의원총회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난 21일 예고했던 대로 비박계 의원들이 27일 새누리당을 탈당해 신당 창당의 첫 발을 내딛었다.
 
이날 29명이 1차로 탈당해 원내교섭단체 자격을 갖춤에 따라 무려 26년 만에 원내 4당 체제가 재현됐으며 친정인 새누리당은 비박계의 탈당으로 의석수가 두 자릿수로 떨어지면서 원내 1당 자리마저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넘겨주게 됐다.
 
하지만 비박계 내에서도 이런 저런 이견 끝에 당초 결의했던 의원 수에 못 미치는 규모로 이번 탈당이 이뤄진데다 벌써부터 신생 정당의 출현에 잔뜩 긴장한 기성 정당들이 맹공을 퍼부으면서 내년 1월 24일 창당 때까지 험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새 보수정당의 등장이 정치권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 것인지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野 새 보수신당 등장에 ‘긴장’…일제히 십자포화
 
그동안 새누리당의 내홍으로 적잖은 반사이익을 누려온 야권은 27일 끝내 분당을 통해 새 보수신당이 출범하자 경계수위를 최대로 높였다.
 
특히 최근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직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지지율을 회복하며 일부 여론조사에선 선두까지 탈환함에 따라 정권교체를 노리던 더불어민주당에선 이날 출현한 개혁보수신당이 여권 대선주자로 꼽혀온 반 총장의 새 둥지가 되는 건 아닌지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그래선지 당 지도부 뿐 아니라 대선후보들까지 전력으로 맹공을 퍼붓는 모양새인데,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새누리당의 분당 사태를 꼬집어 “노선과 정책이 아니라 집단 싸움 때문에 새로운 당이 만들어지는 것은 대의민주주의 체제가 왜곡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또 문재인 전 대표 측도 김경수 민주당 의원의 논평을 통해 “새누리당의 친박도 비박도 모두 박근혜 정권의 공범”이라며 “정치권의 이해관계만을 앞세운 이합집산이 아니라 적폐 청산과 사회대개혁에 동참하는 게 그나마 촛불혁명으로 보여준 민심에 부응하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비판적 입장을 내놨다.
 
이 뿐 아니라 같은 당 대선후보인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무너진 국가를 바로 세우고 법치와 보수 가치를 지키려면 과거에 대한 참회와 반성, 책임 있는 행동이 먼저”라면서 “수구보수 새누리당이든 개혁보수신당이든 대선 운운할 때가 아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친박과 비박을 싸잡아 비판했다.
 
심지어 대권주자가 아닌데다 당내 친문재인계에 맞서 개헌을 고리로 제3지대를 형성하고자 ‘킹메이커’ 역할을 자임하며 여야 인사를 막론하고 접촉 중인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조차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개헌토론회에서 “뭘 가지고 ‘개혁보수신당’이라고 하는지 내용을 들여다봐야 알 것이고 말만 들어선 알 수가 없다. 실질적으로 행동으로 보여주고 실천하느냐는 게 문제”라며 “법 하나 내놓고 잠자고 앉아 있고 말은 개혁이라고 외치면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비박계를 혹평했다.
 
그나마 민주당 대권잠룡 중 적어도 탈당한 비박계에 호평을 내놓은 건 안희정 충남지사 뿐인데 그는 이날 성명을 통해 “친일·색깔론·특권과 반칙의 기득권·영남 패권정치를 끝내고 자기책임성, 애국심에 기초한 새로운 보수의 길을 개척하길 바란다”면서 “그것이 국민의 요구다. 지켜보겠다”고 전했다.
 
국민의당 역시 민주당보다 다소 수위는 낮지만 비박계가 집단 탈당을 단행한 데 대해 회의적 시선을 보내고 있는데, 비박계 유승민 의원이 얼마 전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신당에 끌어들이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친 데다 이날 탈당 선언 직후 “야권 인사 중에서도 개혁적 보수의 길에 동참하겠다고 하는 분들은 접촉하고 설득해 외연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하자 어느 정도 경계심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유 의원이 박지원의 대북정책과 사드 배치 반대 문제를 지적했는데 안 전 대표도 당론으로 대북정책과 사드 반대를 확정했다”며 “유 의원이 안 전 대표와 같이 할 수 있다는 건 아마 ‘대권후보로서 안 전 대표가 욕심이 난다’ 이런 생각을 얘기한 것 같다”고 꼬집은 바 있다.
 
다만 또 다른 국민의당 대선주자인 천정배 국민의당 전 대표는 박 원내대표와 미묘한 온도차를 드러내고 있는데, 이날 오전 광주에서 열린 대선주자 초청 릴레이 토론회에서 그는 “지금은 보수와 진보를 가릴 때가 아니다. 소통에 의한 타협 정치가 중요하다”며 “비박계가 개혁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호남 민심이 이를 받아들이면 협력할 수 있다”고 비박계와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놓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일단 국민의당은 공식 논평으로는 비박 신당을 향해 “먼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며 구체적인 행동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기선제압에 나섰는데, 그러면서도 이들의 탈당으로 새누리당 의석이 100석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이제 여당이 어떤 법안이든 막을 방도가 없게 됐다는 점은 높이 평가했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앞서 천 전 대표가 언급한 ‘타협 정치’나 ‘협력’의 의미는 꼭 정략적 측면보다도 특정 정당의 일방통행은 불가능하도록 원내 구도가 변화됐기에 상호 대화를 통한 조정과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원론적 차원의 ‘협력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렇듯 집권여당이 원내 3분의 1도 차지하지 못하게 된 상황변화 때문인지 새누리당조차 이날 무작정 탈당한 비박계 의원들을 비난하기보다 어떻게든 합당의 여지를 남겨두려는 모습을 보였는데, 친박 핵심인 홍문종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그 (비박계 의원) 분들에게 좀 잘해줬으면 이런 일이 없지 않았을까 싶고 여러 회한이 겹친다”며 “벌써 보고 싶고 그 분들의 말씀도 듣고 싶다”고 러브콜까지 보냈다.
 
◆ 비박계, 지도부 갖추며 ‘세 몰이’도 박차
 
▲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왼쪽부터) 유승민, 황영철, 김무성 의원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혁보수신당' 제1회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처럼 변화된 원내구도 속에서 가칭 개혁보수신당은 기성정당들의 엄포에도 주눅들지 않은 채 자신들이 공언한 ‘새로운 보수’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내달 말을 목표로 한 창당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물론 추가 탈당을 유도해 ‘세 불리기’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먼저 비박 신당의 중요한 두 축으로 꼽히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의원은 1차 탈당이 29명에 그쳤던 점을 의식해 적극 ‘신당 효과’를 확대하는 데 주력했다.
 
그 중 유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의 탈당 선언 직후 기자들에게 “지금 새누리당에 남아 계신 의원님들을 다 나눠서 설득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추가로 탈당해 신당에 합류하는 분들이 계속 나타나 새누리당에서 탈당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낙관했다.
 
또 유 의원은 비박계 원내대표 후보로까지 꼽혔던 나경원 의원이 자신과 정강정책을 놓고 이견이 있어 탈당을 보류했다는 소식엔 “나 의원과 오늘 아침에도 통화를 했는데 1월 초에 합류하겠다고 했다”며 진화에 나섰다.
 
다만 아직 창당되지도 않은 신당의 정강정책이 폄훼될 것을 염려했는지 그는 “나 의원이 말하는 신당 정강정책을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며 “나 의원이 합류하면 정강정책을 하실만한 개혁적인 의원들이 같이 할 것이고 저는 그 팀에 없을 것”이라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나 의원과의 ‘정책노선 불화설’을 일축했다.
 
이런 입장을 확실히 하려는 듯 그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유승민당이냐’는 지적을 불식시키고자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을 갖고 “저는 원내대표를 포함한 당직을 일절 맡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것은 물론 김 전 대표와 주도권 다툼이 일어날 것이란 전망에 대해서도 “이 당을 무슨 김무성당이다 누구 당이다 사당화하는데, 우린 사당화가 싫어서 나온 사람들”이라며 “김 전 대표나 저나 이 신당을 꼭 성공시켜서 보수의 구심점으로 만들자는 데 확실한 신뢰관계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가 ‘사당화 의혹’에 선을 그었듯 이날 오후 처음 열린 ‘개혁보수신당’ 의원총회에선 결국 ‘김무성계’와 ‘유승민계’도 아닌 친이계 인사들로 원내지도부가 꾸려졌는데, 정병국 의원과 신당의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았던 주호영 의원이 원내대표로, 이종구 의원이 정책위의장으로 각각 추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앞서 남경필 경기지사와 함께 새누리당을 동반 탈당했던 비박계 김용태 의원까지 이날 비박 신당에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우선 30명 규모로 첫 출발을 하게 됐는데, 원내교섭권을 확보한 정당이 4개로 다당제 구도가 확고해지면서 이전보다는 훨씬 복잡한 형태로 정치적 이합집산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돼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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