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파문, 김기춘·조윤선에 격노한 문화예술인들
‘블랙리스트’ 파문, 김기춘·조윤선에 격노한 문화예술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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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선, 31일까지 장관직 물러나라” “블랙리스트 문제만으로도 박근혜는 탄핵돼야”
▲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파문과 관련, 문화예술인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구속수사를 촉구했다. 사진/고승은 기자
[시사포커스/고승은 기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파문이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이같은 블랙리스트를 주도한 이로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지목되고 있다. 이미 이들은 문화예술단체들로부터 박영수 특검팀에 고발된 상태다.
 
‘박근혜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는 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박영수 특검의 문체부 압수수색 과정에서 그동안 청와대와 문화부가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해왔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확인된 것”이라고 지적하며 조윤선 장관 등의 즉각 사퇴 및 구속수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조 장관에 대해 “특검의 압수수색 불과 며칠 전, 집무실의 본인 컴퓨터 교체를 지시하고 문화부 예술정책과 컴퓨터 2대의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는 등, 증거인멸을 지시한 정황마저 드러나고 있다”면서 장관직에서 즉각 물러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조윤선 장관을 비롯, 박명진 문화예술위원장, 김세훈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등 박근혜 정권 부역자들이 오는 31일까지 사퇴하지 않을 시, 내년 1월11일 세종시 문화체육관광부 청사로 찾아가 ‘1박2일 예술행동’ 시위를 전개하겠다고도 경고했다.
 
단체로 버스를 대동해, 문체부 앞에서 기자회견, 콘서트, 거리공연, 거리전시 등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 문화예술인들은 “블랙리스트 문제만으로도 박근혜 정권은 탄핵되어야 한다”며 헌법재판소에 즉각 ‘박근혜 탄핵’을 인용하라고 촉구했다. 사진/고승은 기자
이들은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해 “정치권력에 맞게 특정 예술인들을 관리하고 배제했다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며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는 헌법조차도 무시한채 국정을 농단한 불법정권의 문제”라며 블랙리스트 사태를 국가검열이나 민간사찰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블랙리스트 문제만으로도 박근혜 정권은 탄핵되어야 한다”며 헌법재판소에 즉각 ‘박근혜 탄핵’을 인용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국회에 대해선 ‘블랙리스트’ 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 개최를 촉구했고, 특검팀엔 김기춘 전 실장, 조 장관을 즉각 구속하라고 촉구했다.
 
◆ ‘세월오월’ 홍성담 화백의 분노
 
박근혜 정권의 세월호 참사에 대한 무능 등을 풍자한 그림인 ‘세월오월’을 그렸다가 정권의 탄압을 받았던 홍성담 화백도 목소릴 냈다. 홍성담 화백은 당시 그림에서 박 대통령을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실장의 조종을 받는 허수아비로 묘사한 바 있다. 그가 제작한 이 작품은 2014년 8월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 전시될 예정이었다.
 
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남긴 비망록(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내용을 담음)에 따르면, 2014년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간 홍성담 화백의 이름이 10차례나 언급된다.
 
해당 비망록의 2014년 8월6일자에 따르면, “광주비엔날레특별전. 광주시장(윤장현)”이라고 쓰여 있다. 그 이틀 뒤인 8월8일자에는 “광주비엔날레-개막식에 걸지 않기로-광주시장”이라고 기록돼 있다.
 
청와대가 윤장현 광주시장에게 세월오월 전시와 관련해 외압을 가한 정황으로 해석된다. 윤 시장은 최근에야 “김종 문체부 2차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며 이같은 외압설을 시인한 바 있다.
▲ 홍성담 화백은 박근혜 정권의 세월호 참사에 대한 무능 등을 풍자한 그림인 ‘세월오월’을 그린 바 있다. 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따르면, 홍 화백의 이름이 10차례나 등장한다. ⓒ뉴시스
또 비망록 8월 7일자에 따르면, “우병우팀, 허수아비 그림(광주) 애국단체 명예훼손 고발”이라고도 적혀 있다. 그 다음날 홍성담 화백은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당한다. 이에 따르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짙은 논란에 대해서도, 김 전 실장이나 우 전 수석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홍성담 화백은 이날 발언을 통해 “한국 최고 권력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저같은 조무래기 화가 이름이 10차례나 기록돼 있다”면서 “제가 (김영한) 비망록을 보고나서 지금까지 제 목숨이 붙어있다는 게 정말 감사했다. 이보다 소름끼치는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이번에는 기어코 저런 망나니들을 한꺼번에 소탕해야 되겠다고 생각한다. 소탕작전을 위해 앞으로 제 예술인생을 다 걸 작정”이라고 분노했다.
 
홍 화백은 또 헌법재판소를 향해선 “나같은 조무래기 하나도 이렇게 사찰했는데, 헌법재판관들 사찰을 왜 안했겠나”라면서도 “재판관들 염려마시라, 겁박하더라도 이번 탄핵심판 확실하게 해야한다”고 목소릴 높였다.
 
그는 “촛불시민들이 청와대 닭대가리 확 비틀어 쥐고 있다. 털 뜯고 있다. 이제 기름에 튀기느냐, 아니면 백숙을 만드느냐하는 일밖에 남아있지 않다. 염려 마시고 양심에 따른 심판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 문화예술인들은 기자회견문 낭독을 마친 뒤, 정부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지정 및 관리를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사진/고승은 기자
문화예술인들은 기자회견문 낭독을 마친 뒤, 정부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지정 및 관리를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이들은 검은 비닐봉지를 뒤집어 쓴 뒤, 봉지를 찢어 하늘로 던지며 정부에 적극 저항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문화예술인들은 이에 앞서 지달 4일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으며, 현재는 추운 날씨속에서도 광화문 광장에 캠핑촌을 꾸리며 농성을 이어가는 등, ‘박근혜 퇴진’을 적극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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